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JTBC 드라마 ‘킹더랜드’가 인기다. 방송 전 줄거리를 보고 인기 없을 줄 알았는데 벌써 시청률 10%를 돌파해서 적잖이 놀랐다. 워킹맘인 친한 동생은 ‘준호 앓이’다. 얼마나 재밌는지 궁금해서 한 번 봤다. 5, 6회부터 보기 시작했는데 굳이 1화부터 안 봐도 될 만큼 이야기가 단순하다.
재벌 2세 호텔 본부장 구원(이준호)과 호텔리어 천사랑(임윤아)의 사랑 이야기다. 전형적인 신데렐라 스토리다. 솔직히 2023년에 이런 이야기가 통할 줄 몰랐다. 재벌과 평범한 서민의 사랑이야기라... 이들을 괴롭히는 악역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향후 전개도 예상 가능하니 말 다했다.
요즘 시청자들의 수준은 높다. 과거에 물리게 봐왔던 신데렐라 스토리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근데 ‘킹더랜드’는 2023년에도 신데렐라 스토리가 흥할 수 있다는, 어려운 일을 해내고 있는 중이다.
매 회차를 차지하는 건 아이돌 출신 비주얼 배우 이준호-임윤아가 서로 바라보는 모습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두 사람이 서로를 응시하는 장면에 시간을 할애하며 두 배우의 비주얼적인 설렘 포인트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나도 앉은자리에서 5, 6회를 연속으로 봤다. 이상하게 둘이 있는 모습만 보면 그냥 미소가 나온다^^ 6회인가? 시장 뻥튀기 장면은 정말 유치했는데 ㅋㅋㅋ 설레 죽는 줄 알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렘이랄까??
‘킹더랜드’의 9할은 이준호-임윤아 두 배우다. 연출과 스토리는 구멍이 많고 오글거린다. 시대에 뒤떨어진 대사, 설정을 비롯해 두 배우의 투샷만 반복해서 보여주는 듯한 촌스러운 연출은 약점이다. 로맨스 드라마의 성공을 좌지우지하는 건 배우들의 케미다. 케미가 좋으면 실제 연인 같아서 시청자는 대리만족한다. ‘킹더랜드’의 이준호-임윤아는 미소 짓게 만드는 비주얼과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의 약점을 메우고 활기를 불어넣는다. 배우의 힘이리라.
이준호는 유치하고 느끼하기 짝이 없는 대사를 담백하면서 너무 무겁지 않게 소화하고, 임윤아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티격태격하는 장면을 보노라면 흐뭇하다.
사랑이 사라진 시대, 쉽게 휘발되는 사랑이 자리한 요즘, 드라마 업계에서도 로맨스물보다는 다양한 장르물이 훨씬 많다. 사랑을 소재로 해도 그 안에 스릴러나 여러 요소를 가미한 작품이 대다수다. 시청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질 대로 높아졌고, 먹고살기 바쁜 까닭에 ‘사랑’이라는 가치에 주목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킹더랜드’의 성공은 주목할 만하다. “오랜만에 기다려지는 드라마”, “이거 보려고 주말만 기다리며 일한다”, “드라마를 보면 그냥 행복하다” 등 시청자들의 평은 그동안 잊었던 드라마의 존재 가치를 알려 준다. 하나의 콘텐츠가 삶에 어떤 좋은 영향을 끼치는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