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가족
이제 6월이면 서울로 돌아가야 한다.
6월이면 이곳 호주는 겨울이고, 한국은 여름으로 접어들게 될 것이다.
호주는 으스스한 추위가, 한국은 땀이 비같이 내리는 다습한 여름이 기다릴 것을 생각하며
한국-호주 공동연구 주제를 살피러 출근하는 나를 한 오리가족들이 꾸짖어
얼마 남지 않은 휴가 하루하루가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일군의 오리 떼들이 요리조리 모여 다니며 작은 그들만의 사냥을 하나보다.
아이들은 삼삼오오 활발히 몰려다니기도, 하나씩 열심인 녀석들, 휴식이 필요한지 뒤쳐져 가는 녀석 등 대부분이 아비와 어미 앞을 내지르며 정신없이 나아가고 있다.
아비는 가장 뒤에서 전 가족의 진행을 살피고, 어미로 보이는 녀석은 내가 그들에게 해를 끼칠까 노심초사 내 주변을 연신 쳐다보며 주의를 기울인다.
꼬마들의 귀여운 먹이 사냥을 좀 더 자세히 찍고 싶은 마음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가려 했더니
내게는 한 주먹도 되지 않는 어미가 세상에 …
‘더 오면 물어버릴 거야.’ 말하듯 그 작은 입을 열어 내게 공격적인 자세로 달려들며 내게는 아무런 영향력 없는 위협을 가했다.
하지만 자신은 얼마나 진심인지 알기에는 충분했다.
어미의 본능에 감동한 나는 더 이상 그들을 괴롭히지 않고 말걸음을 무를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기까지 한 어미의 본능적 보호욕구를 영상에 담아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말이다.
아비와 어미는 그들의 입장에서 자식들의 생존에 위협을 가하려고 하는 나를
주저 없이 맞서 싸우고자 보잘것없는 크기의 작은 입을 그들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으로 몰아붙이려 했다.
하물며 저 녀석들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즉생의 각오로 덤비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