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교육을 하지 않는 이유가 뭘까?
세종 예술의 전당 근처 카페에서 동남쪽을 바라보는 하늘이다.
기억할 수는 없음에도 과거 한국에서 볼 수 있었던 형태의 구름인지 호주를 다녀온 뒤로 모든 것이 신기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인지 막연한 상상을 해 보며, 그래도 이쁘면 된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밖은 여전히 뜨거우니 여유롭고, 쾌적한 신도시 세종의 카페만큼 쾌적한 휴식공간도 없다.
또한 세종 국립도서관 역시 이에 못지않다.
여기에 톨스토이가 내게 주는 지루하지 않은 지적 충격은 신선하다 못해 직업 현장에서 겪는 답답했던 내 마음을 한없이 가볍게 해 준다.
솔질하게 말하자면,
두껍고, 무거운 톨스토이를 매일 아침 혹은 하루가 지나가기 전 저녁에 읽어 나가기는 기대만큼 쉽지는 않다.
책을 보는 것 자체가 지루하고, 금을 캐듯 기대는 가득하지만 정작 내가 하고 싶지는 않은 그런 것이다.
그럼에도 톨스토이의 A Calendar of Wisdom에는 좀 더 집착해 보기로 했다.
마치 내가 연구자로 고민한 모든 것이 한낱 어린아이의 치기 어린 투정에 지나지 않았음을 낱낱이 꼬집어 주는 듯 나를 일으켜 세워 줄 수 있다 여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루해지지 않기 위해, 이렇게도 읽고, 저렇게도 읽는다.
매일매일을 따라가다가, 한 동안 잊었다, 이번에는 매월 첫 일을 기준으로도 읽어본다.
1st January
It is better to know a little of what is really good and worthwhile than a lot of what is mediocre and unnecessary.
Tolstoy
대수롭지 않은 것을 많이 읽기보다는 진짜 좋은 것 조금을 아는 것이 더 낫다.
1st February
When someone takes stock of himself he takes both his body and his soul into account.... If you do not allow your soul to be overwhelmed by the flesh, and if you subordinate your body to the spirit, you will have fulfilled your purpose, and you will be able to live your life in joy.
After Marcus Aurelius, Meditations
스스로를 살필 때면 몸과 영혼 모두를 생각하게 된다. 영혼이 육체에 압도되지 않도록 한다면, 육체가 영혼을 따르게 한다면 목적을 달성하고 삶을 기쁨으로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1st April
A huge amount of knowledge deserving our attention and study is being accumulated nowadays. Soon our intellectual abilities will have become too weak and life will have become too short for us to assimilate even only the most useful areas of such knowledge. We have an extraordinary abundance of riches at our disposal but, in taking it all in, we have to discard a great deal as useless rubbish. It would sometimes be better not to have been burdened with it in the first place.
Kant, FS (False Subtlety: 잘못된 섬세함?)
현대에는 우리가 주목하고 연구해야 할 막대한 지식이 쏟아지고 있다. 곧 우리의 지적 능력은 너무나 부족해지고 인생은 너무 짧아져 방대한 지식 중에서 가장 유용한 부분조차 모두 습득하기 어렵게 될 것이다. 놀라운 풍요를 누리게 되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상당수 정보는 쓸모없는 잡동사니로 버릴 수밖에 없다. 오히려 처음부터 이런 지식의 부담을 갖지 않았더라면 더 나았을 것이다.
여기에서 칸트가 이야기하는 '잘못된(허위) 섬세함'은 전통적 논리학에서 삼단논법을 지나치게 복잡한 형식으로 분류하거나 불필요하게 세련된 것으로 꾸미는 것이
실제 논리적 본질과 멀어진다는 칸트의 비판을 의미한다고 한다.
1st May
Cowardice is knowing what you should do and then doing it.
Confucius
If you are afraid of something, you should know that the cause of your fear is something within, rather than outside, you.
Tolstoy
1st June
It is better to do nothing than to do something harmful.
Tolstoy
It is a very common error to suppose that pleasurable activities and having fun are unimportant and even sinful. Pleasure is no less important that hard work ; in fact, it is a reward for hard work. Work cannot go on for ever. Much needed rest after work is enhanced by pleasurable activity.
Tolstoy
이쯤 되니 궁금해진다.
양서로 분류될 수 있는 작품들을 읽다 보면
소위 시험 잘 치르는 기술연마보다는
철학을 비롯한 역사, 윤리 등에 더해 동서양의 문명과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더 가치 있고 내 인생을 살찌우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인문학은 죽었다에서부터 교과과정에서 소위 문사철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심지어 현재는
한국사조차도 극히 제한된 학교를 제외하고는 아예 평가 요소로도 고려치 않는다고 한다.
매우 불손한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닐까 깊게 의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