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트밀리 Jun 25. 2021

12. 따뜻한 위로, 따가운 위로

누구보다 엄마가 되고 싶은, 주변의 위로와 나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

언젠간 웃으며 돌아볼 난임 이야기입니다. 저와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분들이라면 경험을 나누고 함께 공감하고 싶습니다. 주변에 난임을 겪고 있는 이웃의 지인 분이라면 그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소중한 생명을 기다리는 모든 분들의 임신 성공을 기원합니다.

나는 참 생각이 많다. 생각이 많은 나만의 이유는 가장 합리적인 결정을 하고 싶어서인데, 아침으로 빵에 딸기잼을 바르기 전 오늘 오후의 식단에 과일이 많이 있으니 야채 조금과 치즈만 넣고 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남편과 여행 한번 갈려 치면 엑셀로 여행지에 대한 계획 A, B, C 안을 짜 놓고 결재를 받는다. 참 쓸데없는 일들에도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 내 머릿속은 쉴 틈 없이 돌아가곤 한다.

그런 나에게 임신과 관련된 결정은 정말 큰 문제였다. 비록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몇 개 없었지만 그 안에서 이렇게 해야 할지 아이를 위한다면 저렇게 하는 것이 나은 건지 참 많이도 고민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답정너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내 나름의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 머리를 데굴데굴 굴리며 주변의 의견을 묻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결정이 떠오르고 결국 나는 내가 생각한 결정에 따른다. (남편과 지인 여러분 미안하고 사랑합니다.)


얼마 전, 자연임신 시도를 중단하고 보조생식술로 넘어가기 전의 이야기다. 인공수정을 할까 시험관 시술을 할까 정말 고민이 됐다. 내 몸상태는 두 가지 모두 확률이 높아 가능한 상태였고, 두 시술의 장단점과 예상 결과는 익히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고민이 됐다.


절친한 친구 두 명에게 각자 의견을 물었다. 신기하게도 둘의 대답은 전혀 달랐다.


-친구 1-
네가 얼마나 아이를 원하는지, 실패하면 얼마나 속상해할지 그 마음을 이해해.
조금이라도 성공률이 높은 시험관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친구 2-
시험관 시술이 성공률이 높다지만 너의 몸이 힘들잖아. 너의 몸을 생각해야지.
그나마 덜 힘들다는 인공수정을 먼저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두 친구는 모두 아이는 있고 난임센터까진 가지 않았지만 어렵게 임신이 된 공통점이 있었다. 그런데 둘의 의견은 너무 달랐다. 개인 의견이야 다를 수 있고 결과는 달랐지만 각 선택에 대한 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졌다. 내 마음을 헤아려주는 친구와 내 몸을 생각해주는 친구 모두에게 고마웠다. 결정은 결국 답정너인 내가 했지만, 그녀들의 예쁜 마음 덕분에 내가 하는 모든 시술에 긍정적이 되었다.

그 외에도 나의 소식을 알고 있는 몇 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저렇다 말은 하지 않지만 어느 날 집으로 도착한 포도즙과 유산균이 그렇고, 신나게 웃으며 친구들을 만난 날 귀가 후 내 글을 읽고 밤늦은 시간에 '이런 문자 네가 싫어할 수도 있지만.. 너의 마음을 몰라 그동안 미안했어. 힘들면 언제든 연락해'라며 보내온 친구의 문자메시지가 그렇다.


난임이란 것이 위로를 받아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가끔 들지만, 내 노력에도 아이가 찾아오지 않는 것은 분명 나에게 슬픈 일이기에 내 슬픔을 이해해주고 마음을 보듬어주고 응원해주려는 주변의 말과 행동은 내가 다시 힘을 내고 웃으며 노력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마음이 넉넉해지는 참으로 따뜻한 위로다.


그런데 가끔은 묘하게 불편한 위로가 있다. 나의 난임을 걱정해주는 듯하면서 자신의 상황을 자랑하는 듯하는 느낌의 위로이다. 어쩔 수 없이 휴가를 사용해야 하는 일이 많아 양해를 구하기 위해 아주 친하지는 않은 직장동료에게 현재 상황을 말했다. 그녀도 업무적으로 꽤 도움을 주어 고마웠고 병원진료 후 시술 결과 소식 등을 전하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녀와 임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과도하게 나의 성공을 장담했고 시작은 나의 걱정에서 시작했으나 결론은 어려움 없이 20대에 아이를 낳았던 그 시절의 자신을 칭찬하는 이야기로 끝나곤 했다. 자신이 먹었던 음식, 몸의 상태, 아이 생기는 자세, 산후조리 방법 등을 알려주며 때때로 '너처럼 그렇게 하면 안 좋다. 나처럼 해봐라 요롷게~!'라며 나에게 강요(?) 하기도 했다.


내가 전에 말한 못된 심보로 마음이 베베 꼬여있어서 그런가라고 생각도 해봤지만 그러기엔 그녀가 했던 말들 중 내 친구들에게도 '임신 잘되는 방법'이라며 들은 똑같은 노하우도 있었다. 친구의 말은 메모장에 적어둘 정도로 고맙고 유용하게 활용했다. 그냥 직장이라는 단어 자체가 나에게 부정적으로 다가와서 그런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긴 했다.


하지만 내가 내린 결론은 같은 말과 같은 행동을 해도 그 사람의 진심에 따라, 내가 그 사람에 대한 마음에 따라 느끼는 것이 다른 것 같다. 어떤 단어를 사용해 어떤 말을 하냐 보다는 나에 대해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사람의 말은 따뜻하다.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지 않는 사람의 말은 오히려 내 마음을 따끔하게 찌른다. 내가 마음을 놓고 편한 사람이 해주는 행동은 따뜻하다. 내가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해주는 나에 대한 걱정과 행동은 날 따끔한 가시방석에 앉게 만든다.

만약 당신이 누군가의 지인이라면, 이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일 바에 아무 소리도 안 해주겠다 싶을 수도 있겠다. 혹시 주변에 난임으로 슬퍼하는 지인이 있다면 진심으로 그들이 잘 됐으면 좋겠고 마음을 주는 사이라면 어떠한 위로도 괜찮다. 그들은 어떤 어설픈 말에도 진심을 느끼고 위안을 받을 것이다. 단, 진심이 아니라면 아주 짧은 한마디도 그들에게 날카로운 비수가 될 수 있다. 말을 아끼는 편이 그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가 될 것이다.


난임부부들은 때로 고민한다. 내 상황을 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하지. 나 역시도 고민했다. 가족, 친구, 동료? 가족이라면 친정, 시댁, 친척들? 그것에 대한 나의 결정은, 진심으로 '나와 나의 남편'을 생각해주고 내가 마음 편한 사람들까지다. 조금이라도 마음이 불편한 사람은 어떤 말을 들어도 불편한 위로가 될 것이다. 마음 편하게 내가 좋아하고 나를 향한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받자. 지금은 우리부부가 가장 소중하고, 우리의 마음이 편한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



사람들은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할 권리가 있지만

또한 듣고 싶은 말만 들을 권리도 있어요.

난임은 채찍질로 강해져 이겨야만 하는 위기상황이 아니에요.

따뜻한 말들로 위안받고 좋은 기운으로 힘을 내고 누군가의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로

다시 또 힘차게 걸어 나가는 행복을 위한 과정입니다.

나의 행복을 빌어주는 좋은 사람들과 예쁜 말만 기억해요.

곧 태어날 예쁜 아이를 위해서요.








 




     

   


매거진의 이전글 11. 난임부부의 미디어 활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