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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영광 Feb 02. 2021

9. 배고픈 이유로 사업을 말아먹다.

사업이야기

 당신은 점심시간에 주로 어떤 음식을 먹는가? 나는 직장생활로 들어온 이후 1-2주 만에 주변의 음식점을 정복했다. 1달 2달 지나고 보니 똑같은 루틴으로 밥을 먹고 있었다. 항상 고민은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까?"였고 행동은 항상 가던 곳을 향해 갔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음식? 없다. 살아야 하니까 먹었다. 인생에 특별히 기억에 남은 음식이 있다. 사업이다. 첫 사업을 말아먹었다. 


 사람들이 회사를 다니다가 은퇴하거나 주변 사람 이야기를 듣거나 혹은 내가 좋아하는 카페를 갔을 때 "아.. 이 카페의 주인이 나였으면 좋겠다."라는 마음 한 두 번 이상은 생각해봤을 것 같다. 특히 당신의 나이가 젊다면 더더욱 그랬겠죠? 남자라면 여자가 좋아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을 것이고 결혼을 약속한 사이라면 늘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일하는 게 꿈으로 다가올 것이고 사회생활을 하면 (이제 좀 해보니까 이해하고 적음을 알려드립니다.) 위에 상사가 없어서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어서 좋고 은퇴하면 사람들이 만만하게 해 보라는 게 치킨가게나 카페니까 한 번 해보자 라는 식으로 접근할 것이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나'다. 


 13년도 때부터 여자친구를 만났으니 어느덧 8년 차이다. 8년 동안 카페를 많이 다녔다. 동네 카페들은 거의 다 섭렵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말 좋은 관계로 발전해온 사장님도 알고 있고 동네에 신상 카페가 생기면 "이 자리에 카페가 생긴다고? 하면서 방문하기도 했다." 그렇게 카페를 가다 보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우리도 나중에 이런 카페 하자."라고 말한다. 그저 눈에 예뻐 보이는 조명과 감성 인테리어와 소품들 그리고 훈훈하고 아름다운 사장님 부부, 공기와 함께 그곳을 가득 채운 JAZZ 들은 그곳을 빛나게 하는데. 가장 빛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우리다. 셀카 찍으면 너무 잘 나오니까. 인스타 피드 올리기엔 꿀이다. 


 그런 마음을 계속 품어오다가. 군대를 갔다 오고 학교를 졸업했다. 당시 군대도 갔다 왔고 이제 결혼을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 남아있었다. 그런데 모아둔 돈이 없었다. 어떻게 여자친구랑 살지 생각도 없었고. 늘 여자 친구가 하는 그 모든 게 좋았고 여자친구가 제일 예뻤고 여자친구자 하자는 대로 모두 다했다. 이해하나? 이런 마음? 재고말고 밀당 이런 거 없었다. 그런데 결혼을 해야 하는데 돈이 없으니 여자친구와 그 집안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양가 부모님도 이 둘이 진짜 결혼을 할 것 같긴 한데 하며 걱정을 하시면서 모두 같이 어떻게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하나 생각했다. 물론 여자 쪽에서 더 많이 생각했다. 남자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인가..,? 


 그렇게 첫 직장을 가졌는데 용산에서 소셜마켓으로 이윤 창출하고 있는 거의 1인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에 취직하게 되었다. 그때 당시는 신학과, 상담 과로 어느 직장에 들어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소셜마켓 운영하는 곳에 취직하기 전까지 나는 절망적이었다. 카페베네 아르바이트도 잘해서 칭찬도 받아보고 착한 얼굴과 서비스 정신은 내 강점인데 그 걸로만 알아주는 회사는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신학과는 교회로 직행해야 하는데 결혼 준비해야 한다고 사회에 뛰어들었으니 얼마나 절망적인가? 그렇게 일을 시작했다. 


