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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트밀니트 Dec 13. 2023

터닝포인트가 되었던 ‘독감’



231210 다산생태공원. 팔당호를 바라보며



11월 한 달 내내 기침이 심했다.





목감기가 한번 걸리니 도무지 떨어지지를 않아


주말마다 이비인후과 진료를 봤더랬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독한 약을 먹게 되었고.


한 달 내내 항생제를 먹었다.







지금에 와 고백하자면


기침보다 더 걱정이 되었던 건 바로


‘무기력증’이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 시점 이후


갑자기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졌었다.







처음엔


단순하게 계절이 바뀌어서라고 생각했다.



날씨 따라 계절 따라 


좌우되는 기분인 걸 알고 있기에


잠시 지나가는 감정이라 생각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적응하는 중이구나


공사 때문에 내가 많이 지쳤었구나


최근 들어 술을 많이 마셔서 몸이 무거워졌구나


이러다 말겠지















사실은,


아주 깊숙한 기저엔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현타’가 깔려 있었다.











블로그를 한다고 해서, 글을 쓴다고 해서


정말 내 인생이 바뀔까?



혼자 헛발질하며 애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뜬구름 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냥 다른 공단 채용 시험이라도 준비할까.










자신만만했던 초반과는 상반되게,



부끄럽게도


이런 생각들을 계속하면서


스스로를 무시하고 불안해했던 것 같다.







안 좋은 생각을 하니 


무기력증은 점점 더 심해지고


누워만 있으니


몸 컨디션은 점점 더 떨어졌고



블로그, 글쓰기 모두 멀어졌다.










카페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다 집에 간 적도 있었다.











정말 부끄럽게도


모든 게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와중에 진단받은 A형 독감.


릴레이로 아이도 독감 진단.



5일 간 집에서 아이랑 지지고 볶으면서 지냈다.


아픈 몸으로 아이까지 간호했다.







막연한 내 미래를 걱정할 새도 없이


열 체크하고, 약 먹이고, 밥 먹이고, 놀아주고


엉망이 된 집을 아무 생각 없이 정돈하고.



그런 하루하루가 반복되어 지나갔다.











5일간 잠옷만 입고 집에서만 지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오히려


이 시간들이 불안감을 내려놓고


현재에 집중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니


오히려 생각이 정리 정돈되는 아이러니!






아.


인생이란 게 


늘 시리어스 하게 머리 싸매며


고민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때로는 아무 생각 없이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길을 찾을 수 있겠구나






아주 중요하고도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모든 걸 다시 시작한다.



아무 생각 없이


내가 지금 당장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것에 다시 집중하고 있다.



스물셋 시절 내 삶의 모토처럼.







‘매 순간에 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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