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병 말기
하늘에도 마음에도 우울함이 잔뜩 낀 월요일
출근해서 퇴근시간인 5시 30분까지 한 일이라곤
일하기싫다는 내용이 가득 담긴 메신저를 두들기는 것 뿐이지만
그래도 지독하게 우울하다.
날씨때문인 것 같기도하고
일부는 주말간 잘되지 않은 소개팅과
참석해야만 해서 갔던 최근 몇개의 결혼식과
불확실한 나의 미래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29살이 되어있을 쯤엔 어른일 줄 알았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친구 방에 누워
도란도란 얘기를 하던 우리는 27살의 멋진 어른을 꿈꾸었다.
나름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겠다며
24살엔 대학 졸업을 할거고, 왜냐하면 휴학하고 좀 놀기도 해야하잖아.
그리고 25살엔 취업을 하지 않을까?
27살엔 돈도 모으고 자취도 하고 차도 있을 것 같아.
그럼 우리 꼭 옆집에 살면서 재밌게 자취하자.
그 친구와는 물론 현재 연락이 되지 않는다.
17살의 내가 세웠던 큰그림 안에서
어느 정도 나는 흘러가고 있는 듯 하긴 하다.
벤츠는 아니지만 차도 있고
만족할만한 직장인지는 모르겠지만 회사도 다니고 있긴 하다.
사실 차도 회사때문에 억지로 구입한 거긴 하다.
하지만 역시 난 멋진 어른은 아닌 것 같다.
대학생 신입생이 10년전이라는 아득한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나는 아직도 유아적이고 의존적이고
미래에 대해 고민을 5분쯤하다 그만둔다.
고민을 하는 건 정말 머리 아픈 일이니까
회사에 입사한지도 어느덧 6년차다.
그러고보면 내가 고등학생때 그렸던 그림보다는
빨리 사회인이 되긴 하였네
이젠 사회초년생이라고 말하긴 민망한 연차가 되었지만
회사에서는 아직도 허둥지둥
입사 3, 6, 9년차가 퇴사욕구가 가장 큰 때라던가
그래서인지 올해들어 부쩍 좋아진 워라밸에도
만족할 줄을 모르고 퇴사염불을 외고 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