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러닝을 즐겨했던 것도, 러닝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등산을 하거나 러닝을 하면 왼쪽 무릎이 종종 아팠었기 때문에 오히려 러닝을 되도록 안 하려고 했고,
체력이 좋지 않아 조금만 뛰어도 숨이 차는 그 느낌이 싫어 러닝을 멀리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친구가 JTBC 서울마라톤 대회에 함께 나가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했다.
최근에 별 다른 취미도 없이 회사 - 퇴근 - 소파에 누워 넷플릭스만 반복하며 무료했던 참이기에 나 역시 별다른 고민 없이 "음 그럴까?"라고 대답했고, 얼떨결에 참가를 신청하게 되었다.
물론 풀코스는 아니고 10km로 신청했다.
어떤 취미를 하던 장비부터 맞추는 게 한국 사람들 특이라지만,
러닝만큼은 제대로 된 신발을 사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평소 신던 운동화(뉴발란스)를 신고 집 근처를 가볍게 뛰어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무릎이 아파왔기 때문이다. 러닝화를 사기 전 어떤 운동화를 사는 게 좋을까 고민하며 인터넷에 많은 글을 찾아보았다.
다나와에서 나온 러닝화 계급도부터
나이키 페가수스가 전투력 측정기의 역할을 하는 가장 기본이 되는 신발이라는 말,
나이키가 하이엔드급(알파플라이, 베이퍼플라이)에선 최강이라는 말,
아식스 메타스피드 미만은 잡이라는 지인의 말 등 많은 글과 말들이 있었지만
내가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생소한 브랜드인 써코니와 호카였다.
나름 신발에 관심이 많다고 자부하는 편이었고, 운동화도 꽤 많이 보유하고 있었는데 패션용으로만 사다 보니 러닝화 쪽으론 무지했던지 러닝계에선 유명하다는 호카와 써코니를 처음 알게 되었던 것이다.
사실 카본이 들어간 신발도 멋져 보이고, 아식스 메타스피드 미만 잡이란 말에 혹해 아식스를 알아보기도 했었지만 이제 막 러닝을 시작하는 단계인 나에게 숙련된 러너들의 퍼포먼스를 강화시켜 주는 초기능성 신발들은 나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릎이 아픈 나에게는 안정감 있고 푹신푹신한 신발을 신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써코니와 호카를 눈여겨보던 중, 써코니는 왠지 투박해 보이는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호카 링컨과 클리프톤 9를 입문용으로 추천한다는 말을 보았다.
그러고 두 신발을 비교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았는데 링컨은 초경량화로 차에 비유하자면 레이싱 카를 타는 것이고, 클리프톤은 고급스러운 세단을 타는 느낌으로 링컨은 클리프톤에 비해 딱딱하지만 추진력이 좋고 클리프톤은 푹신푹신한 진흙을 밟는 것과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에 클리프톤을 구매하기로 결정했지만, 구매 전 신어는 봐야 할 것 같아 매장에 방문했다.
호카 매장에서 다소 특별한 경험을 했는데, 바로 발 사이즈 측정이었다.
발 사이즈를 전문적으로 측정해 주는 장비가 있어 내 발 사이즈는 어느 정도이고, 발볼의 두께는 어느 정도이고 아치와 발등 높이가 어느 정도인지를 분석해 주었다. 그동안 발볼이 넓은 줄 알았는데 발볼은 좁은 편이고 발등이 높은 편이라는 통계에 놀라게 되었다.
아무튼 링컨과 클리프톤을 실제로 신어보았는데 확실히 착용감에서 큰 차이가 났다. 무게는 링컨이 압도적으로 가벼웠으나 신었을 때 조금 딱딱한 느낌이 들었고, 클리프톤은 놀라울 정도로 푹신푹신하였다.
