Chapter.2 음? 제가 일본에서 봉사활동을요?

일본 워킹홀리데이 중 일본 NGO단체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하다.

드디어 챕터 2가 시작되었다.

이제는 단순하게 일본에서의 문화 체험을 하는 것만으로 성에는 차지 않을지도 모른다.

여전히 앞으로의 일들을 난 알 수는 없지만 NGO단체인 피스보트에 들어가게 되면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막무가내 정신에 사로잡혀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랬다. 거기서 정말로 '알 수 없는' 무언가를 해내야만 했다. 말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야만 했다' 그래야지만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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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히라유노모리 여관에서 만났던 치히로가 '봉사활동 단체의 기숙사'라는 단어가 힌트같이 퍼뜩 떠올랐던 것이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 떠난 도쿄로의 여행.

의식의 흐름대로..느낌적인 느낌을 따라서 사는 것이 이시절 나만의 살아가는 방식이였다.


'몇 번째 도쿄에 발을 디딘 것 이더라.' 매번 올 때마다 지하철 노선도는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었다. 어떻게 읽는지도 모르겠는 한자어에 장벽을 느끼며 어렵사리 찾아가게 된 이름도 어려운 역 타카다노바바역(高田馬場駅)에서 내렸다. 카타카나와 한자어로 쓰여진 글이 보인다. (ピースボート世界一周説明会)

<피스보트 세계일주 설명회> 여기서 나는 무엇을 새로이 시작할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끝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 당시 나에겐 없었다.


남극, 북극, 지중해, 남미, 유럽, 아프리카, 동아시아 세계의 명소를 보여 주며 보는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멋진 풍경들이 세계일주 크루즈를 타며 보여주는 영상이 1시간가량 재생 되었다.

그 영상들을 다 보고 난 후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본 워킹홀리데이도 없었으리라. 응. 모험과 도전, 극복을 즐기며 살자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자 행복이었던 것 같다. 아마도 이 피스보트의 세계일주 모험이 또 나의 새로운 모험의 시작이 되어주리라 생각이 들 무렵 영상은 끝이 나자 영상과 함께 세계를 돌아다니던 나의 모습은 다시 현실로 돌아와 오늘 밤 머물 숙소도 없는 일개 워홀러로 돌아왔다.


" 한국인이시라고요? 어떻게 알고 오시게 되셨나요? " 한 스태프가 물었다.

" 이전에 일했던 여관에서 만났던 친구가 포스터 붙이는 봉사활동을 하고 세계일주 여행을 하고 왔다는데 저에게 추천해 줬어요. 여기서 머물 수 있는 기숙사가 있다고 하는데 머물면서 포스터 붙일 수 있나요? "


목적이 명확했다. 외국인은 안될거라는 생각은 일절 없었다. 잠시나마 나의 가슴을 두근두근하고 설레게 했던 몽상가는 어디가고 현실주의자로 돌아와 오늘부터라도 당장 포스터를 붙이며 기숙사에 들어가고 싶다며 눈을 네모나케 뜨고 말했다.


" 오사카에서 포스터를 붙이고 싶어요 " 그렇다. 여러가지로 잘날것 없는주제에 한 가지 애로 사항이 있었다.

" 도쿄에도 기숙사가 있는데 오사카에는 한번 연락을 해보아야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


라는 이야기를 듣고 오사카 쪽으로 연락을 하시는 듯 보였다. 몇 분 후 오사카 기숙사에도 사람이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그날 밤 심야버스로 오사카로 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살짝은 안도했다. 지금 와서 이지만 안된다고 했으면 어쩌려고 했나 싶다. 그당시의 내 생각은 아주 단순했다. 심야버스를 타면 숙소를 잡지 않아도 되니 개이득이라 생각을 하면서 세계일주를 한다는 가슴 구석에 있던 꿈을 조금 더 틔워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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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디좁고 뜨거운 버스 안에서 도쿄에서 오사카로 향하는 어두컴컴한 도시의 풍경들이 스친다.

'가능할까?' 뒤늦게 현타라도 터진것일까. 일은 벌려놓고 뒷북을 잘도 쳤다.

포스터를 붙이며 세계일주를 한다는 이야기는 역시 허무맹랑한 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런 겉만 번지르르 한 영상은 사기꾼들도 돈만 주면 잘 만들 수 있겠지. 한국에 있을 때 다단계나 사이비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듣고 나름 경험하고 느낀 바도 있었지만 사이비여도 당장 내 몸 뉘일 이불만 있으면 정신 똑바로 차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지금도 여전하고 말이다.


