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버라여 안녕~
캔버라(ACT-Australian Capital Territory의 주도)는 시드니(New South Wales 주도)나 멜버른(Victoria 주도)과는 사뭇 다르다.
아름답고, 화려하며, 자연을 따라 만들어진 듯 오밀조밀하며 광활한 시드니,
골드러시에 맞춰 가지런히 사각형으로 만들어낸 도시 전체에서 황금 냄새가 날 것만 같지만 인간냄새도 꽤나 나는 멜버른,
두 도시 모두 수 백만이 살아가는 거대 도시이다.
이에 반해 캔버라는 오십만 정도가 광활한 숲 속 도시 전역에서 살아간다. 인구밀도는 매우 낮고 도심 내 차량 정체는 거의 볼 수 없고,
평소에는 도대체 사람들이 어디서 사는지, 어디서 일하는지 알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인구를 체감하기 어렵다.
대신 동네 축제 때마다 수수한 차림의 노부부와 천진난만한 다둥이를 동반한 가족들이 어디 선간 나타나 즐거운 한마당을 이루는 것이 다인
조용하고, 소박하지만 놀 때면 놀 줄 아는 사람들이다.
이곳 캔버라는 인구밀도가 낮다 보니 교통체증을 느낄 수는 없지만 의외로 출퇴근 때 대중교통(내가 보기엔 트램에 가까운데 이곳 사람들은 light rail이라 부른다)은 다소 붐비는 편이다, 물론 상대적으로.
특이한 것은 버스의 결제기-명칭을 잘 몰라서, 버스카드나 신용카드를 대면 ‘삑’하고 돈 받는 기계-가 경험상 거의 절반 이상은 고장 난 상태다.
오늘 역시 고장이 난 상태로 버스 운행을 한다. 이럴 땐 그냥 공짜다.
참, 훈련 버스-운전기사분이 아직 교육 중이신가 보다. 버스 정면에 ‘훈련 중’이라 쓰여있다- 한 대가 지나간다.
나도 모르게 자동으로 손을 흔들어 훈련 중인 운전기사를 향해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 역시 저 멀리 환한 미소와 함께 손을 크게 흔들어 보인다.
아마도 이런 것이 ‘small talk’가 아닐까? 기분이 아주 좋다.
돈은 구멍이 날지라도 힘들게 버스를 타는 사람-짐이 많거나, 노약자, 장애인에게 자세를 낮추는 기능은 늘 작동한다.
사실 2001년 독일에서의 시내버스는 장애인 편의시설 측면에선 당시 내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높은 편의를 제공했고, 지금의 호주 혹은 내가 기억하는 2024년 서울보다도 배려의 정도와 질이 높았다. 그럼에도 그들은 통일도 하고, 고통을 분담하고, 세계 난민을 받아들이며 늘 세계 10위 안의 거대한, 강한 나라이다.
잠시 국가와 민족 증후군에 따른 상념에 빠질 즈음 내 눈길을 사라 잡은 것은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는 유칼립투스 나무다. 코알라의 주식이기도, 방향제로 흔히 쓰이기도 한다.
흡사 모스크바를 비롯한 추운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은빛의 높고 웅장하게 솟은 자작나무가 그 지역을 대표하듯 호주의 들판과 깊은 산속은 유칼립투스가 그 위용을 자랑한다.
’도대체 이 나무는 뭐지?‘하며 뚫어지게 살피던 기억에 버스 안에서 급히 기억 속에 다시 되새긴다. 많이 그리울 듯싶다.
뒤틀린 줄기, 벗겨진 껍질
고요한 쓸쓸함에도
피어나는 은빛 향기
원시의 숨결 품은 유칼립투스
대지를 감싸 안는
천상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