그렇게 클리프톤 9를 구매하게 되었고, 처음 신고 러닝을 가볍게 해 보았는데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걸을 땐 잘 몰랐는데 뛸 때 느껴지는 푹신푹신함은 무릎 틍증이 일어나지 않게 안정적으로 보호해 주는 느낌이었고 특유의 통통거리는 느낌은 마치 스프링처럼 앞으로 내달릴 수 있게 밀어주는 것 같았다.
러닝에 이제 막 입문하는 사람들이라면 러닝화에도 입문자용과 숙련자용이 나뉘고, 어떤 목적으로 신발을 만들었는지에 따라 그 기능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알고 자신에게 맞는 신발을 골라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 역시 유명한 신발, 디자인이 멋진 신발에 처음 끌렸었지만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기능적으로 나에게 맞는 신발을 신어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결론적으로 매우 만족하고 있다.
러닝을 이제 막 시작하고 체력도 좋지 않은 나는, 달리기를 지속할 수 있는 시간이 5분도 채 안되었고 이대로 (10km로 나가는 거긴 하지만) 마라톤을 나갈 수나 있을까란 걱정이 들었다. 주말에 시간이 날 때 한 번씩 뛰는 정도로 훈련이 될까 싶었고 좀 더 체계적으로 러닝을 배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참에 런데이라는 어플을 알게 되었다. 런데이는 운동 기록과 더불어 러닝 코칭을 도와주는 가이드 프로그램이 있는 어플로, 초급 단계부터 중상급, 도전까지 여러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나는 30분 달리기 도전이라는, 처음 시작하는 플랜으로 주 3회 8주 과정의 프로그램을 현재 진행 중이다.
프로그램은 주차와 회차별로 각기 다른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처음엔 걷기와 천천히 달리기를 반복하는 인터벌 트레이닝으로 시작해 마지막엔 30분 동안 쉬지 않고 달리는 것으로 되어있다.
1주 차엔 2분 걷기, 1분 뛰기로 총 5회 달리기로 시작해 점점 뛰는 시간을 늘려가는 구성인 것이다.
혼자서 가이드 없이 달릴 때는 뛰다가 힘들면 걷고, 어느샌가 계속 걷기만 하다가 뛰기 싫어지고의 반복이었는데 뛸 때와 걸을 때를 지시해 주는 가이드가 있고 점점 강도가 강한 훈련으로 조금씩 도전할 수 있어 내가 성장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
또 중간중간 걷는 시간에는 러닝 자세나 각종 러닝 팁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데 초보자에게 유용한 정보가 많아 러닝에 대해 더 알 수 있다는 점 또한 런데이의 장점인 것 같다.
계속해서 속도보다는 느리더라도 멈추지 않고 달리기를 지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는데 나름 동기부여도 많이 된다. 최근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못 받아 삶이 꽤 무료했었는데 새로운 도전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아 만족스럽고 재미있어졌다.
앞으로 무언가를 시작하더라도 혼자서 하려고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아야겠단 생각도 들었다.
러닝을 다 하고 나면 구간별 달린 거리와 페이스를 측정해 주고, 운동화나 날씨 등 정보 기록과 함께 운동일지 및 3줄 마음일기를 적을 수 있어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나중에 러닝에 숙련되었을 때 다시 읽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고, 언제 어떤 컨디션으로 뛰는 게 나에게 제일 잘 맞는지를 점점 더 잘 알게 될 것 같다.
1. 반복되는 삶이 무료한 사람이라면 러닝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나 역시 러닝에 관심도 없었고, 체력도 좋지 않고 무릎도 좋지 않지만 러닝으로 삶에 활력이 생겼다.
2. 러닝 입문자라면 러닝화에는 입문자용부터 숙련자용까지 각기 다른 기능을 제공해 준다는 것을 이해하고, 자신의 러닝 숙련도와 러닝 스타일에 잘 맞는 신발을 구매하자.
3. 런데이를 사용해 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점점 러닝을 잘할 수 있구나라는 성장감을 느낄 수 있고 러닝에 대한 각종 팁을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