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국길

풍찬노숙

by F와 T 공생하기


참 바보다.


귀국길에 항공편이 좀 꼬였다.

정확히 말하면 항공편은 원래 그랬는데 이 정도로 힘들지는 상상하지 못했다.


목요일 낮에 캔버라를 출발해 금요일 아침 일찍 시드니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이다.

처음엔 그런가 보다 했다.

마일리지를 싹싹 긁어모아 승급을 해두었으니 공항라운지에서 와인 몇 잔 홀짝거리며 보내겠거니 생각했었다.

마지막이라 기합이 쫙 빠진 탓일까?


아뿔싸!


캔버라에서 짐을 부치려니 현실이 눈앞에 …

시드니에서 짐을 받아 옮겨야 한다고 한다.

1년을 살다 들어가면 원래 가지고 있던 짐에서 더해

부모님, 형제자매들 선물만 고려해도

짐이 늘어날 것은 뻔한데.




여행사에서 분명히 말했을 텐데 왜 잊었을까?


아직도 나이 듦에 대해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을까?




체크인 창구도 출발 3시간 정도 전에야 열리기 때문에 인천행 항공권 발행도 내일 해야 하고, 이 많은 짐들을 들고 숙소를 찾거나 짐을 맡겨야 한다.


‘이를 어쩌나?’


시드니 국제 항공은 밤 11시부터 다음 날 새벽 3시까지 문을 닫는다.

시드니 공항에서 호주인에게 물어보니 잘 모르겠다고 한다.

‘아니면 말고. 그냥 기다려보자.’라고까지.

‘현지인이 저 정도로 얘기하면 기다려보자.’고 나도 생각이란 것을 했다.


나이 50 넘어서 이런 막무가내를 봤나. 게다가 아내까지 동행했는데 …


'설마 이 추운 날 내쫓기야 하겠어?'


소위 ‘얄짤’ 없었다.


‘이 무슨 개고생이란 말인가?’


결국 공항 건너 주차장 건물로 들어가 풍찬노숙을 해야만 했다.



짐 줄이고, 욕심 줄이고,

내 몸을, 여유를 생각하며 움직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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