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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ASIS OFFICE Sep 12. 2018

아무것도 하지 말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잘 하는 것이다

유럽에서 돌아와 만인의 꿈인 한량이 되어 몇 달을 보냈다. 운동을 한다는 핑계로 집 앞 공원을 돌았지만 운동이 되지는 않았다는 걸 안다. 책을 읽고 교양을 쌓는다고 도서관과 서점, 전시회를 다녔지만 티끌 하나 쌓인 게 없다. 그렇게 시간이 갈수록 조바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량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그래서 진정한 우리의 꿈은 건물주인가.



무슨 일을 해볼까 이것저것 계획을 세웠지만 계획은 인간이 세우는 게 아니었다. 날마다 밥만 축내고 몸은 썩어가고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생각의 끝에 작업실이란 것이 있었다. 핑계대기에 그만이다.



"그래 우선 값싼 곳을 얻어 작업실을 하나 차리고 거기에서 이것저것 좀 해보자!"

"그런데 그 작업물이란 게 돈을 만들지 못하면 어쩌지?"
"그럼 그냥 월세만 벌 정도로 가볍게 커피랑 그딴 거 좀 만들어서 슬슬 팔자"

"나 장사하기 싫은데..."
"아무것도 하지 말자"




직접 망치와 톱을 들고 공사한 두번째 가게




어느덧 온몸을 팔아 공사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돈을 많이 들이면 또 애착이 생기고 그럼 쉽게 정리할 수 없으니 최대한 저렴한 비용으로 공사 하자는 계획이었다. 그러려면 직접 공구를 들고 몸으로 때우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나고 공구상들만 즐비한 어느 골목 음침한 건물 2층에 우리의 첫 번째 작업실이자 두 번째 가게를 오픈했다. 


"그래 이번엔 살살하자"

"구석이라 어차피 사람도 별로 안 올 거야"




첫 번째 가게가 그랬듯 두 번째 가게도 공사를 하던 어느 날 저녁 충동적으로 (가) 오픈을 했고 친구들 몇몇이 다녀갔다. 그리고 다음날엔 평소에 안면이 있던 인근 음식점 사장님들이 다녀갔다. 3일째 되던 날 오픈을 직전 2년 전 첫 번째 가게에서 겪은 것을 똑같이 경험했다. 문 앞에서부터 계단 밑까지 줄이 이어져 있었다.



사실 두 번째 가게는 정식 오픈을 하지 못한 채 1년여 만에 문을 닫았다. 

우리는 지금도 얘기한다. 

아직 정식 오픈도 하지 않은 가게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찾아주었고 지금도 찾고 있다고.










tip. 
손님은 찾아가는 게 아니라 불러와야 한다. 

그만큼 매력을 갖춘 가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매력은 사람일 수도 있고 메뉴일 수도 있다. 

인테리어는 가장 나중이다.
매력적인 가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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