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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벳 Dec 09. 2023

거절 할 수 있는 용기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다


어릴 때의 난 예쁨과는 거리가 멀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잔머리는 삐죽삐죽, 밋밋한 눈 코 입. 말 그대로 못난이 인형 같은 아이였다. 그럼에도 주변의 칭찬과 관심이 좋았고 늘 고팠다. 동생과 싸우지 않고 양보하며, 엄마를 도와주고 어른들에게 인사도 잘하는 예의 바른 행동을 보였다. 친척들과 주변의 어른들로부터 참 착하고 바른 아이라는 칭찬을 듣는 게 그렇게 좋았더랬다. 그 간절함이 나를 얽어매는 족쇄가 될 수 있음을 모른 채로.


누군가 부탁을 하거나 도움을 요청하면 거절을 못했다. (물론 순수하게 도와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때로는 나의 일을 제쳐두고서라도 도와주기도 했다. 거절을 하는 것이 왜 그리고 어려운지. 나의 입에서 흘러나온 부정적인 언어, 태도가 상대방의 기분을 언짢게 하는 것이 두려웠다. 그래서 늘 웃으며 “YES"를 외쳤다.


남다른 아이를 키우면서 YES 강박은 더 심해졌다. 괜히 더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신경이 쓰였다. 나의 그런 태도가 오히려 아이를 더욱 주눅 들게 만들고 있었음을 모른 채. 우리를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까 봐 전전긍긍했다. 만나는 엄마들은 괜찮다, 아이들은 다 그렇다고 말했지만, 진심으로 들리지 않았다. 아이로 인해 피해를 줄까 봐 어디를 가서도 내 신경은 아이의 뒤에 꽂혀있었다. 만나고 돌아오면서 내가 실수를 하거나, 거슬리는 말을 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하고, 만약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왜 그랬을까 하면서 밤새 잠을 못 이루고 이불킥을 날렸다.


스스로 다른 아이들과 내 아이를 비교하며 속상해했고, 그럼에도 관계가 끊어지는 것이 두려웠기에 이를 악물고 버티어 냈다. 점점 작아져 희미해지는 지도 모르고, 나라는 존재의 의미를 다른 누군가의 인정에서 찾으려 했다. 그래서 늘 불안하고 아슬아슬했다.




타인에게 거절이 어려운 이들이 참 많다. 관계를 유연하게 잘 지켜나가는 것이 인간관계의 능력이자 좋은 성격을 지녔음을 보여준다는 평균적인 생각도 한몫한다. 거절을 못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부정적인 평가가 있음을 견디지 못한다. 누군가가 자신의 태도와 언행에 대해 잘했다 못했다 뒷 말이 나오는 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다. 차라리 상대방에게 맞추고 난 거절을 못해, 참아야지, 난 호구야 라고 자기 위로를 하는 게 더 낫다. 그렇지만 이는 자신을 착한 사람이라고 포장하고 꾸며냄으로써 지극히 이기적으로 자신을 방어하는 모습이다.


솔직히 타인은 나에 대해 그리 깊은 관심이 없다. 내가 염려하는 만큼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는다. 지극히 우리 모두는 자기중심적이기에. 나와 관련이 없다고 느끼면 스쳐 지나가듯 금세 잊어버린다. 단지 내가 스스로 계속 얽매여 곱씹고 곱씹으며 괴롭게 할 뿐이다.




계속 이렇게 살아가는 것은 안 되겠다 싶었다.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끌려가는 듯한 관계 유지는 힘들다고 여겼다. 언제까지 모든 이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 욕망에 휘둘릴 것인가. 오히려 스스로 상처 내고 병들어 가게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지금부터라도 나와 아이를 우선순위로 두기로 했다. No 라면 No라고 표현하기로 했다.



첫걸음은 작은 거절이었다. 그날의 기분과 아이의 상황을 보고,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오늘은 안될 것 같다며 양해를 구했다. 억지로 아픈 몸과 마음을 끼워 맞추려 하지 않았다. 당분간 조용히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며 모임에도 발길을 덜 했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정리되기 시작했다. 만나는 이들은 줄었지만 오히려 만남의 깊이가 달라졌다. 그들이 나를 진정으로 위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고, 결을 함께 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곱씹어 되돌아보지 않고 그냥 툭툭 털어내고자 했다. 만날 때는 즐겁고 유쾌하게 소통을 즐기며. 상대방의 아픔은 충분히 공감하되 그 자리를 벗어나 집까지 계속 끌고 가지 않았다. 각자의 삶은 그의 몫이고 결정에 달려있기에.


나만의 시간을 더욱 집중하고 즐기기 시작했다. 흔들리지 않도록 내면의 힘을 기르고자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시간을 꾸준히 가졌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새로운 배움을 누렸다. 꾸준히 글을 쓰면서 작가라는 부캐도 얻었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보다는 나와 아이, 남편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내면이 단단하고 견고한 뿌리 깊은 나무처럼 한결같은 엄마이자 아내 그리고 여자로 살아가기를 바라며. 더불어 좋은 사람이라는 칭찬에 목메지 않으려 한다. 아무리 애를 써도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없음을 알게 되었기에. YES보다 NO를 할 줄 아는 용기를 지닌 사람이 되기를 다짐해 본다.





행복해지려면 미움받을 용기도 있어야 하네
그런 용기가 생겼을 때
자네의 인간관계는 한순간에 달라질 걸세

책 ’ 미움받을 용기‘ 중에서




사진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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