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포트 존 벗어나기와 당신의 책임
얼마 전 우연히 유튜브에서 본 어떤 영상에서 외국인이 "컴포트 존을 벗어나는 것(getting out of comfort zone)이 쉽지 않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듣고 인스브루크에서의 경험이 떠올랐다. 기억이 난 김에 내가 아는 컴포트 존의 의미가 맞는지 찾아보니 대략 이런 설명이 나온다.
"컴포트 존(comfort zone)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기온이나 바람 등이 아주 적당해서 우리 몸이 편안함을 느끼는 안락지대와 같은 익숙하고 편안한 상태를 의미한다."
소위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것을 창시한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슨이 단순이 1만 시간을 쓰기만 해서는 안되고, 자신의 컴포트 존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을 강조하면서 함께 유명해진 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그림이 설명에 사용된다. 자신이 안전하게 느끼고 통제할 수 있는 컴포트 존을 벗어났을 때 처음에는 공포를 느끼지만, 배움을 얻게 되고, 결국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스브루크에서의 그림은 조금 다르다. 컴포트 존을 벗어나서 자신을 확장하는 것은 갈등 활동가로서 반드시 요구되는 일인데 이때의 확장은 컴포트 존(comfort zone) -> 톨러런스 존(tolerance zone or OK for Hero zone) -> 노고 존(no go zone)의 순서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이 구분보다 좀 더 중요한 그림이 등장한다.
컴포트 존에 머물러 있다면 마법이 펼쳐지는 것을 결코 경험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 중요한 것은 컴포트 존을 벗어나는 모든 선택은 당신이 하는 것이며, 결과는 당신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요즘 유행한다는 군대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소식을 접하면 인스브루크에서 네이티브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했던 오스트리아 군대와의 협력 프로그램이 떠오른다. 특전사나 UDT가 등장하는 그 프로그램처럼 바닷물에 머리를 처박게 하거나 하는 가학적인 행위는 당연히 없었지만, 그리고 그것을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일도 없었지만, 네이티브 챌린지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극한을 경험하게 하는 프로그램이기는 했다. 그리고 그렇게 힘이 드는 순간마다 우리는 각자 한 장씩 가지고 있는 레드카드를 떠올리곤 했다. 네이티브 챌린지에서 레드카드는 opt out, 즉 그 프로그램에서 빠져나오겠다는 의사의 표시다. 학생들은 누구라도 이 카드를 쓸 수 있고, 이 카드를 썼는지 아닌지는 전혀 평가와 상관없었다. 레드카드를 나누어줄 때 듣게 되는 이야기는 이 프로그램에 계속 참여할 것인지 아닌지는 온전히 우리 자신의 결정이고, 책임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컴포트 존을 벗어나 마법이 펼쳐지는 경험을 하게 될 수 있을까?
내가 첫 학기에 물이 너무나 무서워 포기했던 래프팅과 수영 프로그램에 세 번째 학기에 마침내 참가해서 끝까지 마친 후에 볼프강은 내게 "네가 자랑스러워. 지금 너는 어제의 너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야. 누에고치에서 벗어난 나비가 된 거야."라고 말했다. 마법 같은 순간이었다.
돌이켜 보면, 인스브루크 대학을 가겠다고 마음먹었던 순간, 원서를 내고 합격 통지를 받았던 순간,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택시를 타고 학교에 도착했던 순간, 모든 순간이 마법이었다. 컴포트 존을 벗어난 모든 순간들.
* 사진은 첫 학기 네이티브 챌린지 때 내가 속한 조(squad)의 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