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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영광 Feb 03. 2021

10. 나의 잘못인가? 그것이 알고싶다.

회사이야기

 2월2일 23시59분이 지나면 나에게 새로운 24시간이 주어진다. 그렇게 꿈나라에 빠져있다가 꿈을 깨면 똑같은 루틴으로 시작되는 하루를 맞이한다. 졸린 몸둥이를 부여잡고 화장실로 끌고 간다. 그리고 용무를 간단히 본 후 아침을 먹는다. 아침을 아름답고 우아하게 차리면 좋겠지만 나가야할 시간이 있기 때문에 나의 뇌는 미친듯이 명령한다. 오트밀과 비티민을 준비하라고 그렇게 아침먹고 옷입고나면 회사 지각할까봐 부지런하게 샤샤샥- 발걸음을 움직여 출근한다. 그런데 요즘은 출근하기가 싫다. 더 싫다. 


 1년 동안 열심히 일했다. 나름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한다. 특수한 회사 구성원들 사이에서 사업 한 번 실패해봤기 때문에, 월급받는 소중함을 알고있고, 회사에 누가 되기 싫었고, 신학과 상담과 복수전공해서 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 열심히했다. 다시 배워서 성공해야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렇게 어느덧 2년차가 되었다. 회사 생활 1년 정도 하니까, 봄부터 겨울까지 지내보니까 대충 회사가 어느정도 돌아가는지 이해했었다. 자신감 가지고 2년차 생활을 시작해보려는데 반전이 일어났다. 


 코로나 19로 작년 여름엔 여름대로 장사하시는 분들 망하고 겨울은 여느 겨울때와는 다르게 사람들의 지갑은 더 얼어붙은게 현실이었다. 그런데 우리회사는 신기하게 작년 말부터 발주가 막 들어오더니 연초도 발주서가 밀려들어왔다. 그리고 다 급하다는 요청들이 쇄도했다. 그러다보니 발주서가 많이 들어와서 좋지만 핸들링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와중에 새로운 발주서, 기존에 주문들어왔던 발주서 그리고 그 사이에 급하다고 밀어넣는 발주서 때문에 복잡했다. 공장에서 물건을 생산할 수 있는 기계들은 한정적이고 공장과 일을 하는 것이다 보니 의사전달을 해도 늦어지는게 한 두개가 아니다. 그런 상황속에서 메인 컨트롤을 담당하시는 윗분도 버거워보였다. 그래서 막내 사원인 내가 무언가를 이야기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과 그런느낌 뭔지 아는가? 남들은 굉장히 편하게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나 혼자 이야기하기 어려운 느낌. 


 그렇다고 내가 내 고객의 요청을 무시하고 고객들의 요청들을 윗분에게 이야기 안했을까? 나도 'ㅇㅇ님 제가 맡은 브랜드 중에서 이쪽에서 이런거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납기에 대해 답변 드려야하는데 공장과 이야기 후 답변 부탁드리겠습니다.' 라고 이야기하면 알겠다고 이야기해주시지만 카카오톡 읽씹 하는 것처럼 되는 경우 혹은 답이 너무 늦게 오는 경우가 많았다. 나의 고객은 답변 달라고 달달 나를 볶는데 나는 답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그런상황들이 많이 연출되었다. 무력감을 느꼈다. 그렇다고 회사에 어떤 사람 붙잡고 이야기할 수 없다.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면 그 이야기는 전체로 전달되기까지 1시간 정도 안걸릴 것을 알고있었기에 목구멍까지 넘어오는 생각들을 참고 한 숨을 큰소리로 쉬면서 넘겨버린다.   


 그러다보니 다른사람들의 눈엔 내가 순딩순딩하지만 일처리 못하는 사람, 무능력한 사람으로 보일까 걱정되었다. 그리고 답답했다. 이걸 브랜드한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닌데. 같은 회사 마저도 내 편이 되주지 않는 것 같아서 더 절망적이었다. 일을 하라는걸까 말라는걸까? 

 내가 기술이 부족하면 그것을 배우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시간이 필요하지 어떤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상황적인 문제 때문에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위에서 처리하지 못한 것들 때문에 종종 나는 사장실에 불려가곤한다. 이거 왜 이렇게 냅뒀냐고. 그래서 변명을 짓거렸다. '사장님 이러한 부분은 윗분님께 말씀드렸다. 몇번이고 말씀드렸다.' 라고 말하니 사장님은 나에게 비수를 꽂으신다. '브랜드를 맡았으면 책임져야지 넋놓고 있을거냐 블라블라블라' 이하 생략 잔소리하는걸 상상해주길 바란다. 일방적인 소리를 듣는게 짜증나는거다.   


 또 다른 윗사람은 귀찮은 일은 거의 안하려고 한다. 윗사람이라서 그런걸까? 막내는 늘 이것저것 챙기고 돌보기 이거하고 있으면 저거 시키고 저거하는 중에 이리와보라고 하고 참 난리다. 바쁜데 바쁘지 않은 윗분이 자기에게 맡겨진 일을 해내면 되는데 이거 가져와라 저거 가져와라 시킨다. 그리고 좀 쉬고있으면 쉬지 못하는 느낌? 일거리를 던져준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 같은 판단이 드는데 하나를 두고 1-10까지 설명한다. 그리고 자리 앉으면 또 부른다. 또 다른걸 설명한다. 거기에 대한 내가 느낀 것들을 이야기하면 '그게 아니라 아니아니 내 말좀 들어보라고' 라고 말하면서 자기 이야기만한다. 퇴근하기 전에 외근다녀오면 많이 바쁜데 뭘 좀 가져와달라고 요청하기 일쑤다. 또 감정에 따라 태도도 많이 바뀐다.


 2년차 회사생할이란 이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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