 더 놀라운 일은 일을 하면서 직장에 다닐 수 있어서 감사했는데 6개월 만에 그만뒀다. 카페라는 밥상을 차릴 수 있도록 여자친구 부모님이 도와주시겠다고 하셔서 나는 6개월 다닌 회사의 경력을 통해 대출을 끼고 보태었다. 여기서 잠깐, 아무런 생각이 없이 카페를 한건 아니었다. 프랜차이즈도 생각해보고 개인 카페도 생각해봤는데. 한쪽은 자금이 많이 들어가고 한쪽은 무기가 없으니 어느 쪽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인지 정도는 하고 있었다. 그럼 어떤 선택을 했는지 궁금할 텐데 17-18년도 시즌 한 참 인테리어로 카페들이 이득을 보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거기에 맛도 좋으면 금상첨화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던 터였다. 여러카페들 중에 우리가 마음에 들었던 카페가 하나 있었는데. 마침, 우리가 카페를 고민하고 있을 때 프랜차이즈처럼 확장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듣게 되어 아무런 정보 없이 생각 없이 그분들을 믿기만 하면 우리는 성공할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진행했다. 맛도 맛있고 사람들도 많이 오고 매출도 보여주고 하니 의심할 여지는 단 1도 없었다. 우리는 실적을 보여주면서 그 카페에 지인들을 데리고 가면서 가족들을 데리고 가면서 그곳이 정말 믿을만하다는 걸 증명했다. 그렇게 초기 투자비용만 가져오면 우리는 창업을 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말아먹을 밥상이 다 차려졌다. 


 나는 뭐든지 검색해본다. 특히 현대백화점에서 옷 살 때 마음에 드는 옷 있어도 그 자리에서 다른 거 하는척하면서 모델명 검색해보고 최저가가 얼마인지 찾은 다음에 여자친구한테 "이거 여기서는 10만 원인데 여기는 8.3만 원이니까 여기가 더 싸요."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어떤 성격 인지 감 오지? 그런데 그런 내가... 그런 내가.. 천하의 김그린이 카페를 할 때 집기류는 얼마고 머신은 얼마고 커피 가격은 얼마고 이런 계산을 하나도 안 했다. 꿈에 부풀어서 멋진 밥상카페를 보면서 "환상적이다. 뷰티풀!" 이러고 있었다. 배가 고프면 그냥 맛있거나 말거나 뭐가 들어갔는지 생각도 안 하고 먹는 그런 모습 같다고 해야 할까? (여자친구가 그랬다는 게 아니라 내가 그렇다고 이야기하는 거니까 오해하지 말아 주길 바란다. 와전되면 힘들다.) 솔직히, 나도 돈 많이 주면 당신이 원하는 카페 모습 해줄 수 있다. 그런데 현대를 살아가고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서, 삶을 꾸려가기 위해서 삶을 살아가는 우리가 돈 발라서 못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도 하는 건데.. 그땐 생각이 없어서 밥상에 돈을 발랐다.


 1. 카페가 잘되는 것을 눈으로 보았다. 실제로 손님이 많았다.
 2. 매출을 확인했다. 순수익은 확인 못했다. 

 3. 이 카페를 빨리 자리 잡아 놔서 가만히 있어도 돈이 굴러들어 오는 카페가 되어야지. 

 4. 이 카페를 잘해서 빨리 결혼해야지. 부모님 걱정시켜드리지 말자. 


 이와 같은 생각에 돈 바르면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깜빡하고 카페를 시작했다. 물론 카페가 잘 되고 순수익이 안남는터라 일은 일대로 다 하고 몸은 몸대로 아프고 인스타엔 스타 카페로 자리 잡았지만 남는 게 없었다. 심지어 빨간 날은 줄을 서서 먹는 터라. '사람들이 안 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까지 할 정도였다. 뭐가 그리 급했을까.. 뭐가 그리 배고프다고 1억 바른 밥상카페를 차렸을까 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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