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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연 Dec 18. 2018

_오픈소스 하드웨어

그게 뭐래요?

오브젝트모듈의 비즈니스 모델은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철학을 지향하고 있다. 오픈소스 하드웨어, 용어도 생소한 주제에서 의미를 찾기 시작한 데에는 '창의성의 발현'에 대한 고민과 맥락이 맞닿아 있었다. 집단적인 창의성이 발현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중에 읽은 크리스 앤더슨의 '메이커스'*1)는 내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오래 전부터 창의성이 어떻게 발현되는가 하는 것은 나에게 굉장히 중요한 주제였고, 그와 관련하여 '창의성의 정의', '창의성의 발현 프로세스', '창의성 발현을 위한 환경 설계' 등과 같은 내용을 고민해 온 터였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책상 위 공장 desktop manufacturing 환경은 3D 프린터, 레이저 커터, CNC 머신 같은 기계의 보급을 바탕으로 메이커 운동makers movement을 확산시키고 있었다. 이런 모든 것은 창의성 발현 환경의 변화로 느껴져 내게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그런 생각들을 하나씩 풀어가기에 앞서 본 글에서는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무엇인지, 그 정의와 특성을 짚어보려 한다.



용어의 발견


2014년, 관련 개념들을 처음 들여다보기 시작한 후 이게 만만치 않은 문제라는 걸 깨닫는 데에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럴 것이 첫 번째로 부딪힌 관문이 바로 학계나 업계에 공인된 용어조차 정립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였으니까. 자연발생적인 현상이 의미있는 현상이라고 인정받으려면 공동의 방향성을 가진 사례들이 충분히 수집되고 그 특성을 요약해 용어로 정리해야 하는데, 당장 이들을 하나로 통칭할 용어부터 모호한 상태였다. 리서치 초창기에 용어와 연구주제의 발견을 목적으로 관련 컨셉들을 마인드맵으로 구성하면서 발견한 유사 buzzwords는; 오픈 하드웨어, 프리소스, 오픈소스 디자인, 오픈소스 이콜로지, 오픈 프로덕션, 오픈 사이언스, 오픈 놀리지 등의 다양한 표현이 있었다. 이들은 나름대로 유사한 가치를 몇 가지 공통으로 추구하고 있었는데, 프로젝트 참여자격에 비교적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점이나 공동의 목표를 위해 참여자 간에 지식을 공유한다는 점이 대표적이었다.


마인드맵 - 오픈소스하드웨어를 찾아서


용어 정립을 위해 무엇보다 먼저 구분이 필요한 것은 '오픈 vs. 오픈소스 vs. 프리소스'의 의미와 차이였다. 첫째로, '오픈소스/프리소스'와 '오픈'의 구분은 대상에 대한 정의에 차이가 있다. 오픈소스와 프리소스가 소스, 즉 어떤 프로세스에 소요되는 투입요소에 대한 태도를 이야기한다면, [오픈]이라고만 명칭이 규정된 경우는 조직이나 시스템의 운영방식이 어떤 인가를 바탕으로 제한되냐 제한되지 않냐를 가리킨다. 둘째로, 오픈소스와 프리소스의 차이는 명백하게 [무료] 소스인지 아닌지에 대한 소스 제공자의 의지를 나타낸다. 오픈소스라고 명명된 경우는 원천소스와 원천소스를 가공 또는 변형한 파생소스에 대한 상업적 대가 여부에 관여하지 않는다. 따라서 배포자의 희망에 따라 유료 또는 무료로 개방이 가능하다. 보통 이 같은 소스 사용에 대한 대가 유무 여부는 소스 업로드 시 해당 소스가 준수하는 오픈소스 라이선스의 종류와 함께 내역이 명시되어 있다. 이에 반하여 프리소스는 소스를 무료로 개방하겠다는 배포자의 의지를 표명한다.


