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은행계좌 정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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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와 T 공생하기

타향살이는 정말 보통 일이 아니다.

한국에서라면 무심코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수없이 많은 것들이 사실은 피상적이거나 정확히 모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된다.


은행업무라면 더더욱.


사실 내게 은행은 한국에서도 힘들다. 일단 어휘가 낯설고, 실수에 따른 큰 불이익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어로 하면 '아이고야...'가 절로 나온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은행에 가서 최선을 다해 내 사정을 설명했다.

한국으로 영구 귀국을 하고,

아파트 임대 보증금-호주에서는 이를 정부가 채권으로 관리한다-을 돌려받을 것이 남아 있고

(부동산 관리자가 임대 종료 시 점검 후 정부에 통보하면, 정부가 임대인의 계좌로 채권을 돌려주는 식이다. 이해당사자 사이의 분쟁 여지가 별로 없어 보인다.)

한국에서 호주 계좌에 접근해

한국계좌로 전송하고 싶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역시나 없나 보다.

(아니면 내가 몰라서 쉬운 방법을 찾지 못해 그런가?)


'확신할 수 없다.'는 은행 측의 대답이다.


하지만 그들은 거기서 끝을 내지 않았고,

대안을 제시해 주었다.



“호주에 대리인을 세우는 것이다.”

기술적으로 확신할 수 없으니 나의 호주 은행 계좌로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누군가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상상도 해보지 못한 방법이다.



하지만 내게 호주에 대리인을 세울 만한 가족은 없다.

그렇다면 …


‘한국에서 호주 계좌에 접속하지 못해 아예 돌려받지 못하거나, 아니면 누군가를 믿거나.’



학교에 1년 동안 함께 연구하고, 대화했던 이란인, 중국인 연구자가 있다.


'참, 이란 친구는 휴가차 멀리 놀러 갔는데...'

가장 가깝게 지냈기 때문에 이 친구부터 생각났다.


중국인 연구자는 중국 난징 출신으로 작고 다부지며 매우 차분하고 모두에게 온화한 여성이다.

이 친구에게서 영어를 어깨 너머로 배웠다. 침착하게, 차분히 또박또박.



결국 중국 친구가 내 계좌를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마지막 남은 것은 호주를 떠나기 전에 연락처를 한국 전화번호로 바꿨다.

그들은 안전을 위해 미리 한국으로 소액을 송금해 확인하라고 권했다.


문제는 해외송금 시 최소금액이 있는데 현금이 모자랐다.

다시 친구에게 부탁해 500 AUD(한화로 45만 원가량)를 빌렸다.

당시 내 기억으로는 해외 송금 최소금액이 500 AUD였지만 알고 보니 순수송금액 100,000원이었다.



중요한 것은 한국인 친구에게도 잘하지 않는 것을 중국인 친구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모든 것을 도와주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누군가를 믿어야만 한다.‘

또한 ’ 누군가가 나를 믿어줘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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