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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니엘영광 May 03. 2020

3. 당신이 원하는 카페는 존재하지 않는다.

사업이야기

 몇 가지 상황이 주어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까? 만약 오늘 당신이 친구를 만나기로 해서 밥을 먹기로 했다. 다음 코스는? 하나, 둘, 셋 하면 말하면 된다. 하나, 둘, 셋. 다음 당신이 우연히 지금 남자 친구, 여자 친구를 만나는데 오늘은 합정역 5번 출구 맛집을 찾아간다고 가정하자 맛집을 찾아간 이후 다음 목적지는? 하나, 둘, 셋. 일단, 입 밖으로 정답을 꺼내 준 당신께 감사하다.라고 전하고 싶다. 10명 중에 9홉 이상은 '카페'라고 이야기했을 것이다. 상호명을 직접 이야기하거나 유명 카페를 찾아간다고 이야기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 여자가 내 아내가 되기 이전 나와 그녀는 데이트를 자주 했다. 호주머니 비어있을 때 밥 먹으러 못가도 주머니를 털어서 카페는 꼭 갔다. 그와 그녀도 방구쟁이 남편과 여전히 아름다운 아내도 카페를 좋아한다. 이제는 밥 먹고 가는 곳은 자동으로 카페가 되었고 데이트를 하려고 해도 '맛집'만 찾으면 되는 게 아니라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는 카페를 코스로 꼭 넣어야 한다. 당신은 어떤 카페가 맘에 드는가?




#나와바리 카페에서 탄생한 미슐랭 정직원

 당신은 지금 어떤 여정을 걸어가고 있는가? 나는 13년도 연애를 시작했을 때 대학생이었고 학교, 교회, 집이 내 주된 동선이었다. 그리고 연애를 시작하면서 여자 친구 동네가 동선의 마지막이었다. 우리의 주로 데이트는 동네였다. 보통 서울을 갈법한데 나는 서울을 잘 가본 적도 없고 여자 친구가 좋아하는 곳이라면 다 좋다고 말하던 계획성 없던 시절이자 둘 다 같이 맡은 것들이 많아 시간도 별로 없었다. 적당한 시간을 보내기에 빠른 시간을 보내기에 적합한 장소는 카페였다. 조금 고급지게 커피를 마시고 싶고 주머니에 돈 좀 있다고 하면 스타벅스, 투썸을 갔고 주머니가 짤짤짤 거리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가성비가 좋고 맛도 좋은 카페를 갔다. 그렇게 폴바셋, 이디아, 개인 카페 등 어지간한 곳은 다 가봤다. 그리고 나는 미슐랭 정직원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


#카페의 종류

 카페의 종류는 커피 메뉴처럼 몇 가지의 부류로 분류할 수 있다. 프랜차이즈, 개인카페. 막상 쓰려고 했더니 두 가지밖에 없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면 프랜차이즈 에도 급이 존재한다. 스타벅스는 당신이 범접할 수 없는 삼성보다 더 쌘 카페다. 드롭탑, 투썸플레이스, 커피빈 등이 하위 정도라고 생각하고 나머지 탐탐, 앤젤리너스, 할리스 등은 안 껴준다.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내 취향이 아니다. 취향파라 색깔이 분명한 점 양해 바란다. 개인카페는 커피 맛 보통 정도에 디저트가 보통 정도에 가격이 저렴하고 스탬프 찍어주고 하는 곳, 커피 맛으로 승부 보는 마니아층의 카페와 로스팅을 겸업하는 카페 마지막으로 진짜 저렴하게 승부 보겠다.라는 카페가 있다.


#이 정도쯤이야

 내가 미슐랭인데 이 정도 카페의 등급을 나누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당신은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피식- 하는 비웃음으로. 인스타그램 즐겨하고 수다 떠는 것 좋아하고 카페 자주 가면 다 미슐랭이다. 그리고 한 가지의 공통점이 있는데 다음 대화를 통해 알아보자.


"야, 나 나중에 이런 카페 하나 할까 봐."

"카페? 너무 많아 레드오션이야 망해망해.”
"레드오션이긴 하지. 그래도 여기저기 카페 다 가봐서 알잖아."
"그래? 네가 카페 좋아하긴 하지. 맨날 카페 사진 올리잖아."
"맞아. 하도 많이 가봐서 다 알아. 디저트 같은 건 유명한 학원 찾아가서 배우면 되고

인테리어는 화이트, 베이지 톤에 오픈 주방? 정도 장소는 핫플이 좋지."

"오. 좋다! 잘 되면 나 커피 공짜야?"

"당연하지, 맨날 와서 수다 떨고 놀자."


#당신이 원하는 카페는 없다.

 그렇다. 당신이 원하는 카페는 없다. 세 번 얘기해줄 수 있다. 없다. 또 듣고 싶으면 또 해줄 수 있다. 나는 친절하니까. 애니메이션 ‘원피스’처럼 수많은 인싸들이 인싸 카페를 찾아다니지만 그들의 피드에 똑같은 카페만 올라오지 않는다. 꼭 그 카페만 갈 수 없는 조건이 너무 많다. 친구와 만나야 하는 장소, 시간, 주머니 상황, 직장생활, 가정생활 등 영향을 많이 받는다. 혹시라도 맘에 들어도 분명히 “인테리어는 마음에 드는데, 커피가 맛없어.”, “커피는 맛있는데 평수가 너무 작다.”, “카페가 좋은데 주차공간이..”, “맛있는데, 너무 비싸다.”, 수 만 가지 태그를 붙일 것이다. 그럼 내가 인심 쓰겠다. 커피가 맛있고 인테리어도 나쁘지 않다도 가정을 세우자. 그래도 방문 빈도수는 1-3회 정도다. 당신이 고객으로서 카페에 지출 비용을 생각하고 힘들어한다면 카페 오너가 되었을 때 당골들도 주머니 사정에 힘들어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의 방문 횟수는 당신과 마찬가지로 1-3회. 결국, 내가 조금만 신경 쓰고 카페를 운영할 수 있는 아름다워 보이는 백조카페는 없고 백조사장도 없다.

없다. 없다. 없다. 없다. 글을 읽으면서 나는 백조 같은 카페 원한 적 없다. 어느 정도 적당히 손님 오고 적당히 내가 운영하다가 적당한 시간에 문 닫고 적당한 시기에 팔아서 흑자가 되겠다는 생각이 있는가?

내가 미워도 없다..


비주얼과 맛은 대부분 비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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