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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banii Aug 31. 2018

평화학 공부하기@Innsbruck

인스브루크는?

마지막 글을 올리고 4개월여 만에, 게다가 그 글도 그 전 6개월을 건너뛴 후에 쓴 것인데, 이렇게 다시 브런치에 글을 올리려니 어색하기 짝이 없다. 제대로 써보겠다고 다짐했던 다람살라 이야기를 마치지도 못한 채, 이제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평화학을 공부하는 이야기를 쓰게 된 것도 쑥스럽기 짝이 없다. 몇 분 안 계시지만 구독을 신청해 주신 분들께도 뭔가 죄송스러운 느낌적 느낌...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오스트리아 생활은 현재 진행형이니까, 산티아고 이야기나 다람살라 이야기보다는 훨씬 생생하겠지요 라고 위로의 말을...(이 상황에 위로가 맞는 것인가?)

아무튼, 지난 4개월 동안 내 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오스트리아 서쪽의 작은 도시 인스브루크에 와서 인스브루크 대학의 평화학 석사과정을 밟게 되었고, 무사히 1학기를 마치고 방학에 돌입했다. 참고로 인스브루크 대학은 오스트리아에서도, 유럽에서도 나름 명문이라고 합니다. ^^ 명문인 학교는 처음인데~ 이 과정은 총 4학기이고, 마지막 학기는 논문 학기이기 때문에 정확하게는 3학기만 학교를 다니면 된다. 2004년에 처음 시작된 이 과정은 10주의 온라인 과정+8주의 출석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온라인 과정도 결코 쉽지 않고, 출석 과정도 강도가 세다. 어지간해서는 지치지 않는 나도 마지막 주에는 녹초가 될 지경이었다. 이 연재는 인스브루크 대학의 평화학 과정을 소개하는 것도 포함하고 있지만, 인스브루크를 비롯한 유럽 각 지역(물론 내가 가게 되는 곳들)을 다니며 느끼는 것들과 평화에 관련된 이야기도 하려고 한다. 내가 왜 평화학 공부를 하게 되었는지도 포함해서.

첫 시작인 만큼 가벼운 마음으로 인스브루크를 소개하는 정도로 글을 쓰려고 하는데, 사실 인스브루크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다. 학교에 갇혀서 공부만 하느라고 돌아다닐 틈이 없었다는... ㅡㅡ;;; 인스브루크는 알프스 산맥 자락에 위치해 있고,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 국경과 매우 가깝다. 인스브루크는 Inn + Bruck로 구성된 단어로 Inn은 이곳을 흐르는 에메랄드색 강의 이름이고 Bruck는 다리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도시 이름이 '인강의 다리'라는 뜻인데, 솔직히 그다지 인상적인 이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알프스 산을 이용한 겨울 스포츠가 발달해 있고, 인강에서 래프팅 같은 수상 스포츠도 활발하게 하고, 자전거 도로도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어서 활동적이고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천국인 것 같다. 동계올림픽도 2회나 개최했다고 한다. 이런 인스브루크의 환경이 꽤 매력적인 모양이어서 우리 학교의 독일 친구 하나는 이 도시와 산이 너무 좋아서 대학을 인스브루크로 진학했다고 한다. 도시 전체로 보면 그렇게 전통적인 느낌이 많이 나지는 않지만 구시가지에는 마리아 테레지아 개선문이나 중세시대의 건물이 남아 있어서 관광객들도 많다. 여기 사는 친구들은 중국인 관광객이 엄청 많다고 증언. 개인적으로 오스트리아는 처음인데, 여기 오기 전에 들렀던 뮌헨보다는 외국인에게(랄까?) 더 친절한 느낌을 받았다. (뮌헨에서 자전거 도로 위를 모르고 걷다가 독일 할아버지한테 욕먹어서 그런 것이 아닌 것은 아니다... ㅡㅡ)

여름 날씨는 30도 전후인 듯한데, 일교차는 크다. 그리고 여기도 올해는 전 세계적인 폭염의 영향으로 꽤 더운 날이 있었다. 다만 지형 탓인지 그다지 습하지 않아서 불쾌 지수는 높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과도한 숙제로 인한 스트레스 지수가 매우 높았지만... ㅡㅡ 흔히 미디어에 소개되는 것처럼 유럽의 도시답게 아름답고 깨끗하다. 이곳에서 Nordkette라고 부르는 알프스 산자락도 아름다운 풍경의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내가 처음 도착했던 날은 그다지 좋은 인상을 받지 못했는데, 뮌헨에서 기차를 타고 오는 동안 점점 높은 산이 앞뒤로 막고 있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진 데다가, 도착 후에 바라본 산의 모습도 너무 높아서 위압적이었다. 얼마 전에 알게 된 건데, 조금 더 비싼 기차를 타면 산 아래가 아닌 중턱으로 오게 되는데 풍경이 멋지다고 한다. 그걸 탔으면 이미지가 더 좋았을까? 역시 돈이 문제로구나... 

사실 인스브루크도 유럽 다른 도시처럼 물가가 결코 싸지 않다. 음식점의 가격이나 식재료도 3년 전 갔던 스페인에 비하면 훨씬 비싸다. 물론 스페인은 유럽에서도 싼 편이라고 하니까... 그래도 서울과 비교하면 비슷하거나 좀 더 싼 것 같기도 하다. 월세는 한국과 비슷한 것 같고, 마트에서 장보는 비용은 좀 더 싸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기숙사를 벗어난 지 2주도 채 되지 않아서 아직 물정을 모르므로 그냥 짐작일 뿐이다. 다만 교통비는 훨씬 비싸다. 버스 한번 타는데 2.4유로로 우리 돈 3000원이 넘는다. @@ 그래도 다회용을 사거나 월권 같은 걸 사면 엄청 싸지기는 하는 듯. 처음엔 멋 모르고 계속 2.4유로짜리 티켓을 샀는데, 나중에야 8회용 티켓을 14.8유로에 파는 걸 알고 무척 아까웠다. 이렇게, 얼렁뚱땅 인스브루크 생활에 적응해 가고 있...는데 다음 주엔 포르투갈을 간다. 혹시라도 계실지 모르는 구독자님들(50분 넘게 구독 중이신데, 내가 너무 글을 안 올려서 다들 잊으셨을 듯..), 포르투갈 얘기도 궁금하시면 계속 놀러 오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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