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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달달님 Jul 28. 2020

주말의 데이트

둘만의 시간이 필요해


몇 년 전, 오키나와 맹그로브 숲에서 처음 카약을 타본 후 그 경험이 너무 좋아 언젠가 또 타야지 했는데 계속해서 못 타다가 지난 주말 카누를 타고 왔다.  

처음에 카누를 보고 신나 하며 타자고 제안한 나와 달리 그다지였던 부부는(나중에 물어보니 노 젖는 게 힘들어 보였다고..) 막상 타서는  엄청 신나 하며 노를 저었다. (입꼬리 올라가는 거 다 봤어요)

비가 많이 쏟아질 거라던 일요일, 비가 내리지 않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 카누 타기 딱 좋던 날씨~!
비 내리는 날을 원래 좋아했는데- 이젠 비가 내리면 아기랑 이동이 힘들어지다 보니 비 내리는 날이 점점 싫어지는 것이 육아의 현실.. 둘이 나와있으니 카누를 타다가 비가 갑자기 확 쏟아져 비에 흠뻑 젖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많은 것들이 변했는데 가장 큰 변화는 피곤해도 버틸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 에너지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고, 곁에서 나를 생각해주고 챙겨주는 부부의 배려에서 나온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사랑 없이 결혼했다면 힘들었겠구나..! 입술과 코가 똑같이 생긴 부부와 달님이, 둘이서 잠자고 있는 모습을 볼 때 혹은 부부가 달님이를 안고 나를 바라볼 때면 웃음이 피식 나온다.

내 인생 중 가장 즐겁다고 말할 정도로 행복한 요즘, 하루하루 행복하고 그 행복을 위해 다시 노력해 나아간다. 육아와 일 두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우리에게 둘만의 시간은 어찌 보면 큰 사치같이 느껴져 생각조차 안 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주말 엄마가 달님이를 봐줄 테니 둘이 내일 데이트하라는 제안을 했다. 사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피곤하니까 그냥 집에서 몇 시간 동안이라도.. 잠이나 잘까? 그런 생각이 잠깐 스쳤다.


어딜 갈까..? 둘이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무가 가득한 숲이나 바다가 보고 싶다는 나의 말에 비 내리는 날은 수목원이 좋지~ 말하는 부부의 제안에 공감하며 길을 나섰다. 벽초지 수목원으로 도착지를 정한 후 차를 타고 가는데 안내판 표지에 마장 호수가 보여서 그냥 목적지를 변경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마장 호수는 넓고 무엇보다 공기가 좋았다.

조금씩 지쳐있었던 몸과 여유 없던 마음이 맑은 숲의 공기를 마시고 충전되는 느낌을 받았다. 부부가 "우리는 집에서 쉬고 있다고 충전이 되지 않는구나" 말했다. 그리고 그의 말에 공감이 되었다. 아이와 함께 있으며 아이가 잘 때 함께 자거나 집안일을 하고 아이가 일어날 때 다시 육아는 시작된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한 달에 2~3번 등산이나 짧은 여행이라도 즐겨했던 터라 지금은 스스로 혹은 서로를 토닥여줄 여유가 부족하다는 걸 밖에 나와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나중에 달님이가 다 커서 남편과 둘만의 시간이 주어졌을 때 데이트는 어떻게 하는 거였더라..? 서먹서먹.. 이러지 않으려면 가끔, 이렇게 우리 부부를 위한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충전을 하고 다시 좋은 에너지를 우리 달님이에게 전달해주는 선순환을 유지해나가야지


결론은..?

엄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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