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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벳 Nov 13. 2023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는 천작가의 두근두근 설레는 아침

2028년 11월 10일 금요일. 따뜻한 햇살이 가득한 맑음.


“띠리링 띠리링 띠리링”


핸드폰 알람 소리에 살며시 눈이 떠진다. 손을 내밀어 시계를 보니 아침 7시. 바스락 거리는 하얀 이불을 살짝 옆으로 밀어내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 본다. 침대 옆의 탁자에 걸쳐진 두툼한 가운을 끌어당겨 몸을 포근히 감싸고 창문으로 향한다. 창문의 커튼을 활짝 젖히고 나니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파란 하늘. 그 아래로 질서 정연하게 붉은 벽돌의 건물들이 나열되어 있다. 창문을 열고 잠시 바깥의 공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눈을 천천히 감아본다. 따뜻한 햇살이 녹아있는 냄새. 변화무쌍한 날씨로 유명한 영국이지만, 오늘은 아침부터 햇살이 가득한 아침을 맞이하다니 예감이 좋다.

“Good morning." 나지막이 읊조려 본다.


지금 우리는 영국 첼시에 와 있다.


어제 밤늦게 영국에 도착했다. 다음 날부터 빡빡한 일정의 연속이기에 공항에 마중 나온 호텔 리무진을 타고 들어와 바로 시차적응을 위해 휴식을 취했다. 비행기 안에서 계속 업무를 보느라 피곤했지만, 퍼스트 클래스였기에 다행. 루크는 옆 좌석에 누워 푹 쉬면서 휴식을 취했고, 장거리 비행임에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영국 첼시에 위치한 사치갤러리 (사진출처 : unsplash)

이번 영국 방문은 우리에게는 또 다른 시작이라는 의미가 있다. 2028년, 주목할 만한 세계 현대미술 작가 중 한 명으로 루크가 한국을 대표로 선발되어, 영국 첼시의 사치갤러리에서 초대 작가로 전시를 하게 된 것. 콧대가 높기로 유명한 사치갤러리에서 초빙한 단독 전시라니. 더욱이 미술계에서는 사치갤러리에서 픽한 작가들을 잘 눈여겨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루크와 그의 그림이 이제 한국을 넘어 세계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모습이라 할 수 있으리라.




책상 위에 올려둔 노트북을 켜고 밤새 온 메일을 확인한다. 루크의 첫 해외전시를 축하하는 메일들로 가득하다. 스크롤을 내리다가 다음 전시가 이루어질 뉴욕의 모마미술관의 큐레이터 MS. Spencer의 메일이 눈에 들어온다. 루크의 사치갤러리의 첫 단독 전시를 축하하는 멘트와 더불어 한 달 후에 모마미술관에서 이루어질 전시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루크의 그림을 보고 모마에서 매우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고, 전시 후에 그림 몇 점을 소장하려 하는데 가능하겠냐는 내용과 함께 요청할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지 연락을 달라고, 한 달 후의 전시를 기쁜 마음으로 기대하며 기다리겠다는 메일이었다. 차분히 읽어 본 후, 그녀에게 축하에 대한 감사의 말과 작품 소장에 대한 수락, 요청할 부분이 있다면 바로 연락드리겠다는 말을 덧붙인 후에 회신을 클릭했다.


바로 아래에 익숙한 메일 주소가 보인다. 라라앤글 출판사, 봄빛라라 대표님으로부터 온 메일. 루크의 전시 축하와 함께 장애예술가와 장애예술매개자로 성장한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완판이 되어 이제 7판의 인쇄가 들어간다는 내용이었다. 브런치 동기작가로 함께 첫 발을 내디뎠던 봄빛라라 님은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라라앤글 출판사를 설립했다. 같이 했던 작가들의 책들이 연이어 베스트셀러에 자리하게 되면서, 지금은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형 출판 기획사로 자리하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함께 성장하며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있는 우리 슬초 브런치 2기 작가들이 정말 멋지고 자랑스럽다.


사진출처 : Unsplash


5년 전 루크의 첫 전시를 기점으로 루크와 그림의 메시지에 관심이 모아지기 시작했다. 그림에 담긴 다양한 컬러 스펙트럼과 독특한 터치, 유니크한 형태로 전달되는 루크의 이야기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자연스럽게 우리의 이야기를 기록해 오고 있던 브런치 매거진도 집중을 받게 되었다. 오티즘이라는 장애와 독특한 개성이 담긴 그림을 통해 세상과 소통, 성장하며 나아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는 많은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스토리는 2024년 브런치 북 출판에 선정이 되었고, 난 계속 출판 작가로서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장애 예술과 일상이라는 주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마음에 깊이 새겨졌다. 특히 장애와 예술의 만남으로 독특하게 표현되고 확장되는 다양한 그림이라는 세계에 더욱 관심이 모아졌다. 그러면서 함께하던 장애 예술 공동체의 활동에도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방향의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이제는 국내를 넘어 세계로 그 범위가 확장되어, 오티즘 아트 글로벌 프로젝트로 연결되어 이어지는 중이다. 그러한 우리의 움직임에 전 세계 미술계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며 유수 굴지의 갤러리들이 전시를 요청했고, 세계 곳곳에서 전시가 진행 중이다.


파리 오르세 미술관 (사진출처 : Unsplash)


이번 영국의 일정이 끝나고 뉴욕으로 넘어가기 전, 한 달 정도의 여유 시간이 있다. 그 휴식기 동안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과 오르세 미술관을 방문하고, 프랑스 곳곳의 화가들의 기념관과 전시관을 둘러보는 미술 여행을 하려고 한다. 이 여행은 루크의 내면의 영감과 그림의 깊이가 깊어지게 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뉴욕의 전시가 끝나면 슬초브런치 2기 작가분들과 은경선생님의 모임이 있을 예정이라 바로 한국으로 들어가야 한다. 참, 지구의 생일파티도 신라호텔에서 열릴 예정. 이번 파리의 여행 중에 지구의 생일선물도 준비하려고 한다. 어떤 게 좋을지 봄 작가님께 물어봐야지. 그리고 봄 작가님의 올해의 작가상 수상 축하 선물도 파리 방문에서 고르는 게 좋을 듯하다.




이제 슬슬 준비를 하고 나가야 할 시간. 지난번에 루크랑 같이 갔던 카페에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갤러리로 이동하면 시간이 맞을 것 같다. 열려있던 노트북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나 옆 방으로 이어지는 문 앞에 선다. 오늘은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되겠지. 설레는 마음으로 옆 방문을 나지막이 두드린다.


“루크야. 일어나자. Good Morning."




커버 사진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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