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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영광 May 01. 2020

2. 이 여자, 저 여자 쫓아가 내쫓김  받은 자

 연애이야기

   SNS를 돌아다니다 보면 인생의 중요한 이야기들이 몇 가지 나오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연애다. 사람들의 관심은 하늘을 찌른다. 연예인의 연애와 결혼 관심을 넘어, 현실성 있는 연애를 구경하기 위해 '하트 시그널 3', '썸바디', '연애의 맛' 등 다양한 TV 프로그램들이 쏟아져 나온다. 나도 남의 연애 구경이 그렇게 재미있고, 어느새 응원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좋아했던 사람들을 눈 앞에 놓쳤던 기억 때문일까?


이가흔, 천인우에게, 스타데일리 뉴스, 2020년 4월 30일 접속, http://www.stardaily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




#'나' 초·중학교 빡빡이.  

나는 초등학교 빡빡이 었다. 일명 스포츠컷이 미용실의 커트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외모에 대해서 관심도 없었고 내가 원하는 건 엄마가 가는 미용실에서 4천 원 컷을 시행한 후 내 손에 쥐어지는 천 원을 가지고 PC방을 가거나 100원짜리 오락기를 하는 것이 인생 즐거움이었다. 외모에 대해 알 길이 없었던 또 다른 한 가지는 미용실에 가면 "아휴, 아들 잘생겼네"라고 말하면 동네 아주머니들이 "그래그래, 잘생겼어"라고 말하는 거짓 세상 속에 갇혀있었다. 나는 피해자다. 그는 그렇게 현실을 자각하지 못하고 중학생 1학년까지 보낸다.


#이성의 눈뜨다.

중학생이 되니까 모든 게 빠르게 흘렀고 변화했다. 초등학교 졸업 후 중학교에 입학하려고 하니 '내신'을 신경 쓴다느니 대학을 이야기하고 나로서는 정말 처음 듣는 이야기였고 황당했다. "무슨, 벌써부터 대학이야"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속으로 빡빡 삭혔다. 나는 빡빡이니까. 중학교 2학년이 되고, 어느 순간 나는 이성에 대한 눈이 뜨길 시작했다. 그 발단은 주변의 영향이 컸다. 일단 쌍둥이형이 있는데 초·중학생 때 진짜 너무 잘생겼고 너무 잘생긴 나머지 팬클럽도 있었고 여자들이 쫓아다녔었다. 또 다른 형은 스타크래프트 게임을 좋아하는 형인데 취미는 남동생 패기였고 가수 플라워의 팬이자 머리로 노래부를 줄 안다며 즐거워했던 형이었는데 우리 집에서 남자들 몇몇 모여서 같이 Adult video를 봤다. 난 눈을 떴다.


#망해라! 화이트데이.

이성의 눈을 뜨고, 맨 처음 보인 게 내 머리다. 형들은 샤키컷, 울프컷에 왁스를 바르고 다녔는데 나는 물광을 내기 위해 젤을 머리에 바르고 선인장이 되었다. 머리가 삐죽하면 다 잘생겨 보이는 줄 알았다. 그리고 연애의 붐이 일어났다. 형들이 연애를 시작한 것이다. 아까 말한 형들 다 연애하니까 또 AV 같이 본 형은 다른 학교 가장 예쁜 애랑 사귀니까 나도 연애를 하고 싶었다. 내 주변에 누가 있을까 나는 누구를 좋아할까 고민하다가 마음을 정하고 고백했다. 주변 여자 친구들한테 다. 1-2만 원짜리 사탕 꾸러미를 준비했고 주말 점심시간 남들이 보는 앞에서 한 사람에게 "나, 너 좋아해. 우리 사귈래?"라고 고백했다가 1도 고민하지 않고 차였다. 화이트데이는 끝났고 나의 연예도 시작도 못하고 끝났는데 다음 주가 되면 사탕 꾸러미를 들고 다른 여사친한테 고백했다. 그렇게 모두에게 고백했고 나는 화이트데이 주주가 되었다.


#연애를 책으로 하면 생각 없는 사람이 된다.

 화이트데이 주주가 된 이후 제일 큰 변화는 아픔을 견디는 것이었다. 감성적인 글들 이 눈에 밟히고 '이별택시', '보고 싶다' 등 고전 노래를 듣는 등 내 가슴을 후벼 팠다. '1일'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시작부터 고되었다. 더 이상 이렇게 아플 수 없다는 생각에 여자들이 이야기하는 상황에 어울리는 행동들, 느끼한 말들을 내 머릿속에 입력하기 시작했다. 음식점, 카페에 갔을 때 여자들이 앉을 의자를 빼주고 여자들이 원하는 대로 계획 하나도 안 짜고 네가 좋아하는 음식, 영화 등 뭐든 나는 다 좋아 라는 대답, 매너 손 등 그런 것들 감성적인 책을 읽으며 분위기 있는 척하고 괜히 창문에 앉아서 멋지게 사진도 찍어보고 여자들이 원하는 데이트 상황을 공감하고 당신이 했던 그 느끼한 말들, "오늘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사랑을 몰랐을 거야.", "사랑하는 법을 알려줘서 고마워, 사랑하는 법도." 등 나도 난사했다. 고통의 시간은 지속적으로 흘렀고 나는 여전히 예쁜 여자를 좋아했다. 예쁜 여자 좋아한다. 어떤 예쁜 여자? 그냥 예쁜 여자면 된다.


'하트시그널3' 출연진 직업에 , 미디어제주, 2020년 5월 1일 접속,http://www.mediajeju.com/news/articleView.html?idxno=32229


#이 여자, 저 여자, 내쫓김 받은 자

 내가 좋아했던 사람들 보면 거의 다 예쁜 누나들이었다. 하지만 중학생이 고등학생을 좋아하는 것 혹은 고등학생이 이제 대학을 앞두고 있는 사람의 연애의 모습이 는 것이 이해가 잘 되는가? 상대방은 나쁜 남자들을 원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나는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좋아했다. 결과는 알다시피 실패. 내가 대학생이었을 때는 꿈을 이루기 위해 빨리 결혼하고 싶었다. 그 생각은 고등학교 때도 변함이 없다. 내가 여자를 찾는 조건은 내 꿈을 이루기 위해 내 꿈을 조력할 수 있는 여자를 찾았다. 여자로 사랑한 게 아니라 꿈을 위한 수단이었다. 근데 예뻐야 했다. 내 꿈을 향해 같이 조력자가 되어주되 얼굴이 예쁘고, 피아노를 치고, 착한 사람 그런 조건이 내게 있었다. 쫓아다니기도 많이 쫓아다니고 사람들의 입방아에 많이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하고 아르바이트할 때 친구에게 이 여자 어떠냐고 사람 착해 보이고 괜찮아 보인다고 말해놓고 내가 좋아하고 있고, 어떤 경우는 썸 타는 것 같았고 썸 타는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었다. 좋아하는 거 다 티 나는 사람의 유형을 아는가? '나'다. 이 사람들의 특징은 험담의 주제로 주가를 치솟게 만든다. 어느 날은 절친했던 여사친들이 따로 불러서 "야! 정신 차려!"라고 대놓고 이야기했을 만큼 정신 못 차리고 있었다. 그 절친 중 한 명이 지금 내 아내다. 나는 그때 슬피 울며 내쫓김 받은 자로 살아가길 선택했던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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