다음으로 소스의 범위에 따라 명칭이 구분될 수 있다. 오픈소스 정책을 바탕으로 발생 중인 프로젝트의 종류는 상당히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양한 목적을 지향하고 있다. 가장 활성화되어 있다고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개발부터 학문연구, 집단지성 축적, 디자인, 또는 기업의 상업적 제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오브젝트 모듈의 경우 핵심적인 판매 제품이 의류 제품으로 물리적인 생산을 포함하는 제조업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관심의 범위가 하드웨어, 프로덕트, 디자인의 개발에 집중되어 있다. 그에 더하여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이미 오픈소스의 철학과 사업모델이 10여 년 간 자리를 잡아온 터라, 오픈 소프트웨어와 평행하게 성격이 정의되는 것을 고려하여 '오픈소스 하드웨어'가 적합한 명칭이라고 결론지었다. Wikipedia를 비롯한 여러 소스로부터 도출 가능한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누구든 제품을 연구, 변형, 배포하는 데에 오픈소스를 활용하도록 허락한다. 파생된 제품은 그 소스를 공개할 의무 없이 상업적 이익을 위해 판매 가능하다. 오픈소스 하드웨어 프로젝트가 공개하는 소스는 디자인 파일, 설계도, BOM, 화학 용액(chemical solutions), 소프트웨어 코드 등을 포함한다.]*2)



오픈소스 하드웨어 특징


오픈소스 하드웨어 조합 OSHWA(Open Source Hardware Association)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정의에 기반하여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정의를 내리기 위한 기준을 다음의 12가지 항목으로 구분하여 배포하고 있다.*3)


1.  문서화 : 하드웨어는 반드시 디자인 파일을 포함한 관련 문서와 함께 공개되어야 하며, 해당 디자인 파일의 변형과 유통을 허가해야 한다. 물리적 제품과 함께 문서가 제공되지 않은 경우, 합리적인 수준의 비용 내에서 문서를 구할 수 있는 잘 알려진 공공의 수단이 존재해야 한다(인터넷을 통해 추가 비용 없이 다운로드 받는 방식이 선호된다). 문서는 CAD 프로그램의 원본 파일과 같이 수정을 하기에 선호되는 형식의 디자인 파일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의도적으로 혼란을 주는 디자인 파일은 허락되지 않는다. 또한 바로 3D프린팅 할 수 있는 상태의 CAD파일처럼 컴파일 된 컴퓨터 코드와 유사한 중간 형태의 파일은 디자인 파일의 대체재로 허락되지 않는다. 라이선스에 의하면 디자인 파일이 완전히 문서화되어 오픈 포맷으로 제공될 것이 요구된다.


2. 범주 : 하드웨어의 문서는 전체 디자인 중 오픈소스 라이센스가 적용되는 범위를 정확하게 명시해야 한다.


3. 필수 소프트웨어 : 하드웨어의 필수 기능 요구를 충족하고 적절히 수행하기 위해서 내장 소프트웨어 또는 관련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한다면, 오픈소스 라이센스는 다음의 조건들 중 한 가지를 충족해야 한다:

a) 필요하다면 즉각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작성해 장치의 필수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고 충족될 수 있도록 인터페이스가 충분히 설명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장치가 신호를 주고받는 타이밍이 표시된 다이어그램이나 작동 시의 인터페이스를 명화기 도시한 수도코드pseudocode 등을 포함한다.

b) 필수 소프트웨어는 OSI(Open Source Initiative)가 인정한 오픈소스 라이센스 하에 배포된다.


4. 파생 결과물 : 오픈소스 라이센스는 소스의 변형이나 파생물의 생산을 허용하며, 그 결과물이 오리지널 소스와 같은 오픈소스 라이센스 규정 하에 배포되는 것을 허용한다. 또한 오픈소스 라이센스는 결과물의 생산, 판매, 배포는 물론 디자인 파일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어 사용하거나 디자인 파일 및 파생 디자인 파일 자체를 사용하는 것 모두 허용한다.


