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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 Jun 20. 2023

백화점 천장에서 물이 뚝, 뚝 샌다고?

작은 꿈들을 위한 기록③

픽사베이


평소 물 꿈을 자주 꾼다. 바다나 수영장에서 수영하거나, 파도가 넘치는 꿈, 변기가 넘치는 꿈 등 물이 하도 많이 나와서 꿀 때마다 네이버에 물 꿈을 검색했다. 물 꿈을 검색하면 꿈 풀이가 쭈욱 나온다.  

    

집이나 주변에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흉몽이라는 얘기도 있고, 금전적 이익을 얻게 된다는 길몽이라는 뜻풀이도 있다. 특히 변기물이 넘치는 건 좋은 꿈이라고 한다. 증명된 건 없다. 변기물이 넘치는 꿈을 무수히 꿨지만 그때마다 크게 좋은 일이 생기거나, ‘대박’ 터진 일이 없었기에.


지난주엔 처음으로 물이 새는 꿈을 꿨다. 꿈에는 남편과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나왔다. 스무 살, 재수학원에 다녔을 때 친하게 지낸 친구다. 친구는 제주도에서 올라온 나를 ‘주도’라고 부르며 좋아했다. 그 시절,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울고 웃던 기억이 있다.     

 

결혼하면서 연락이 뜸했지만, 오랜만에 꿈에 나온 친구가 반가웠다. 꿈의 배경은 친구가 사는 동네였다. 친구를 만나러 갈 때마다 친구의 동네에 있는 백화점에서 만났었고, 꿈에서도 친구를 만나러 백화점에 갔다. 백화점 지하엔 영화관도 있었는데, 꿈속에선 맨 꼭대기 층에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로 올라가며 본 꼭대기 층의 뷰는 환상적이었다. 그런데 웬걸. 에스컬레이터에서 발을 딛는 순간 바닥에 물이 흥건했다. 천장을 살펴보니 물이 ‘뚝’, ‘뚝’, 흐르고 있었다. 신발은 물에 젖었고 절로 욕이 나왔다.^^    

  

친구는 뷰가 보이는 테이블에 앉아 있었지만, 나를 보더니 천장에서 물이 샌다며 집에 간다고 했다. 친구가 갑자기 떠나버리자 실망한 기분에 눈을 돌리자 신랑이 보였다. 신랑은 영화관에 앉아 항상 그랬던 것처럼 폰을 보고 웃고 있었다.     


꿈속 영화관은 노천극장처럼 돼 있었다. 밀폐된 공간도 아니었고 좌석도 따로 정해지거나 구분되지 않았다. 관객들끼리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거기에 왜 남편이 앉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는 사람이 있기에 반가웠다. 이내 뭔지 모를 영화가 시작됐다. 다들 영화에 집중하려 하는 찰나, 남편은 시끄럽게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게임인지 유튜브인지 모르겠지만 엄청 시끄러웠다). 꿈에서 얼마나 짜증이 났는지 남편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 옆에 있는 관객도 마찬가지였다. 남편의 폰을 ‘툭’ 치며 그만하라는 듯 째려봤다.
 

난 또 남편을 타박하며 “옆에 사람이 뭐라 하잖아. 제발 좀!”이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남편은  인성이 갑자기 파탄 난 건지, 얼굴에 철판을 깔고 휴대폰 소리를 크게 틀어 유튜브를 계속 봤다. 분노가 치민 나는 그 자리를 박차고 나왔고 분노가 가득한 상태로 꿈에서 깼다.    

 

평소 남편은 게임을 즐겨한다. 난 죽도록 싫어한다. 해본 적도 없고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연애할 때는 몰랐다. 남편이 게임을 이렇게까지 하는 걸.


같이 살면서 게임 때문에 자주 싸웠다. 난 게임하는 시간에 운동이라도 하라고 했고, 남편은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 창구가 게임이라고 맞섰다. 갈등이 깊어지자 우리는 게임하는 시간을 정해서 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는 약속처럼 들린다. 주말 내내 게임하는 뒤통수를 보면 후려치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꿈을 꾼 다음날, 퇴근하는 길에 친구에게 연락했다. 꿈 얘기를 하니 친구는 요즘 초1 딸 육아에 직장에 너무 힘들다며 자기가 힘든 걸 어떻게 알고 연락했냐고 물었다. 소름!! 그러고 우린 7월에 만나기로 했다. 남편의 귀가 간지러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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