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나만의 채널을 만들자
보통은 만들고자 하는 제품이나 공간, 서비스 등의 실체가 있고 브랜드가 그 뒤를 따른다. 우리의 경우 그런 실체가 없었다. 그저 ‘브랜드를 만든다는 의지’와 ‘브랜딩에 대한 생각’이 앞섰고 실체는 나중의 문제였다. ‘어떤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게 아니라 ‘무작정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우리가 브랜드를 만든 과정은 어떻게 보면 역순이었다.
- 책 ‘프리워커스’ 중
자기만의 브랜드를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내가 열정과 진심을 다할 수 있는 아이템을 먼저 정하거나
내가 세상에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 또는 가치를 생각한다거나
내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생각하는 등 대부분 자기다움에서 출발하곤 한다.
나의 경우 내가 온전히 기획하고 진행하며 키워나갈 수 있는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렇다고 무엇을 해야 할까라고 생각했을 때 마땅히 떠오르는 것이 당장은 없다.
좋아하는 브랜드 중 하나인 모베러웍스의 브랜드를 만드는 과정이 참고가 될 만하다.
그들은 운영 중인 'MoTV 모춘 브랜드 제작기'라는 유튜브 채널로 시작했지만 누군가 무슨 브랜드를 만들 거야라고 물으면 글쎄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무슨 브랜드, 어떤 실체를 만들지 보다 ‘진짜 우리의 이야기로 브랜드를 만들 것’이라는 기준이었다. 어떤 제품이든, 공간이든, 서비스든 관계없이 진짜 우리 이야기에서 비롯된 거라면 무엇이든 괜찮았다고.
그들은 스스로에게 우리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뭘까?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이렇다 할 만큼 좋아하는 것도 즐기는 취미도 없었다고 한다. 그런 그들에게 일상을 가득 채우는 한 가지가 바로 ‘일’이었다.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일에 관해서라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다는 게 모베러웍스의 시작이었다.
나 역시 일단은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선언하려고 한다.
어떤 브랜드가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
브런치의 작은 기록들이 그 선언의 시작일 것이다.
글을 씀으로 나의 꿈을 잊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구하게 되고 여러 가지 생각이 확장된다.
기록이 쌓이다 보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책을 낼 기회가 생길지도 모른다.
전문가라서 글을 쓰고 책을 내는 것이 아니라 글을 쓰고 책을 냈기 때문에 그 분야의 전문가로 불린다.
말은 흘러가서 없어지지만 글은 오래도록 남는다.
가능하다면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까지 확장해 나만의 미디어를 먼저 확보하고자 한다.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을 볼 때 공감하게 되고, 응원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내 이야기에 공감해 주는 팬덤이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1000명의 진정한 팬들만 모이면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무엇을 만들지는 지금으로선 나중의 문제이다.
그럼 채널에는 무슨 이야기를 할 건데?라고 묻는다면
먼저 영화, 책, 브랜드, 장소 등 관심사들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후기를 기록할 생각이다.
언젠가 내가 관심을 가졌던 것들이 연결되어 합을 이루어 하고 싶은 것들의 단서를 발견할 때까지 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실질적으로 브랜드를 만드는 스터디가 될 수 있는 '가상의 브랜드 만들기'라는 콘텐츠를 진행해보고자 한다.
나의 넓고 얕은 관심사들 중 하나를 골라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본다고 생각하고
브랜드 정체성, 비전, 메시지, 디자인, 운영 계획까지 나만의 방식으로 진행해 보는 것이다.
첫 번째 프로젝트는 평소 관심이 많던 아이템인 신발로 브랜드를 만드는 것으로 시작해 볼 생각이다.
가상의 브랜드 만들기는 유튜브와 연계해 글과 영상으로 함께 기록을 남길 것이다.
글로 남긴 과정은 콘티가 되어서 영상으로 제작될 것이고, OBO라는 같은 이름의 채널에 업로드할 예정이다.
결국 무엇을 하든 가장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다.
늘 새로운 생각과 도전에 들뜨고, 시작도 하기 전에 앞으로 생길 일들(책을 내게 되고, 가상의 브랜드 만들기에서 시험 삼아 만든 브랜드가 실제 브랜드로 런칭되고…)을 상상하며 혼자 설레하곤 한다.
그러나 무반응이라는 당장의 차가운 현실에 뜨겁던 마음은 금세 식어버리고 어느새 내 꿈과 목표들은 뒷전이 되어 다시 전과 같은 현실의 익숙한 패턴을 반복하곤 했다.
지금의 이 다짐과 계획들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남들이 알아주건 몰라주건 스스로 재밌어서, 하고 싶어서 지속하는 활동이 되고자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이겨내고 결국 결실을 만들어낸 수많은 브랜드, 예술가들에게 다시 한번 존경의 마음을 표하며, 지금의 나와 같이 꿈을 꾸고 무언가 이루어내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한다.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