5. 무료 재배포 : 오픈소스 라이센스는 프로젝트 문서를 판매하거나 무료로 배포하는 행위에 있어서 어떤 주체도 제한하지 않는다. 오픈소스 라이센스는 그 같은 판매에 대해서 판매로열티나 다른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픈소스 라이센스는 그 파생 결과물의 판매와 관련하여 어떤 판매로열티나 비용도 요구하지 않는다.


6. 속성 : 디자인 파일, 생산된 제품, 또는 그 파생 결과물을 배포할 때에는 오픈소스 라이센스의 인가에 필요한 속성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파생 문서, 장치와 관련된 저작권 표시 등을 요구한다. 오픈소스 라이센스는 이와 같은 정보들이 정상적으로 장치를 사용하는 사용자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하나 그 형식이나 표시 방식은 특정하지 않는다. 오픈소스 라이센스는 파생 결과물에 오리지날 디자인과는 다른 이름이나 버전 번호를 부여하도록 권고한다.


7. 참여자 또는 참여그룹에 대한 무차별 : 오픈소스 라이센스는 어떤 사람 또는 그룹도 절대 차별하지 않는다.


8. 분야에 대한 무차별 : 오픈소스 라이센스는 생산된 하드웨어를 포함하여 공유된 내용을 특정 분야에 사용하고자 하는 그 누구도 절대 제한해서는 안된다. 예를 들어, 오픈소스 라이센스는 하드웨어가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되거나 원자핵 연구에 사용되는 것 역시 절대 제한해서는 안된다.


9. 라이선스 배포 : 오픈소스 라이센스에 의해 승인된 권한은 별도의 추가적 라이센스를 집행할 필요 없이 해당 공유물을 재배포 받은 모든사람에게  반드시 적용되어야 한다.


10. 라이선스의 제품 특정화 불가 : 오픈소스 라이센스에 의해 승인된 권한은 라이센스를 받은 내용이 특정 제품의 일부로 사용되는가의 여부와는 절대 무관해야 한다. 만일 오픈소스 라이센스 기간 내에 해당 라이센스를 받은 내용의 일부가 추출되어 사용 또는 재배포될 경우, 해당 내용을 재배포받은 모든 당사자는 오리지널 작업물이 승인받은 것과 동일한 권리를 갖게 된다.


11. 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제약 불가 : 작업물의 오픈소스 라이센스는 해당 작업물과 통합된 다른 부분들, 즉 해당 작업물로부터 파생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절대 제한을 두지 않는다. 예를 들어, 오픈소스 라이센스는 오픈소스 라이센스 작업물과 함께 판매되는 모든 하드웨어 부분이 오픈소스로 공개될 것을 강요하거나 장치 외부에서 사용되는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로 제약해서는 안된다.


12. 라이선스의 기술 무차별성 : 오픈소스 라이센스의 조항은 어떤 개별 기술이나 특정 부분, 특정 부품, 특정 재료, 특정 인터페이스 스타일, 또는 특정 사용 범위에 입각하지 않는다.


부가사항 : 이 오픈소스 하드웨어 정의의 서명인은 오픈소스 운동이 정보 공유의 한 가지 방법을 대변할 뿐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우리는 본 정의에 부합하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모든 형태의 개방성과 협업을 격려하고 지지한다.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경제성


