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 김밥 설명하기
호주국립대 기계공학과 에너지그룹에 와있는 친구들의 국적은 그야말로 다국적 연합군이다.
특별하다면 교수를 제외하면 호주인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정도.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인, 인도인, 이란인, 가끔 보는 말레이시아인, 콜롬비아인까지, …
교정에서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이들도 있으나 더 이상 관심 갖지 않기로 했다.
중국인, 한국인, 일본인을 구분하는 나름의 재미가 있었으나
의미 없고, 자칫 차이가 아니라 차별과 혐오로 이어질 수 있고,
관상과 외모(취향도 있지만 결국엔 경제력으로 연결되기도 하기에)로만 사람을 쳐다보고 있는 내가
온당치 않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다들 어떤 대륙에서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러시아, 독일, 스웨덴,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영국, …
인도, 파키스탄, 이란, 부탄, 네팔, …
아프리카(구분하기 조차 어렵다), …
이들에게 김밥을 설명하려면?
‘아, 숨 막힌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지?
(잠시 1분만 생각해 볼까요?)
김밥은 스시(김밥과 비교하려면 초밥 정도와 비교해 설명해야 하는데 보통 한국인이 먹고, 생각하는 스시와 대부분이 구분하지 못하며,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는 스시라고 하면 초밥이라 생각하면 된다.)랑 생긴 것이 비슷한데 밑간과 재료이용방식이 좀 달라.
김밥은 참기름에 소금을, 스시는 식초에 설탕이 밑간으로써 이용되고,
김밥은 한 끼 식사로 특히 샌드위치처럼 다양한 채소와 재료를 이용하되, 중요한 것은 모두 이미 조리된 것을 이용한다는 것이고,
스시는 보통 조리되지 않은 생선이나 해산물을 주로 이용하지.
김밥은 추가로 필요한 양념이 없고, 스시는 간장, 와사비 등을 이용해.
김밥은 김(새까맣다)으로 밥과 기호에 따라 다양한 밑간을 한 야채로서 오이, 당근, 시금치, 챠이브(부추, 정구지-경상도 사투리), 소시지, 달걀, 고기 등을 넣어서 한꺼번에 먹는 것이야.
숨차고, 벅차다.
그럼에도 이것으로 충분할까?
향기는, 맛은, 모양은? 김은? 밥은? 속재료들의 상태와 모양은? 어떻게 만들지? 그래서 최종적으로 어떻게 굴려 만들지? 혹 음식 이상의 상징성은?
첩첩산중이다.
김은? 김을 뭐라고 해야지? 해조류?
*김밥을 싸고 난 뒤 Perplexity (ChatGPT와 유사한 generative AI)를 이용해 찾아보니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 김은 한국의 전통 해조류로, 주로 식용으로 사용되며, 김은 홍조식물에 속하고, 일반적으로 바다에서 자생하고 양식된다.
(ChatGPT가 보통 상세히 잘 알려주는 반면 Perplexity의 경우 참으로 간단명료하게 잘 가르쳐준다.)
- 해조류는? 단세포 혹은 다세포의 광합성을 하는 조직들을 말한다. 김은 간단히 해초(seaweed)라고 하면 된다.
. *세계적인 김 산지로 전해 전해 들은 것 같은데 역사와 현재, 기후변화의 영향이 궁금하다.
김은 가공과정까지 가기는 그렇고, 해초를 곱게 펴서, 소독하고, 말린 것으로 매우 얇은 종이 같다.
보통 김밥용으로는 아주 살짝 구운 것을 쓰는데, 처음에는 검은색이다가, 구우면 녹색으로, 오래되면 붉으스럼하게 변화하며, 산화된 냄새가 나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먹어야 한다
밥은? 해외에서는 sushi용 쌀을 사면 간단하다. 물을 잘 조절해서 적당히 꼬들하게 익혀야 한다.
*쌀의 품종에 대해서는 무역과 씨앗의 DNA, 특허 현황, 적당한 국가의 개입 정도, 식량 주권-달리 표현하면 security라고도 표현할 수 있다- 등
할 이야기가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오이? 원하는 수준에 따라 크기를 맞춰야 하는데, 긴 방향으로 김밥 한 줄에 들어갈 만큼(처음 하면 모르지 않나? 단면의 한 변의 길이가 0.5~0.7cm 정도) 자른 다음 소금으로 밑간을 한다.
