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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Apr 07. 2022

우리는 생각보다 잘 해내고 있다

심지어 자산 관리까지도!

우리 부부는 문화예술 관련 업종에서 일한다. 그말은 소득 수준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 종사자들에 비해 한참 모자란다는 뜻이다. 문화예술은 언제나 하위 5%를 찍는 업종으로 설령 대기업 계열 문화재단이라 할지라도 계열사 중 제일 낮은 연봉인 경우가 태반이다. 물론 공기업인 예술경영지원센터 같은 곳도 공기업 중에서 가장 낮은 연봉을 찍은 바있고 말이다. 사단법인인 현 직장이라고 해서 드라마틱하게 비싼 연봉을 줄리 없다. 프리랜서이자 자영업자인 남편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초봉부터 부부합산 소득이 1억원을 넘기는 그런 일은 우리 인생에 없다. 


우리는 작은 소득에 익숙하고, 그래서 최대한 몸을 줄이는 것에 길들어져 있다. 집을 살때 가장 무서웠던 것은 집값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매달 돌아오는 원리금 상환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 이었다. 실제로 육아휴직에 들어기 전 대출금 상환에 대한 압박은 어마어마 했고, 그와중에 휴직으로 인한 원금 상환 유예 신청도 하지 못한체 코로나19를 맞이한 휴직자 + 자영업자의 콤보의 대출 갈아타기는 모르니까 지를 수 있는 '실수'였다. 복직을 하고 다시 월급을 받게 되기까지 매우 힘들었다. 


어느 누구도 힘들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한걸음도 공동의 합의 없이 진행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은 순간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늘 서로 이야기하고 상의해 결정한다. 우리가 스스로 논의해서 내린 결정도 우리의 몫이고 그 결과가 힘들었으니 '너때문이야'라고 말하지 않는 어른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오늘 우연히 신한은행에서 발간한 2022 보통사람 금융보고서를 봤다. 


2022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


여기에 나와있는 나이, 가족구성, 소득 등 기준 별로 여러가지를 자산 상황의 평균치가 올라왔는데, 최소한 전국기준으로 볼때는 부동산 자산과 금융자산은 평균을 약간 웃도는 상황이었다. 물론 부채는 좀 많았지만 순자산의 개념으로 따지면 평균보다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우리의 소득수준에 비해 비싼 집에 살고 있고, 우리의 소득수준과 비슷한 사람들이 가진 금융 자산과 비슷하거나 조금 위의 규모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있다. 2017년에 결혼해서 결혼 5년차에 이룬 성과라고 하기엔 너무 아름다운 것이었다. 월세 보증금 500만원에서 시작해서 결혼으로 살이 한번 붙고, 다시 집을 사면서 또 살이 붙었다. 살과 함께 빚도 붙었지만 빚은 살면서 열심히 갚아나가고 있다. 


물론 전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고, 서울에서의 삶을 기준으로 한다면 충분히 달라질 수치이지만, 우리는 전국 평균 이상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놀랍다. 우리 소득 수준에 비해 비싼 집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어쩌면 그건 집을 살때부터 알고 있던 것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집을 깔고 앉을 것이 아니라 다른 소득을 창출할 수 있게 돌리고 우리는 월세를 가는 것이 더 나을 수있다. 집에 들어가 있는 대출대신 더 큰 빚(전세 보증금)을 안고 집을 사는 것이 자산의 절대 규모를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도 어렴풋이 깨닳아가고 있던 차였다. 그리고 오늘 저 리포트를 보면서 실제로 나의 소득대비 비싼 집을 갖고 있다는 것이 검증되었으니 이제는 실행만이 남아있는 셈이다. 갚을수 있을지 없을지는 몰라도 한번은 과감하게 갭투자의 세계로 나의 자산을 이동시키기로 본격 마음을 먹었다. 


올해 나의 경제적 목표 중 하나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집을 처분하고 새로운 집을 매수하는 것이다. 집은 애저녁에 내놨고 우리 동네는 영 거래가 안되서 쉽지는 않을 것 같긴하다. 이 집을 매도하면 살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가장 비싼 동네에 갭투자로 밀어넣을 생각이다. 대출은 필연적으로 갚아야 하고, 그렇게 대출금을 갚고 나면 140만원 남짓하는 원리금 상환액보다 적은 금액의 월세를 구해서 이사를 갈 작정이다. 


그렇게 이사가서 또 열심히 자잘하게 알바를 하고 글을 쓰고 조금씩 사이드머니를 만들고 살림을 아껴서 언젠가 있을지 모르는 역전세에 대응할 준비도 해야한다. 월세 보증금을 제외하고도 1억원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위기에 대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이 모든 상황은 생각이 날때마다 수시로 남편과 공유하고 있고 남편의 동의 하에서만 움직이다. 과하다 싶으면 멈추고 관망할 수 있는건 그래도 실거주 집 한채는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렇게 또 아등바등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소득은 적고, 상황은 여의치 않지만 좌시하지 않고 꾸준히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그렇게 우리는 뭔가 이뤄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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