오픈소스 개발 방식과 관련하여 가장 많이 제기되는 의문은 이 방식이 지속가능한 수준의 경제성을 갖는 방식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오픈소스 개발 방식의 가장 큰 이점은 참여 자격이나 방법에 대한 제약이 거의 없어 다양한 시도와 파생이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제품의 복제와 배포에 소요되는 비용이 0에 가까운 소프트웨어의 경우,  오픈소스 개발 방식을 통해 제품을 개선하거나 소스코드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 반면에 하드웨어는 생산 및 배포 과정에 물리적인 제약과 비용이 발생한다. 대량생산 방식이 생산 표준화를 통해 제품의 질을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를 달성함으로써 개발 비용을 회수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픈소스 개발 방식은 하드웨어 제품의 경제성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오픈소스 하드웨어 트렌드에 따라 기업 차원에서도 오픈소스 철학을 도입하고 있다. 테슬라가 전기차와 관련된 특허를 전면 공개*4)한것을 포함하여, 오토데스크의 3D 프린터 기술 개발 프로젝트(Ember, 2014-2017년 중단)*5), 구글의 오픈소스 스마트폰 개발 프로젝트(Project ARA, 2014-2016년 중단)*6) 등의 사례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는 추세이다.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경제성에 대한 힌트는 기존의 경제성 논리와는 다른 제품 시장 환경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최근의 제품 시장은 제품의 생명주기가 짧고, 제품의 개인화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생산방식의 혁신으로 생산의 loalization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 같은 환경 변화가 기존의 폐쇄적 수익모델에 어떤 어려움을 초래했는 지를 Henry Chesbrough의 저서 ‘오픈 이노베이션*7)’과 ‘오픈 비즈니스 모델*8)’의 내용을 인용해 이야기해보겠다. 아래 그래프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채택함으로써 기업이 취할 수 있는 수익모델의 다각화를 보여주고 있다. 먼저 상단 그래프를 살펴보면, 시장 환경의 변화에 따라 기존의 폐쇄적 혁신 모델이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프의 붉은 면적은 제품의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을, 푸른 면적은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어 판매되는 동안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을 표시하고 있다. 시장에서 제품이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고 판매되는 기간, 즉 제품수명 주기가 점점 짧아지면서 기업이 해당 제품을 판매해 거둬들이는 수익이 줄어들고 있다. 반면에 기술이 고도화됨으로써 하나의 기술을 내제화하고 혁신을 이끌어내기까지 비용은 상대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기업의 수익률이 악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의 그래프는 폐쇄형 혁신 모델을 오픈 이노베이션 비즈니스 모델과 비교한 것이다. 오픈 이노베이션 비즈니스 모델은 라이센스 판매나 원천 기술의 매각 등의 수익원을 도입함으로써 폐쇄형 모델의 수익성 악화문제를 완화한다. 이같은 방식을 통해 외부에 개방된 원천소스는 기술 이해도 및 숙련도가 높은 사용자들에 의해 채택, 추가 개발되어 다양한 파생 기술을 낳는다. 결과적으로 기업은 추가개발에 소요되었을 비용 부담은 줄이고 파생 기술을 제품 개선에 반영하여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게 된다. 물론 이렇게 개방되어 있는 원천소스와 파생 기술은 경쟁자에게도 노출된다. 따라서 이전보다 더 빨리 시장에 경쟁제품이 쏟아진다. 하지만 시장에서의 제품수명주기 단축으로 인해 경쟁제품이 출시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자사 제품이 시장에서 퇴출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의 차가 크지 않으므로 경쟁 제품의 위협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분석할 수 있다.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면 오픈소스 하드웨어 개발 전략은, 기술개발 비용은 상승하고 비용회수 기간은 짧아진 시장환경에서 특허를 바탕으로 자사의 시장 독점 기간을 확보하는 전략은 비용 대비 효용이 낮다는 해석을 전제하고 있다. 차라리 기업 내부의 제품 개발 과정을 공개하고 아이디어의 발전을 가속화하면서 새로운 시장환경 적응 기전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오픈소스 하드웨어 개념의 많은 부분이 특허를 기반으로 하는 기술 혁신 사이클과 폐쇄적 사업모델에 대조하여 정의내려진다. 기본적으로 오픈소스 하드웨어는 R&D 과정에서 산출된 모든 소스들, 예를 들어 컨셉, 설계도, 관련 소프트웨어 소스, BOM(Bill Of Materials) 등 소위 기업 비밀에 해당되는 제품 관련 정보들이 경쟁 기업을 포함한 대중에 공개되는 방식을 취한다. 이 같은 철학을 가지고 형성된 오픈소스 생태계를 도식화 하면 아래와 같다. 핑크색 원 안의 기업은 완성품, 중간재(부품), 원천 기술 소스의 세 가지 산출물을 생산한다. 이 중 무엇을 개방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개방 정도를 평가할 수 있다. 크게 둘로 나누어 그림 우측 상단에 완성품을 판매하는 폐쇄형 비즈니스 모델과, 하단에 원천소스(혹은 부품)를 개방하고 이를 활용한 아이디어 풀을 피드백 받는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볼 수 있다. 폐쇄형 비즈니스 모델의 고객과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의 고객은 해당 제품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 측면에서 전문성 정도에 차이가 있다. 완성품의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 이해도를, 원천소스의 소비자는 높은 기술 이해도를 갖는다. 도식의 좌측은 기업 외부의 연구 기관 및 경쟁사와 합작을 통해 개방된 소스를 발전시켜 나가는 관계를 표시하고 있다.


