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도 현실도 내 마음속에
창업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묻는다.
"얼마가 있어야 가게를 하나요?"
그럼 되묻는다.
"얼마를 벌고 싶으신가요?"
또 다른 이가 묻는다.
"인테리어 비용이 대략 얼마나 나오나요?"
또 되묻는다.
"어떤 인테리어를 하실 건가요?"
가게를 여는데 들어가는 비용 중 가장 큰 부분이 인테리어다.
카페의 경우엔 커피머신이나 오디오 시스템, 가구 등의 사양에 따라서 비용이 천지차이다. 대부분의 경우에 사진 몇 장을 보여주며 '이런 스타일로 하고 싶어요' 한다. 당연하다. 그런 스타일로 하고 싶으니까.
우리는 영세 자영업자들이 망하지 않는 가게를 했으면 하는 한다. 누구도 그런 계획으로 시작하지는 않지만 계획과 다르게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고 세상이더라. 그렇다면 적어도 실패의 요인은 최소화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내가 원하는 가게'를 그리는 것이다.
궁금증보다는 막연함이 넘치는 창업 준비자들에게 나는 묻는다.
"어떤 가게를 하고 싶으신가요?"
여기서 어떤 가게란 '30평에 통유리가 있고 화이트 앤트 체어가 있고 가게 안에 화분이 가득한 가게'가 아니다.
'점심때 50인분, 저녁에 삼겹살 50킬로, 맥주 4짝을 파는 가게'가 아니다.
'매일 아침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오는 가게 앞 원룸에 사는 여자 손님이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보는 앉아있는 가게',
'콩국수를 좋아하시는 할머니를 위해 손자가 함께 와서 가위로 할머니의 콩국수를 잘게 잘라주는 가게'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남자 회사원 3인이 달달한 바닐라라테를 시켜놓고는 셋이 나란히 창가 자리에 앉아서 점심시간 내내 각자 음악을 듣고 있는 가게',
'출근하면 내려져 있던 블라인드를 올리고 Bruno Major의 음악과 함께 화분에 물을 주고 있는 내가 운영하는 가게'.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하고 싶은 가게'에는 대부분 사람이 빠져 있다.
어떤 사람이 오고 그 사람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떤 마음으로 그곳을 즐기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건강한 음식을 준비한 곳은 식욕을 충족시키면서도 건강할 수 있다는 위안을 주고, 모든 재료를 손수 준비한 가정식 백반을 준비한 곳은 타지 생활에 지친 이방인들에게 고향의 향수를 느끼게 한다. 조용한 음악이 있는 카페는 늘 소음 속에 사는 도시인들의 귀를 쉬게 하고, 정통 이태리 피자를 화덕에 구워 준비한 레스토랑은 몇 년 전 피렌체에서 본 두오모를 떠올려준다.
돈 잘 버는 가게는 손님들이 좋아하는 곳이다.
천편일률적인 공산품 같은 가게는 매력이 없다. 그저 필요에 의한 상품만 있을 뿐이다. 우리 같은 영세자영업자들은 대량 생산과 완벽한 시스템이 만들어낸 상품을 절대 이길 수 없다. 우리가 그들을 이길 수 있는 건 그들보다 가까운 손님과의 거리다. 우리는 사람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것이기에 우리가 꿈꾸는 가게에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내 가게를 꿈꾸는 사람들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나는 어떤 가게를 그리고 있는지.
내가 그리는 가게의 하루, 일주일, 한 달, 일 년을 떠올려보자.
그 속의 나는 어떤 모습이고 나와 내 가게를 찾은 수많은 사람들은 어떤 모습인지.
가게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는 말이다.
tip.
최근 음식점을 준비하는데 가장 중요한 3요소는 음식, 사람, 인테리어다.
이 세 가지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기도 하고 장점을 단점으로 만들기도 한다.
간혹 그중 하나만으로 장사가 잘되는 집을 발견한다.
하지만 내 생각에 그렇게 되기 위해선 상당한 운이 필요하다.
우리가 운을 믿고 장사를 시작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우리는 세 가지 모두를 잘해야 한다고 말하고 또 그렇게 준비한다.
SNS가 가장 큰 홍보수단이 된 요즘, 인테리어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한다.
그리고 찾아온 손님들을 다시 부르는 것은 음식과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