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닥타닥 타닥 타다닥”
향긋한 커피향기가 가득한 카페의 아침. 고소하고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넘기며, 눈은 화면을 향하고 손가락은 키보드 자판을 경쾌하게 두드린다. 아이를 등교시킨 후, 책과 아이패드를 가지고 카페에서 하루를 시작함이 자연스러운 일상 루틴이 되어가고 있는 요즘. 모여서 담소를 나누거나 컴퓨터나 태블릿을 보며 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 앉아 글을 쓰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공간에 자연스레 섞여있지만, 분명 나의 시간은 다르게 흘러간다. 커서의 깜빡임 사이로 화면을 채워가는 글자들에 의지해 떠오르는 생각과 영감을 담아내는 여정을 즐기며. 그렇다. 난 쓰는 사람이자 브런치 작가이다.
몇 해 전 친한 언니의 브런치 작가 합격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그녀는 내 손을 꼭 잡고 말했다. 내가 작가라니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어떻게 되겠느냐고 웃으며 넘겼더랬다. (지금은 브런치 선배 작가가 된 언니. 소식을 전하니 될 줄 알았다며 누구보다도 기뻐했다.)
작년 말 오랜만에 가진 독서 모임 중 각자의 새해의 소망을 나누는 자리에서 갑자기 떠오른 생각을 조심스레 말했다. “얼마 전에 시작한 말씀묵상을 목표한 1년 동안 매일 꾸준히 하려고요.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브런치 작가에 한 번 도전하고 싶어요.” 말을 해놓고 내심 놀랐다. 될 수 있다는 확신은 없었다. 막연한 기대이자 동경이었고, 언젠가 이루고 싶은 꿈이라 여겼기에. 꿈이라도 말은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때는 몰랐다. 이후의 시간 동안 얼마나 큰 변화들이 일어났는지 말이다.
(실제로 글쓰기의 시작이 된 말씀묵상은 1년이 넘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 속에 이어지는 중이고, 브런치 작가로서도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그렇게 시작하게 된 브런치 작가. 처음에는 어찌나 기뻤던지. ‘내가 작가라니. 그것도 브런치 작가.’ 주변의 축하와 격려를 받으며 앞으로도 꽃길이 펼쳐질 듯한 느낌과 설렘이 가득.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설렘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작가라는 이름의 무게와 책임을 온몸으로 고스란히 느끼는 날들이 이어지는 중이다. 어떤 주제를 써야 할까? 어떤 방향으로 이어져야 할까? 떠오르는 생각, 문장들을 고르고 골라 정제해서 써 내려가는 과정의 치열함을 겪으며. 쓰고 읽고 고치기를 반복한다. 작가들이 한 편의 글을 써내면서 이러한 고충과 자신을 갈아내는 과정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이후로 책을 보더라도 한 문장 한 문장을 음미하며 보게 되고 그 속에 담긴 작가의 마음을 헤아리는 자세로 읽게 된다. 글을 쓰다 보니 분명히 달라진 태도이기도.
더불어 글쓰기가 삶의 방향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쓰는 삶을 통해 배워나가는 중이다. 나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과정임을 느끼며. 하루하루 더 나아지고 성장하는 나를 기대하게 된다. 어제보다 오늘 그리고 내일 더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간절함이 든다. 보다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어 진다. 그래서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도 말이다. 그렇기에 글쓰기가 점점 좋아지고 있나 보다.
매일의 꾸준함으로 서두르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가는 작가가 되고 싶다. 걸음걸음이 모여 내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나아가기를 소망하며. 오늘도 자리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