Transaction relationships in the Open Source ecosystem



오픈소스 하드웨어 프로젝트의 운영 전략


오픈소스 하드웨어 개발 방식이 모든 제품 개발에 적용 가능하다거나 기업의 모든 목표를 충족시키는 데에 적합한 것은 아니다. World Economic Forum에서 2015년 발표한 레포트 ‘How should disrupted businesses plan for the future?’에서 제시된 4가지 기술 영역을 바탕으로 오픈소스 하드웨어 개발 방식을 도입할 수 있는 상황을 살펴보자. *9)



매트릭스의 가로축은 기업의 기술투자 영역을 기술의 생애주기 연장을 위한 지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과 새로운 시장개척을 위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으로 나눈다. 세로축은 기술혁신활동의 성격을 당장의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목표달성형(mission-critical)과 중장기적 가능성을 확대하기 위한 기술구현형(enabling)으로 표시한다. 각 영역에서 기업의 기술투자는 당해에 수익을 거둘 프로젝트에 해당하는 Productivity Zone, Performance Zone, 2~3년 내에 당장 발생하는 비용을 거둬들일  프로젝트 영역으로 Transformation Zone, 마지막으로 3~5년 후를 기대하고 R&D 투자하는 프로젝트의 Incubation Zone으로 구분된다.


이 중 Incubation Zone은 부상 중인 새로운 기술 카테고리를 포함하며 보다 빠른 성장을 주도하여 향후 상업적 시장 가치를 획득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따라서 해당 영영의 가장 큰 과제는 새로운 혁신 기술을 가능성의 단계에서 수익성 단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은, 혁신기술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동기를 잃지 않도록 유지하면서 동시에 여러 후보 기술 중 가장 성공가능성이 높은 것을 가려내 기업 안에서 해당 벤처 모델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해야 한다. 오픈소스 하드웨어 개발 방식은 이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프로젝트에 도입할 경우 다양성을 확보하면서 시장성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접근 방식이다. 특히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어떤 형태일지, 혹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술에 대한 시장의 수요를 예측하기 어려울 때 대중의 참여를 독려함으로써 개발 과정에서 좀 더 빨리 사용자의 반응을 살필 수 있다.


오픈소스 하드웨어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계획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프로젝트 참여자의 전문적 이해 수준, 그리고 프로젝트 결과물의 다양성이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오픈소스 하드웨어 프로젝트를 기획하기에 앞서 각 요소에 대해 프로젝트가 목표로 하는 기대치를 설정해야 한다.*10) 아래 그림은 기획하고자 하는 프로젝트가 요구하는 참여자의 전문성 수준(세로축)과 목표하는 결과물의 다양성 수준(가로축)에 따라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세 가지의 카테고리로 구분하고 있다. 그래프의 세 영역은 각각 Expertise projects 전문 프로젝트, Commercial projects 상업 프로젝트, Hobbyist projects 취미 프로젝트의 요구 수준을 나타낸다.


