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시술을 이달 말부터 한다. 과거에는 혼인신고한 법률혼 부부만 시술이 가능했다. 하지만 저출생 문제가 불거지고 2019년 4월 모자보건법이 개정되면서 그해 10월부터 사실혼 부부도 시술을 받게 됐다.
요즘은 결혼하자마자 혼인신고를 한 부부가 거의 없다. 혼인신고를 하면 소득이 같이 잡히기 때문에 청약 신청에 제한이 걸려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가 유리하다. 아이가 태어나면 비로소 혼인신고를 한다. 나 역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사실혼 상태에서 시술을 받으려면 몇 가지 서류를 챙기고 보건소에 가서 ‘시술결정통지서’라는 걸 떼야하는데, 시술결정통지서를 받으려면 각자의 가족관계증명서와 신분증, 혼인임을 증명할 수 있는 보증인 신분증 사본 등을 또 일일이 챙겨야 한다(하...).
문제는 가족관계증명서 발급일이 보건소에 방문하는 당일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두 명이 평일에 시간을 내서 같이 떼거나, 한 명이 배우자의 도장과 신분증을 챙겨 주민센터로 가서 위임장을 작성하고 가족관계증명서를 떼야한다. 절차를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땀이 ‘삐질’^^;;;
바쁜 남편을 대신해 내가 나섰다. 조퇴를 쓰고 4시쯤 주민센터에 도착해서 내 가족관계증명서를 뗀 후, 남편 증명서를 떼려고 대기했다. 써야 할 서류가 2장이었는데 같은 말 연속이었다. 신청자, 신청받은 사람, 위임받은 사람, 위임인, 각자의 주소 등을 여러 번 반복해서 쓰다 보니 슬슬 짜증이 났다. 마지막은 도장 찍기와 사인 휘갈기기로 마무리했다.
서류를 바리바리 챙기고 보건소로 갔다. 5시였다. 마음은 급하고 땀이 계속 났다. 15분을 걸어 보건소에 도착하니 또다시 작성해야 할 서류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혼 혼인관계 당사자의 보조생식술 동의서와 사실혼 확인보증서, 그리고 난임치료 시술비 지원 신청서 등이다(말도 어렵다).
난임 시술을 종류별로 회당 150만~400만원이 든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비싸다. 시술비 지원은 소득 앞에서 자른다. 기준중위소득 180%(월 소득 622만 2000원) 이하에 해당해야 하는데, 일반 회사에 다니는 맞벌이는 사실상 쉽지 않다. 저출생이 난리라고 하면서 시술비 지원에서 소득기준은 왜 폐지하지 않는 것일까. 다행히 서울시는 하반기부터 소득 기준을 폐지한다. 정부 차원에서 적극 앞장서야 한다.
시술결정통지서에는 어떤 시술을 받을지 체크하는 부분이 있었다. 당황했다. 신선인지, 동결인지를 선택하라는 건데 아마 비용 차이가 있어서 그런 듯했다. 병원에 전화로 물어보고 체크했다. 우리 부부처럼 지원을 못 받는 사람들도 이 부분이 필요한지 의문이다. 만약 ‘신선’으로 체크했다가 ‘동결’로 시술을 받게 된다면 다시 시술결정통지서를 떼야한단다. 시간이 금인데 누구를 위한 통지서인가.
더 큰 문제는 시술결정통지서를 시술할 때마다 떼서 병원에 제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통지서의 유효기간은 3개월이고, 사실혼 증명서의 유효기간은 6개월이란다. 6개월이 지나면 다시 주민센터에 가서 서류 작성하기를 반복해야 한다. 1차 시술에 실패하면 또 보건소에 와서 서류를 떼야하고. 안 그래도 힘든데 더 힘들게 하는 절차인 걸 왜 모를까? 보건소를 나오면서 생각했다. 정부가 저출생을 해결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