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유산
세상에나 …
셰익스피어가 태어난 것이 1564년, 서거한 것은 1616년이라고 하니 서거를 기준으로 400년에 더해 10여 년이 지났다. 태어난 해로 보면 한반도에서는 임진왜란이 일어난 즈음이다.
*표지의 그림은 창비가 제공한 연합뉴스(https://www.yna.co.kr/view/AKR20161120001100005)에 수록된 것.
무심코 셰익스피어에 정신이 팔려서 어떤 신문사인지도 보지 않고 일단 눌러봤다.
현재까지도 많이 쓰이는 셰익스피어에 의해 인기를 얻게 된 표현 8가지!
8 Phrases Popularized by Shakespeare That Are Still Commonly Used Today | Times of India https://timesofindia.indiatimes.com/education/web-stories/8-phrases-popularized-by-shakespeare-that-are-still-commonly-used-today/photostory/118561482.cms
‘우와’하고 감탄할 표현들이다.
심지어 2025년 대한민국의 직장에서 조차 일상적으로 이용되는 표현도 있고,
영어 교과서에서 영어문법이라는 것을 막 배우기 시작할 때 익히게 되는 마치 격언 같은 표현도 있고,
BBC 영어 배우기 사이트에 있는 셰익스피어 코너에서 배운 표현도 눈에 띈다.
1. Break the ice (어색한 분위기를 깨다)
2. Wild-goose chase (헛된 노력, 부질없는 추격)
3. Green-eyed monster (질투의 화신, 질투심)
4. Heart of gold (순수한 마음, 착한 심성)
5. Vanish into thin air (완전히 사라지다, 증발하다)
6. All that glitters is not gold (반짝인다고 다 금은 아니다)
7. The world is my oyster (세상은 내 것, 무한한 기회가 있다)
8. In a pickle (곤경에 처하다, 난처한 상황에 빠지다)
400여 년 이상을 거쳐 여전히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언어라니 …
우리 한글이 반포된 것은 1446년(세종 28년). 불과 100여 년을 사이에 두고 셰익스피어는 그 자신만의 감성으로 만들어낸 표현이 생명을 얻기 시작했고, 우리에겐 우리의 소리글을 가지게 된 것이다.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표현들은
특별한 이야기라기보다는 평범한 일상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매우 정확히 잘 짚어내어 추상적인 개념을, 상태를, 모양을, 쓰임새를 은유적으로 풀어낸 것들로 보인다.
딱딱한 얼음을 깨어 부수 듯 어색한 분위기를 깨고,
야생 거위를 쫏듯 매우 어려워 헛된 노력이 되는,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금의 높은 가치와 쉽게 반응하지 않는 자연특성에 맞춰 금을 인간의 순수함으로, 보통의 인간들에게 기대되는 선함으로 표현해 내는,
반짝인다고 모두 금은 아니라는 것은 아마 미래의 500년이 지나도 같은 위치에 있거나 암호화폐에 그 자리를 대신 내어 주거나 할 것 같다.
굴은 조개와 달리 까기가 쉬운 특징을 고려한 표현이 아닐까?
pickle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피클이다. 피자를 먹을 때 곁들여 먹으면 상큼함과 더불어 새롭게 입맛이 돌게 해 준다. 아마도 이런 의미에서 큰 기쁨에 가까운 것의 의미로 쓰였고, in a pickle은 절여진 상태를 고려해 온몸이 술에 절여진다는 의미로 술에 취한 의미로 쓰였다. 술에 완전히 절여질 정도로 취한 상태는 사실 긍정적이지 못하다.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매우 어렵고, 힘든 상황이다. 지금도 여전히 같은 의미로 활용되고 있다.
한글은 어떨까?
조선시대 문헌에서 다음과 같은 표현들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사람마다 마음이 다르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언어는 기호로써 크게 자의성(임의적 약속), 사회성, 역사성, 분절성(불연속성), 추상성 등의 특징을 지닌다.
인간의 일상 속 특징들을 살려 셰익스피어가 만들어 낸 표현들은 400여 년 이상의 오랜 기간 동안 여전히 활발하게 살아있다. 400여 년? 상상하기 어려운 긴 역사다.
셰익스피어와 비교해 한글은 다소 더 추상적인 표현이지만 인간의 삶에 대한 통찰을 담아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높은 추상성(우리 삶의 일상과 삶의 태도에 대해 기가 막히게 잘 옮겨 놓았지 않았을까?)에 따른 높은 사회성(사회적 수용성), 이에 따라 높은 역사 저항성(시간에 따라 언어가 변하는 특징이므로 역사 저항성으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 듯 보인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앞으로의 100년을 이어갈 새로운 언어, 표현은 어떤 것이 있을까?
아니면 100년 이후에는 사라질 표현들은?
바람 따라 구름 따라
gone with the wind
Catch the wind
Run like the wind
극단적인 효율과 이익을 추구하고,
새로운 세계지형 등을 보면 세월 모르는 소리 같지만
숨 막히는 세상에서 인간성의 회복과 유지를 위해
‘바람 따라 구름 따라’는 살아남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