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황정원 Dec 17. 2020

첫 책을 계약했다

Ep.1: 13,580자 (-66,420자)

3일전 선급금이 들어왔다. 변호사 친구가 쓸데없이 꼼꼼이 짚어 준대로 선급금, 즉 선인세는 계약금이나 전속금이 아니며 판매금액의 x퍼센트인 내 몫을 '가불'받은 것일 따름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정산일에 이미 받은 선급금을 충당할 만큼도 책이 판매되지 않을 경우, 그대로 선급금을 토해내야 할 수도 있다는 것. 

이게 왠 떡이야 하고 꿀꺽 받아먹은 꿀떡이 목에 턱 걸려 본 적이 있는가? 나도 없다. 그런데 어떤 느낌인지 3일전 알게 되었다. 구성과 목차를 출판사님께 넘겨야 하는 데드라인은 12월 30일, 초고를 넘겨야 하는 데드라인은 4월 30일, 오늘까지 총 135일 남았다.


음...저, 책은 처음 써 봐요.

...(긴 정적)

그래서 일단 데드라인까지의 135일간을 기록으로 남길까 한다.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업데이트하며 경과 보고 드리겠습니다, 부장님.


먼저 작업환경을 구축했다. 방 하나를 완전히 비우고, 환기를 시키며 청소기를 돌렸다. 역시 시험 공부를 하려면 청소부터 해야 제대로 된 시작이지. 사람 참 안 변한다. 왼쪽에서 빛이 들어오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창 옆에 테이블과 의자를 가져다 놓았다. 테이블이 마주하고 있는 벽에는 600x900 코르크 판 두 개를 나란히 붙였다. 한쪽 판에는 영감을 주는 이미지와 문구들을 급히 사온 압정으로 고정하고, 다른 한쪽에는 떠오르는 아이디어들로 지도를 그리고 있다.


훌륭해! 자,  그 다음은...?

하고 막막해 하던 차, 기예라는 단어를 만났다. 기술과 예술을 합친 말이다. 아니,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내가 지금 필요한 바로 그 두 가지가 아닌가! 좋은 글의 아이디어를 예술이라고 퉁치면, 그 아이디어를 담아 낼 수 있는 그릇이 기술인 셈이다.


기술을 다시 갈라 정리해 보면


좋은 문장 쓰기(비문뷁), 효과적인 수사법, 풍부하고 적절한 어휘, 주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담아 내는 구조 등을 익혀야 한다. 지금은 그 이상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를 위한 실행 계획으로는


1. 필사: 책을 한 권 필사하며 각 페이지마다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단어 하나 뽑아 익히기 (외국어 공부하듯)


2. 작법서  글쓰기에 도움이 될 책 읽기    

글쓰기의 최전선(은유)

유혹하는 글쓰기 (스티븐 킹)

모국어의 속살 (고종석)

글쓰기는 스타일이다 (장석주)

네 번째 원고, 더 패치 (존 맥피)

황현산 선생님의 모든 책

단어 탐정 (존 심프슨)

새로운 시작을 위한 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카메론)

문체 연습 (레몽 크노)

글쓰기 생각쓰기, 스스로의 회고록 (윌리엄 진서)

문체의 요소 (윌리엄 스트렁크 주니어)



예술, 즉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고 붙잡는 방법은 아직 생각, 정리 중이다. 기예와 더불어 으쌰으쌰 항목을 하나 더 추가했다. 의욕 고취 영역에 해당한다.


으쌰으쌰 (의욕 고취 영역)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 정복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운동하기


자, 문을 열테니 함께 들어올텐가?



추신 1: 소제목 옆에 그 시점에 집필 된 글자수를 적어 놓기로 한다. 늘었다가 (극적으로) 줄었다가 할 것이다.

추신 2: 목표 글자수는 80,000자 언저리이다.

작가의 이전글 우리 서로 다른 이야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