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무언가를 하고 있는 걸까요?
스스로 창업을 하거나 혹은 아직 형태를 갖추어 나가는 단계의 스타트업에서 일을 하다보면 불안을 마주하는 적이 많다. 당장 눈앞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과 일이 결국 잘 되지 않았을 때 경력적으로 가치가 있을까 하는 불안이, 어느 시점에 다다를 때까지는 늘 마음 한켠에 있다. 불안이 무의식을 깨고 나오는 때는 특히 내가 하고 있는 일의 [생산성]에 대한 불신이 일 때. 그런데 스타트업의 업무라는 것은 일의 많은 부분이 자주 그 [생산성에 대한 불신]을 일으키는 것 같다.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면서 자주 접하는 상황 중의 하나는, 뭔가 아이디어가 있는데 당장 수행할 역략이나 자본이 안 되어서 미뤄두거나 차선을 선택해야하는 것. 필요한 여건을 갖추기 위해 시간을 들여 준비하는 동안은 한 스텝씩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보람도 있지만, 한켠으로 무력감을 느끼기도 한다. 내가 한 일의 효과가 전혀 체감되지 않거나 미미해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적에.. 그러다보니 도대체 [생산적]이란 건 어떤 상태를 가리키는 건지, 개개인이 할 수 있는 [생산]의 실질적 내용은 뭔지 스스로 생각을 정리해둘 필요를 많이 느낀다.
스타트업을 나름대로 정의내리면, 무의 상태에서 출발하여 시장니즈에 적시에 비용 효율적으로 지속적인 대응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추는 단계에 있는 조직,을 이른다고 생각한다. 가시적인 기준으로는 어떤 사안을 다루는 과정과 결과의 시스템 의존도를 따져볼 수 있다. 사안의 경,중을 구분하여 각각이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낮으면, 즉 한 사람이 나고 드는 것에 따라 일의 성패가 갈리고 조직의 명운이 달라진다면 스타트업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에 반해 기업은 규모 면에서 개별 사안이 조직 전체의 향방에 미치는 위험이 상쇄될 수 있는 전략을 지니고 있으며, 조직원 개개인의 업무가 서로 간에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일관성 있는 결과물을 창출한다. 따라서 기업을 목표로하는 스타트업은 사람의 들고 남에 무관하게 평균적인 업무 수행이 협력적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에 일차적 목표가 있다. 이런 목표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생산적]이다,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맥락에서 회사가 가치를 창출하는 원천을 크게 4가지로 구분해 보았다. 1. 제품/서비스, 2. 사람/조직, 3. 프로세스/시스템, 4. 사용자 기반. 각각은 서로 동떨어진 주제들이 아니다. 가치가 창출되는 과정은 고객에서 제품 포트폴리오 계획으로, 수익모델로, 또 가격 전략으로, 그리고 조직 구조 설계에 따른 직무 정의와 커뮤니케이션 룰 정립으로 정보의 흐름을 따라 진행된다. 이 중 어느 것 하나 결여되어선 안 되며, 한 부분의 정립은 다른 부분의 정립에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한 부분만 완벽하게 만드는 데에 몰두하는 것은 조직의 형태를 갖춰가는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타트업은 성장 단계에 맞는 투자의 규모에 따라 분류가 가능하다. 투자 규모는 곧 필요로 하는 업무의 양과 비례할 것이므로 조직 규모에 따른 분류와도 일맥상통한다. 우선 초창기의 시제품 단계에 씨드 투자 단계 (seed round), 수익 창출이 이루어지는 시점의 시리즈 A 투자 단계, 기업공개(Initial Public Offering)를 준비하는 시기의 시리즈 B, C, D 투자 단계로 나누어 볼 수 있다.*1) 스타트업의 가치창출을 위한 4개 요소는 성장 단계에 따라 반복적으로 전략을 검토하고 재설계(수정을 넘어서 원천적인 재검토가 필요할 수도 있다)하며 최적의 모형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1. 제품/서비스 Product/Service
제품/서비스는 회사가 사업을 영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장 분석 및 타겟 선정을 바탕으로 정의된 제품/서비스의 목표가 곧 어떤 조직이 어떤 프로세스를 갖추고 어떤 사용자에 어필할 것인지 등의 전략과 맞물리기 때문에 가장 먼저 고려되어야 할 요소라고 해도 무리가 없다. object module은 제품/서비스의 확장성을 극대화하고 고객이 제품/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전략으로서 제품/서비스는 개별 제품/서비스를 시작으로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포트폴리오를 기획한다. 확장 방식은 아래 그림에서 보여지는 바와 같이 제품/서비스가 제공하는 기능의 고도화를 달성하는 세로축과 기능의 추가(타겟 고객 범위의 확대)가 이루어지는 가로축의 매트릭스로 접근할 수 있다.
