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달달님 Jul 28. 2020

유심천

목욕탕에서 육아의 피로 해소하기


지난 주말, 목욕탕에 다녀왔다. 동네에 있는 작은 목욕탕 간판을 예전부터 눈여겨보다가 드디어 다녀왔는데 미지근한 물과 뜨거운 물을 오가며 몸을 담그고 있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꼈다. 물속에서 몸을 휘휘 저어보는데 이 따스한 느낌의 물이 내 몸속으로 들어가 출산 이후 쑤시는 손가락 마디와 무릎 관절을 부드럽고 유연하게 만들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욕탕 벽면엔 미국에서 들여온 연수기로 나오는 물이라 이 세상 어느 물보다 좋다고 적힌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무색무취라는 물에선 약간의 소독된 냄새가 났다. 몸을 담그는 탕은 총 3개가 있다. 뜨끈한 물의 온탕과 미지근보다 시원한 느낌의 탕 그리고 냉탕. 미지근보다 시원한 온도의 물이 담긴 그 탕은 마치 멸치육수 같은 느낌이었는데 물아래 옥색 돌이 깔려있고 앉는 부분은 짙은 밤색으로 되어있어 물을 가만히 바라보다 보면 마치 소라 내장 색상과 유사해 보였다. 평소 마시지도 않는 뜨끈한 정종 한 잔과 소라 몇 점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목욕탕이라니..! 이 생각을 함께 공감하고 싶은 사람과 다시 한번 더 찾아야지.

이랏샤이 마세~!! 를 당장이라도 외칠 거 같은 목욕탕 수건을 머리에 두른 세신사 아주머니가 눈에 띄고, 실리콘 재질로 추측되는 부황 뜨는 걸 장착한 채로 탕에도 들어오고 왔다 갔다 하는 분들이 몇 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소라 껍데기를 달고 다니는 인간처럼 보인다.

콸콸콸 아주머니들이 틀어놓은 쇠 파이프를 통해 뜨거운 물과 찬물 조금이 나오고 있는데 탕 안에 있던 한 아주머니는 자그마한 바가지를 가지고 휘휘 물을 저어 물 온도를 고르게 하고~ 다른 한 분은 양손을 이용해 물을 저어나가는데 그 모습은 마치 무술을 연마한 내공이 있는 분들처럼 느껴진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자그마한 목욕탕엔 사람이 얼마 없을 줄 알았는데 자그마한 목욕탕 안에 들어갔을 땐, 10명 남짓 밖에서 머리를 말리고 탕 안에서는 목욕을 하는 사람들이 있더니 시간이 조금씩 지나자 탕 안에 20명 남짓의 사람들로 채워졌다. 내 기준으론 자그마한 목욕탕에 사람이 많구나 싶고, 약간의 북적거림을 느꼈으나 코로나로 인해 타격을 받았다는 세신사 아주머니의 말을 듣고는 아..!! 평소에는 더 붐비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실용적이면서도 충전을 할 수 있는 그런 공간 중 목욕탕만 한 곳이 있을까 싶다. 따뜻한 탕에서 몸을 담그며 이곳저곳 쑤시는 곳들을 조금이나마 스스로 위로해 주고, 깨끗한 물로 씻을 수 있을뿐더러 목욕탕 커피도 한 잔씩 하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나누는 그런 공간. 그리고 그런 공간에서 싹트는 우정~! 삼삼오오 몇몇 이서 모여 이야길 나누는 걸 보니 이미 목욕탕 멤버인 것 같아 보였다.

육아를 하며 주말엔 남편과 나는 각자의 자유시간을 돌아가면서 갖기로 했는데 이날 나의 자유시간은 3시간, 목욕탕에서 돌아와 집에서 30분 만이라도 눈을 붙여야지 했던 나의 계획은 달님이를 안고서 나의 앞을 왔다 갔다 하는 부부 덕분에 날아갔다. 그래서인지 토요일 저녁시간 평소보다 피로감이 더 많이 몰려와 뻗어버렸다는 사실.. 목욕탕은 가는 것만으로는 충전이 50% 그 이후에 낮잠을 잔다거나 휴식을 취해야 나머지 50%가 충전되는 거 아닐까? 생각 들었던 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