일본 워킹홀리데이로 가기 위해서 일을 하지 못해도 집세정도의 금액을 갖고 떠나는 일반적인 사고방식과는 많이 다른 나였기 때문에 이런 점도 물론 남들과 다를 수 있다. 가만 생각해 보면 ‘독한 마음’이라는 것은 '거지근성’을 기반으로 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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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터 붙이는 기간 중 오사카에 방문해준 사랑하는 엄마


오사카에 도착했다. 도쿄가 아닌 왜 오사카를 배경으로 하고 싶었냐면 나는 '서울출신'이기 때문에 일본에서만큼은 부산 같은 두 번째 도심에서 지내고 싶었고 오사카 사람들이 정이 깊다고 들었다. 도쿄는 서울깍쟁이 라면 오사카는 푸근한 이웃들 이미지였고 오사카 사투리도 꽤 귀엽게 느껴졌었고 말이다. 나중에는 이 점이 말을 알아듣기 어려워져서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었다;.


오사카. 우메다역(梅田駅)에 도착했다. 도쿄만큼은 아니지만 복잡하고 커다란 건물들도 많았고 사람들도 무~진장 많았다. 과연 한국의 2.5배 많은 인구차의 나라였다. 물론 도쿄만큼 사람에 치이진 않았지만 인도의 보도블록은 좁았기에 무거운 백팩과 양손의 짐 20킬로를 들고 나아가기엔 세심한 컨트롤이 필요했다. 고속도로 아래 커다란 교차로의 횡단보도가 파란불을 깜빡깜빡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사카 '피스보트 센터'로 가는 길은 낯설고 험난했다.

앞으로 계속 부르게 될 이곳을 난 '오사카 피센'이라고 부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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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칵' 2층의 프라스틱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일본의 사무실은 처음 들어가 보지만 다른 곳과 확연이 다른 것은 알겠다. 사방의 벽과 장식물이 이국적이었고 일본 스러운 면도 있었다. 낯설음과 설레임 중간에 있던 와중 활달해 보이는 한 구릿핏 피부의 남자가 내게 다가왔다.


"도쿄 피센에서 얘기 들었어. 나는 기숙사를 관리하고 있어. 포스터 붙이는 사람들만 기숙사(카리카리)에 들어갈 수 있는데 포스하리(포스터를 붙이는 행위)를 할 수 있는 거지?"


"네, 워킹홀리데이 중이라 비자를 갖고 있는 동안에 포스터를 붙이려고요"


그때당시 이 말은 뻥이었다.

포스터 붙이는 것은 관심이 없고 그저 기숙사에 머물며 알바를 하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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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야칭(월세)은 3만 엔이야"

이후 주소를 알려주고 또다시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낯설었던 길은 어느새 앞으로 자주 다니게 될 길로 보이기 시작했고 발걸음도 쪼금 가벼워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가장 걱정하던 숙박이 해결이 되고 나니 그다음의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오사카에서 아르바이트 찾기'


워킹홀리데이 협회에 또다시 부탁을 하기에는 염치가 없어 이야기를 하질 못했다. 워크인이라고 하는 일본의 구인구직 사이트가 있는데 어플에서 주변을 탐색하며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집에 들어온 이상 알바를 구할 때까지는 포스터를 붙이지는 못한다고 이야기를 해 두어 일본어 이력서를 열심히 쓰기 시작했다. 이력서를 받고서 돌려주지 않는다고 했는데 힘들게 쓴 한 자 한 자의 이력서를 못 돌려받는다고 생각하니 꼭 붙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무인양품에 면접을 보러 갔지만 나중에 연락이 오지 않았었고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에 지원했다.), 시급이 센 거를 찾다가 야간 알바도 같이 할 수 있는 거면 좋을 거 같아 가라오케(노래방) 알바에 지원하게 되었는데 면접 보러 간 날 바로 나올 수 있는 날짜를 물어보고는 일을 시작해 달라고 했다.!!!!!


여권의 만료 기간이 6개월 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흔쾌히 허락해 주신 점장님이 약간 사자 같은 외모셨는데 너무나 멋져 보였다. 일을 구하기 까지 일주일이 걸렸고 생각보다 길어지지 않음에 감사했다. 일본의 도심 오사카에서 숙소와 일자리를 구하고 나니 나에겐 더이상 무서울 것이 없어졌다. 이 소식을 기숙사 관리인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포스터를 언제 붙이러 갈건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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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이야기

오사카에서의 생활을 시작하며 가장필요했던 것

가라오케 아르바이트 어떤일을 했는지

그래서, 시작된 포스하리는 정확히 무슨일을 하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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