2. 사람/조직 People/Organization
1인에서 5인, 10인, 15인, 30인, 50인, 100인으로 규모가 커지는 과정 자체를 개인에서 스타트업을 거쳐 기업이 되는 과정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사람은 곧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 시간, 기술의 집합체이기 때문에 어떤 제품/서비스가 존재하려면 먼저 사람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조직이 단순히 많은 사람이 모인 것 이상으로 일사불란하게 공동의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의미를 가지려면 몇몇 환경적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바로 보상체계의 기반 위에 구축되는 조직의 문화와 교육이 그런 조건 아닐까. 보상체계 reward management의 설계는 공동의 목표와 표준화된 업무 방식에 대한 실천동기를 부여함으로써 기업이 추구하는 조직원 간의 관계와 업무 분위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효과적인 보상 시스템은 업무가 명확히 정의되어 있고, 조직원이 업무를 수행할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동기부여가 되고, 조직원의 노력이 목적한 결과로 전환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어, 노력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갖추고 있을 때 가능하다. *3)
3. 프로세스/시스템 Process/System
업무 프로세스는 효과적인 보상체계를 위한 전제 조건일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업무의 효율성과 일관성을 보장하며 업무 영역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한다. 따라서 조직의 규모를 고려해 적합한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시스템은 프로세스의 유기적 연결과 데이터 통합을 바탕으로 일사분란한 업무 수행과 관리, 평가, 분석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시스템은 정보 투명성을 확보함으로써 업의 신뢰성을 지키고 관계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히 이루어지게끔 할 의무가 있다. object module은 패션 제품을 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지만 사업기획의 초기부터 시스템 설계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제품의 기획부터 판매 후 사용 관리까지 정보의 투명한 관리를 바탕으로 일관된 업무 수행이 가능한 기업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가치창출을 하고자 목표한다.
4. 사용자 기반 User Base
사용자 기반은 자본력과 가용 리소스가 절대적으로 작은 스타트업에 있어 사실상 가장 강력한 사업 영위의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제품이나 서비스를 런칭하고 사업성이 검증되는 시점부터 당면하는 위기가 바로 팔로워follower 기업과의 경쟁이다. 특히 거대 조직 및 자본 우위를 앞세운 대기업이 단시간에 아이디어를 카피하고 마케팅 공세를 퍼부으면 스타트업으로선 비용을 회수하기도 전에 마켓셰어를 잃을 수 있다. 이 때 스타트업이 경쟁에서 버틸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바로 충성고객이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에는 사용자 이탈 속도를 최대한 지연시킬 수 있는 물리적, 감성적 편의 요소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object module의 snapXsnap은 제품 라인을 넘어서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기폭재가 되기를 기대하며 구상되었다.
작은 조직의 설계를 고민하면서 늘 염두에 두었던 질문 중의 하나는 '어떻게 하면 조직의 업무 퀄리티를 일관되게 지켜나갈 수 있을까'하는 것이었다. 조직원 한 명 한 명이 outperformer이냐, underperformer이냐에 관계 없이 팀으로서 조직의 성과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건강한 팀워크를 달성하는 데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object module을 계획하면서 내가 생각하는 리더십은 한 사람의 의사결정이 기업의 성과를 좌지우지 하지 않는 안정의 달성이었다. 위의 네 가지 카테고리는 그런 목표 하에 고민하고 발견한 조직의 구성 요소이다. 제품과 서비스가 명확히 정의되어 조직원의 중지가 집중될 목표를 제시하고, 프로세스를 통해 업무 효율이 보장되며 개개인의 노력에 대해 합의할 수 있는 보상이 이루어지는 조직. 보다 촘촘한 설계와 설득력을 갖추려면 하나 하나 아직도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필요한 내용들이다. 앞으로 회사의 모습을 갖추어 나가면서 계속해서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갔으면...
혹자는 스타트업의 불안을 '깨어있음'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것 같다. 시스템 중심으로 돌아가는 대규모의 안정된 조직에서는 너무나도 많은 요소가 한 순간에 맞물려 나의 업무가 이 큰 덩치의 어느 구석에서 어떤 메커니즘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 건지 깨달을 사이 없으려나. 그런다면 스스로 의식하지 않아도 문제없는 일상에 살아내는 감각이 무뎌진다고 말할 수도 있을까. 스타트업은 그런 데에 존재 이유가 있는 지도 모르겠다. 당연한 줄 알았던 것들의 당연하지 않은 형성 과정을 되짚어 보거나 익숙해져 버린 방식들을 점검하면서 거대한 사회의 작동 방식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거. 오늘도 별 거 없는 업무를 하고 내일은 결과를 체감할 수 있을까 불안해 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뎌 낼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봄.
*1) wikipedia, Startup company https://en.wikipedia.org/wiki/Startup_company
*2) Ch.3. Platform Strategy, The Power of Product Platforms, Meyer, M. H. and Lehnerd, A. P., 1997, Free Press
*3) wikipedia, Reward management https://en.wikipedia.org/wiki/Reward_manag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