오픈소스 프로젝트 분류


전문 프로젝트는 주어진 해결과제에 적합한 최선의 솔루션을 발견하는 데에 목적이 있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일컫는다. 전문 프로젝트 참가자는 대부분 해당 분야에 전문가이거나 학문적 백그라운드를 지니고 있다. 참가자들은 개별적으로 또는 몇몇씩 모여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독립적으로 제안하고 발견한 지식을 서로 간에 공유한다. 그렇게 공유된 해결책 중 최선의 퍼포먼스를 달성하는 것이 최종적으로 선정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전문 프로젝트에 해당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 개발에반 국한하지 않고 과학 연구나 집단 지성의 축적 프로젝트도 포함한다. Linux 운영제체 개발 프로젝트*11), DIY 드론 프로젝트*12), 단백질 구조를 연구하는 Foldit 프로젝트*13), 위키피디아*14) 등이 있다.


상업 프로젝트 범주에는 주로 상업적 기업에 의해 운영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이 포함된다. 이 경우, 기업이 파생 기술을 획득할 목적으로 기업 내부에 보유하고 있는 제품 개발 소스를 제3의 외부 개발자나 개발업체에 제공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개발 소스의 공유를 통해 제품의 기본 기능이 변형되거나 개선됨으로써 제품에 다양성을 추가할 수 있는 것이다. 제품의 다양성이 증가되면 기업은 저마다 다른 요구 사항을 지닌 고객들에게 좀 더 다양한 제품 선택 사양을 제공할 수 있다. 이처럼 오픈소스 제품 개발 방식을 통해 대량의 제품 개인화를 달성하고자 하는 전략은 아직 시험 단계에 있다. 구글의 Project ARA나 오토데스크의 Ember가 중단된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보여준다. 두 프로젝트의 경우 기술 개발 가능성을 발견한 반면 상업모델을 구축하는 데에 있어 어려움을 겪으면서 마켓테스트가 지연, 취소되었다.


취미 프로젝트는 주제, 범위, 운영 방식에 있어서 넓은 변동성을 가지고 정의된다. 취미를 공유하는 동호인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다른 두 카테고리에 비해 자유로운 성격을 가진다. 자격조건도 까다롭지 않은 편이며 요구되는 기술적 이해 수준에도 제약이 없어서 참여자들 간에 격차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참여자 개인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각자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DIY 활동을 하여 개발한 것을 공유할 수 있다. Arduino*15)나 Raspberry Pi*16) 등의 오픈소스 회로기판을 활용하는 다양한 취미활동 커뮤니티들이 이 범주에 해당된다. 이들은 때로는 전문가 수준의 기계나 예술작품을, 때로는 초급 수준의 과제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오브젝트 모듈은 오픈소스 하드웨어 프로젝트의 세 가지 카테고리 중에서 상업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데에 목표를 두고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외부 사용자 및 디자이너의 참여를 독려하여 제품 다양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제품 구조 및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오브젝트 모듈 브랜드의 비전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도전이 변화하는 제품 시장 환경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고 소비자 만족도를 높임과 동시에 제품 자체의 가치를 부가하기 위한 방향성을 제안하기를 바란다.




참조 자료)

*1) 메이커스. 크리스 앤더슨. 알에이치코리아. 2013.

*2) Open-source hardware.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Open-source_hardware

*3) Open Source Hardware Association. https://www.oshwa.org/

*4) TESLA. https://www.tesla.com/BLOG/ALL-OUR-PATENT-ARE-BELONG-YOU

*5) Autodesk Ember. https://www.youtube.com/channel/UC8DhLft_L9Pa8lPPdo87Ruw?reload=9

*6) Project ARA. https://en.wikipedia.org/wiki/Project_Ara

*7) 오픈 이노베이션. 헨리 체스브로우. 은행나무. 2009.

*8) 오픈 비즈니스 모델. 헨리 체스브로우. 플래닛. 2009.

*9) How should disrupted businesses plan for the future? World Economic Forum. 2015.

*10) Platform Planning Framework For Open Source Hardware Development With Case Study Of Project ARA. Jiyun Kim. IJIETAP. (2018.)

*11) Linux. https://www.linux.org/

*12) DIY Drones. https://diydrones.com/

*13) Foldit. https://fold.it/portal/

*14)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

*15) Arduino. https://www.arduino.cc/

*16) Raspberry Pi. https://www.raspberryp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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