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트밀니트 Feb 14. 2024

아등바등이 하기 싫어졌다.

두서없이 주절주절 풀어보는 내 마음

 내 방황이 마무리되었냐 하면 한창 현재진행형이다. 악화된 우울감이 원인인지, 시기상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건지, 둘 다인 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내 몸과 마음이 원하고 있다. 아직은 좀 더 쉬고 싶다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정말 아~무것도 하기 싫다고.


 그동안 나는 나 자신을 얼마나 혹사시켰던 걸까. 사실, 작년의 나는 블로그고 뭐고 제쳐두고 제대로 쉬어줘야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여전히 제대로 쉬는 방법을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지금도 어딘가 출근해 일해야만 할 것 같은 찜찜함이 나를 감싼다. 지독한 관성이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일복이 많았다. 아니, ‘터졌다’. 대학 졸업 후 바로 발령받아 일을 시작해 작년 퇴사 전까지 약 14년 동안 늘 바빴다. 발령받은 부서들은 늘 힘들고 바쁘기 짝이 없었다. 거기다 주경야독으로 늘 일과 공부를 겸했다. 쉬는 날은 또 다른 ‘몰두’로 가득했다. 놀 때도 정말 ‘열렬히’ 놀거나, 그 시간마저도 자기 계발에 여념이 없었다. 심지어 육아휴직 때는 첫 아이를 키우는 동시에 휴학했던 대학원에 복학해 논문 쓴다고 바빴고, 대학원 졸업 후엔 신사업 부서에 복직해 도움 없이 육아하며 원주까지 출퇴근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무엇을 놓치고 있었던 걸까.


 이런 바쁨들이 한때는 내게 성장의 기쁨을 주기도 했다.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내 모습에 스스로 대견했고, 사람들의 인정은 내 자존감을 충족시켰다. 바닥부터 시작해 내 손으로 끌어올린 성과들에 뿌듯했다. 그런데 이런 애씀도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내 몸과 마음에 부담이 되기 시작하는 동시에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퇴사하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니, 아무것도 아닌 나만 남았다. 내 삶에 ‘몰두’가 사라지고 나니 ‘무기력’과 ‘방황’만이 남았다. 내가 뭘 위해서 그렇게 아등바등 열심히 살았었나, 나만 손 놓으면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내가 되는데!


카페에서 멍 때리는 중


 내가 뭘 하고 싶고 뭘 해야 하는지 이전에, 애초에 뭘 하기가 싫어졌다. 다시 일어나려면 정말 원 없이 푹 쉬어줘야 하는 데 그 방법을 정말로 모르겠다. 다시 시작하기 위해 푹 쉬어줘야 한다는 것 또한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아니, 뭘 어쩌라고! 그래서 요즘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멍 때리는 게 일상이다. 남편은 이런 자유시간을 즐기라고, 내가 마냥 부럽다고 하는데 내 마음은 영 편하지가 않다. 내 안에서 곪아 터지기 전에 지금이라도 쉬어주게 된 걸 다행이라 생각해야 하는 걸까, 잘 나아가고 있는데 괜한 객기로 브레이크를 건 것은 아닐까. 끝없이 이어지는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를 자꾸 매몰시킨다. 저 땅굴 끝에 꼭꼭 묻힌 것만 같다. 이 시간이 끝나면 나는 다시 열정적인 사람이 될까? 아니면 이렇게 루즈하게, 침몰된 채로 계속 살아가게 될까? 아무것도 안 보이는 안갯속을 떠돌아다니는 중이다. (한 가지 안도할 수 있는 사실은 전 직장은 절대 답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래도 나는 중장기적으로는 여전히 나를 믿는다. 이 시간도 결국 언젠간 끝날 거고, 다시 내 인생의 운전대를 잡을 거라는 것.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런 시간이, 이런 고통이 꼭 필요하다는 것. 지금껏 바쁘게 사느라 놓쳐버린 중요한 ‘무엇’을 찾는 중이라는 것. 사춘기에 제대로 겪지 못했던 방황을 지금에라도 겪고 있는 것. 지금 당장 눈앞의 성과보다 이런 시간을 제대로 겪어내야 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나는 안다. 오늘도 역시 글을 써보길 잘했다. 지금 이 시기가 내 인생을 통틀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를 깨달았다.


  그러니 아등바등 애쓰지 말자. 순리를 거스르며 뭔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순리를 따라가 보자. 마음껏 방황하며 이 시간을 겪어내 보자.

작가의 이전글 몸과 마음 재정비 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