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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벳 Dec 22. 2023

팔방미인이라는 덫

어설픈 다재다능이 주는 한계


“넌 팔방미인이야. “

어릴 때부터 자주 들었던 말이다. (잠시 셀프 칭찬 시간에 들어간다. 조금만 참아주시길) 눈에 띄게 예쁜 외모는 아니었지만, 반짝이는 눈을 가진 호기심 많은 아이였다. 여러 가지에 관심이 있어 책 읽기를 좋아했다. 역사, 세계사를 좋아해 한동안 고고학자를 장래희망에 써넣었다. (수능 선택 과목이 세계사였을 정도)


중학교 때도 취미로 미술을 배웠고, 만화를 좋아해 만화동아리에 들어가 정기 연재물도 냈다. 피아노로 연말 발표회의 마지막 무대를 자주 담당하기도. 우등생으로 나름 공부도 잘했고 초, 중, 고 내내 반장을 도맡았다. 따로 학원수업과 과외를 받지 않았지만, 내신과 논술, 면접으로 대학교 수시에 합격했다. (자기 자랑 끝! 참고 읽어 준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다른 이의 칭찬과 주목을 받는 게 좋았다기보다, 그저 하고자 함에 재미를 느꼈다. 나름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기에 더 할 맛이 났겠지. 요즘은 팔방미인 대신 엄친아라 한다지. 그래. 난 동네에서 또래 친구들을 괴롭게 하는 엄친아였다.


팔방미인 (八方美人)

어느 모로 보아도 아름답거나 모든 분야에서 두루 뛰어난 사람을 의미한다. 주로 다방면에 재능이 많은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여러 가지 효능을 가진 물질에 빗대어 쓰기도 하며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하고 온갖 일에 손을 대는 사람.
(출처 : 네이버 사전)


전에는 팔방미인을 다재다능한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했다. 요즘은 살짝 비틀어, 이리저리 기웃대며 다양하게 일을 벌이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한다. 여러 다양한 분야를 넓고 얇게 발을 담그지만 깊이가 없다. 프로페셔널이 아닌 아마추어라고 할 수 있다. 아마추어일수록 아는 척을 하고 훈수, 조언을 많이 한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어설픈 지식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사부작거리며 디지털 캘리그래피와 드로잉을 끄적이고 책을 읽는다. 최근에는 브런치에 합격, 작가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글 쓰는 사람이 되었다. 새로움을 계속 추구하고 있는 걸 보면,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성향은 여전한 듯.


꽂히는 일엔 앞뒤 가리지 않고 금세 빠져든다. 누가 말려도 신경 쓰지 않고 깊이 빠져서 몰입한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계속할 듯한 열정은 어느새 사라지고 ‘그래 이제 됐어 충분해.’라고 멈추어 버린다. 이를 증명하듯 지나온 시간의 흔적이 담긴 도구들이 책장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난 새로움에 도전하고 작은 성과를 누리는 기쁨을 추구하며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다. 처음이라도 성과를 손쉽게 이루어냄에는 배우는 눈썰미와 쌓인 경험이 있기에 가능하다. 그렇지만 본격적인 시작은 이제부터. 통과해야 하는 난관과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이를 지나가며 비로소 진정한 성장이 이루어진다.


사진 출처 Unsplash


알고 있음에도, 내겐 버티고 견디어 낼 수 있는 용기와 결단이 부족했다. 그래서 작은 성공을 선택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불안을 마주할 수 있는 힘이 부족했다.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연단, 인고의 시간을 지나갈 자신이 없었다. 이만하면 참 잘했어 스스로를 칭찬하고 대견해했다. 앞으로 다가올 어려움과 실패와 마주하고 싶지 않기에 적당한 핑계가 필요했다. 이제 흥미가 없어, 여기까지면 충분해라고 하지만, 실은 고난과 실패를 온전히 마주할 용기가 없었던 것이다. 




그동안 삶에 함께 하고 있던 회피하는 태도는 글쓰기를 만나 여실히 깨어지고 있다. 글쓰기에는 요령이 없다. 한 자리에서 엉덩이를 붙이고 우직하게 꾸준히 써나가야 한다. 쓰는 시간이 아니더라도 계속 글에 관련한 영감을 생각해야 한다. 순간순간 기록을 남기며. 단기간에 잘할 수 없고 작은 성공을 느끼지도 못한다. 오히려 그토록 피하고자 했던 자신의 능력의 한계와 실패감에 부딪히며 허우적 대는 중이다.


글 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글쓰기의 매력은 내 안의 어린아이를 단단하게 성장시킨다는 점이다. 어제보다 오늘 그리고 내일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소망을 지니며. 더 이상 불안과 두려움에 도망가지 않고, 거센 바람을 맞으며 꾸준히 나아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오롯이 한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되어야 하겠지. 2024년. 인생 중반인 40대의 문턱을 넘어선다. 과거 팔방미인(八方美人)의 삶을 청산하고 앞으로는 글쓰기를 통해 일방미인(一方美人)의 삶으로 나아가고자 다짐하며.




여기 성공의 기본 조건이자 위대한 비밀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러분의 에너지와 생각, 돈을 현재 하고 있는 일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제품이나 서비스로 일을 시작했다면 그 분야에서 끝장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최고가 되어야 합니다. 그 분야에 대해 가장 많이 알아야 합니다.

[원씽] 게리 켈러, 제이 파파산



커버사진출처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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