*오이는 몇 가지 종류가 있다. 한국에서 보던 것과 비슷하게 생긴 길고, 약간 거친 벼슬 같은 것이 도돌도돌 난 것, 레바니즈 오이라고 부르는 한 손 정도의 길이에 다소 무르고 표면이 밋밋한 것이 있는데 맛으로는 구분하기 힘든 것 같고, 다소 무른 정도의 식감 차이는 있으나 실제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왜 이 아이는 세상 어디에 가도 있을까?
당근? 오이는 아삭하게 잘 씹히지만 당근은 좀 더 강하기에 채를 썰 듯 잘게 자른다. 이후는 오이와 같이 소금 간을 하거나, 올리브유를 두르고 프라이팬에 살짝 데쳐둔다.
*오이와 함께 많은 이들이 거부하는 말밥 당근 역시 세상 어디 가도 있는 이유를 찾아보고 싶다.
시금치? 세계 사람 모두가 잘 먹는 채소가 아닐까?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 흙투성이다. 깔끔하게 정리해서, 당근과 같이 두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물을 끓여서 살짝 데치니 후 소금 간을 하거나, 당근처럼 올리브유로 데칠 수도 있다.
*뽀빠이 아저씨의 시금치 역시 세계로 퍼진 이유가 뭘까?
단무지? 노란 무! 무에다 식초와 설탕, 뭔가를 추가해서 노랗게 만든 것으로 아삭하고, 새콤달콤한 맛을 낸다.
(역시 Perplexity를 이용해 찾아보니, 앞서 언급한 재료에 더해서 치자-혹은 강황-정도를 이용해 무를 담근다고 할 수 있다.
*단무지는 특별한 것인지 궁금해진다. 어떤 이유로 치자(강황)를 넣었을까? 통상 보관이나 맛을 위해서라면 소금과 설탕, 식초 정도가 다 일 텐데.
우엉? 역시 어렵다. 뿌리식물에 간장과 설탕으로 간을 내어 낸 것으로 예상되며, 뭔지 모르겠지만 뿌리식물일 테니 분명 소화에 좋은 식이섬유가 많을 것이라 이용되는 것 같다.
또한 우엉이 머금은 간장 양념 덕분에 김밥을 씹을 때 김의 향과 더불어서 간장의 향기가 가득해져 흐뭇해지기도 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먹고 있을 수 있다.
*Perplexity 이용
우엉은 국화과에 속하는 뿌리채소, 주로 아시아와 유럽에서 자생하며 건강에 많은 이점을 제공
우엉의 영양 성분 및 효능
• 영양 성분: 우엉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칼륨, 마그네슘, 아연 등 다양한 미네랄과 식이섬유가 풍부. 이눌린이라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포함, 소화 건강에 도움
• 건강 효능: 콜레스테롤 감소, 암 예방, 스트레스 완화
(놀랍다. 우엉이 이렇게 영양에 좋은 음식재료인지 미처 몰랐다.)
*우엉을 떠나 뿌리식물의 발견과정이 궁금하다. 도대체 어쩌다 힘들게 땅까지 파가며 먹어보게 되었을까?
달걀? 쉽다. 하지만 다양한 방법이 있고, 당근을 잘 먹지 않는 이의 경우, 여기에다 숨겨둘 수 있다. 달걀에 후추와 소금으로 밑간을 하고 굵게 만들어서 자신만의 미적 감각을 뽐내거나 적당히 굵은 팬케이크로 다른 재료를 감싸 완성된 김밥의 중심에 아름다운 계란 원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충분한가?
김밥은 주로 어머니들께서 싸주시고, 어릴 적 즐거웠던 추억이 소환되기도 하기에
어머니, 모성, 추억, 노스탤지어 등으로 연결되는 ‘쏘울푸드(Soul Food)’이기도 하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우리의 일상은 창조의 보물 창고다.
보고, 듣고, 말하고, 쓰고, 느낌과 감정을 표현하고, 재현해 보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고,
일상과 함께 낯선 친구들은 늘 나를 즐겁게 하고, 놀라게 한다.
세상 어디에도 당연한 것은 없다.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수없이 많은 존재 자체와
이 존재들의 환상적인 변화와 교류, 균형에 의해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게 된다.
김밥의 유래는 모르나
김밥을 주로 만들어 먹게 되는
흥분되는 외출을 생각해 보면
즐거움, 야외활동에 따른 많은 에너지의 소비, 영양과 비타민, 무기질 가득한 육해공이 제공하는 정성 가득한 도시락, 사랑, …
자식과 가족을 위한 합주공연이다.
이 모든 과정을 추억하며 글을 쓰는 것 역시
색다른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