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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영광 Feb 01. 2021

8. 거짓을 선택하고 싶을 때

회사이야기 

  오늘은 그런 날이다. 거짓을 선택하고 싶은 날. 나만 거짓을 선택하고 싶나? 당신은 혹시 그런 거짓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 언제인가? 진짜 궁금하니 알려주면 좋겠다. 나는 원사 업체에 다니고 있다. 이 회사는 나름 상위에 있는 회사이다. 그 규모는 무려 6명이다. 그러나 사장님을 비롯하여 실장님 팀장님 대리님 선배님 다 가족이다. 그리고 홀로 나 이렇게 우리 회사는 구성되어있다. 사장님 자랑 조금 하자면 정말 IMF부터 시작해서 리먼사태 등을 지나고 코로나 19를 지나 여기까지 회사를 운영하시는 분이다. 카리스맛 있으시고 자기주장이 강하신 분이시고 계산도 빠르신 분이다. 크고 굵직한 사태들을 이겨내 오신 분이시니 대단하다. 


 오늘은 짧게 써보려고 한다. 내일 오후 반차를 쓰려고 한다. 이게 뭐 큰 일이냐만, 거짓을 원하게 되는 그런 순간이 찾아왔다. 우리 회사는 가족으로 이뤄진 회사다 보니 융통성이 높다. 그런데 작년 말. 우리 각자의 연차가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는 상황이 연출이 되었다. 그래서 그것을 방지하고자 연차 계획서 서류가 생겼고 이 또한 자율적으로 쓰되 16개 중 빨간날 빼고 우리 회사가 쉴 때 연차를 사용한 걸로 쳐서 쉬자 이런 이야기를 했다. 좀 더 쉽게 이야기해보자면 임시공휴일 같은 거 연차로 쓰라는 이야기다. 혼자 안 쉬겠다고 하면 회사 나와서 일해도 된다고 하는데 안 쉴 사람이 어디.. 어디 있으면 나와봤으면 좋겠다. 분위기상 같이 쉬어야 한다. 


 문제는 작년 연말 12월 30일 31일을 쉬었다. 그리고 내가 췌장염으로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했는데 사실 그때 연차가 없었다. 회사 규정상 급여를 차감해야 하지만 사장님이 내년 연차에서 2개를 당겨서 쓰는 걸로 배려해주셨다. 고마웠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니 연차를 벌써 16개 중 5개를 써버렸다. 이제 1월인데.. 올해 쉬는 날도 별로 없다는데 조금 막막했다. 내일 오후 반차까지 쓰면 5.5개 쓴 거네. 이거 별거 아닌데 마음이 쪼그라든다. 


 그래서 나만 잘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선배님 연차 쓴 거 몰래 봤다. 16개 중에 0.5개 사용했다. 동공이 확대되면서 "어?"라는 소리가 마음소리로 나왔다. 그리고 바로 든 생각이 '선배님도 0.5개로 표기했는데 나도 3개로 고칠까. 작년 2일 치는 없네.'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그 순간이 얼마나 짧고 길었던지 두 가지 소리가 들린다. '그래 너도 고쳐.', '아니야.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정직하게 진행해.'라는 아주 굵은 두 음성. 하... 솔직히 예수님을 구원자로 믿는 사람이고, 나름 교회에서 교회오빠 소리도 들어보고, 얼굴도 착하게 생긴 사람인데 진짜 갈등했다. 하.. 이 소리는 진심이었다. 


 그리고 내일 반차를 위해서 사장님께 컨펌받았다. 그렇게 흔들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아니, 갈대처럼 왔다 갔다 했던 내 마음을 겨우 부여잡고 내일 5.5 오후 반차를 진행한다. 그렇게 나는 거짓과 마주했고 불편한 마음속에 마지막 싸인 받고 끝냈다. 나 잘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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