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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Jan 26. 2022

2022년 1월. 한달의 다짐.

과연 12개월간 지켜낼 수 있을것인가

연말 결산. 뭐 그런거 안한지 몇년되었다. 아이가 생기고 밤 10시면 아이를 재우다 같이 잠에 빠져드는 그런 날이 반복되면서 결산보다 잠이 먼저인 그런 삶이 3년째 이어지고 있다. 공연이나 전시를 얼마나 봤는지, 무슨 책을 봤는지, 화장품은 얼마나 써재꼈는지 하나하나 나열하던 삶은 이미 저 멀리가고 없다. 2021년을 마치며 큰 일이 연달아 터지고 한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돌아볼 여유가 전혀 없었다. 그나마 할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자금상황을 한번 정리해보는 것 정도.


큰일들이 많았다. 복직을 했고, 여름에 했을 업무일정이 갑자기 1월로 당겨지고, 협회 회장이 바뀌면서 브로셔를 새로 뽑고 기자간담회를 준비하고, 그러면서 기존 업무들은 그대로 진행해야 했다. 1월 한달에 내가 손댄 자료만 4가지는 되는 거 같았다. 5월이 되서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아.. 끝났다.. 하고 있었는데, 7월에 급 팀을 바꾸었고 바뀐 팀에 적응하느라 어버버버 한해가 갔다. 적응할만 하니 수술 일정이 잡혔고 수술이 끝나고 브런치북 소식이 날아드니 호사다마인가 싶었다. 연초에 나온 책의 인세로 샤시를 바꾸었고, 수술로 인한 보험금과 상금으로 올해안에 차를 바꾸는데 크게 보탤 예정이다. 분명 더 모을 수 있는 돈이 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도 대충 알겟다. 뭐 얼마 되겠나 했던 이자수입도 나름 1~2만원 된다. 돈이 통장을 통해 오가는 것 만으로도 이런 수입이 발생할 수 잇다는것을 간과했다.


연말정산 서류를 받아보고 나서야 나의 지출 규모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으니 아직도 여전히 신용카드를 많이 쓰는구나 반성도 했다. 뱅크 샐러드 어플로 대략의 지출 성향을 파악했으니 아이에게는 이럭저럭 한 500만원 내외의 지출이 있었고, 그중 옷이나 악세사리 등과 관련한 지출이 상당수 차지한다는 것도 확인했다.


무튼. 결론은.


급여대비 꽤 많은 돈을 쓰고 있고, 그렇다고 저축을 딱히 잘 했다는 느낌도 없다. 사는게 빠듯해서 그렇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돈이 없어서 재테크를 못하는게 아니다. 의지가 없고 관리를 하지 않고, 흥청망청 써대니 그럴 여력이 없다 느끼는 것이다. 그걸 잘 알면서도 방치한 1년이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1월이 되었고 나는 하나씩 주위를 다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내 몸을, 집을 가볍게 해야겠다. 집안에 물건이 너무 많고 또 너무 많이 쟁여져 있다.


1. 소모품의 경우 바닥이 나기 전에 물건을 사지 않는다.

 - 화장품은 집에 있는거 샘플까지 다 뜯어쓰기 전까지 새로 안산다.

 - 마스크만 안떨어지게 셋팅하고 각종 세제류도 일단 다 쓴 후에 산다. 이미 벌크로 사둔게 너무 많다.

 - 잘 보면 아이용 화장품이나 물품들도 쟁여진게 많다. 그또한 더 사지 않는다.

 

2. 가능하면 옷을 사지 않고, 살꺼면 그 숫자만큼 버린다.

 - 버려도 되는 옷이 있다면 과감히 버린다. 이미 내 몸이 감당할 수 없는 옷들이 많다.

 - 새로 사는 아기의 옷들은 가능하면 살짝 큰걸 사되, 싸다고 쟁이지 말고 차라리 돈을 좀 더 줘도 마음에 쏙  드는거 한두개를 사는 걸로 하자. 어차피 입히는 것만 입힌다.


3. 월급 외 수입은 사용하지 않고 저축한다.

 - 기본적으로 들어오는 명절상여금 같은 돈들과 연말정산 환급금, 앞으로 들어올 예정인 책 인세 등은

   건드리지 않고 저축한다.

 - 추가로 들어올 돈을 예상해서 미리 당겨 쓰는 양아치 계산법은 머리속에서 지우자.


4. 눈에 띄는 모든 곳에  책을 두고 수시로 조금씩이라도 읽자

 -  책 사는건 그래도 사서 읽어야 할 것 같은데, 아이랑 있으니 책 읽기가 쉽지가 않다. 그렇게 자꾸 읽어버릇 해야 나도 읽고 아이도 책을 읽는 상황에 노출되지 않을까…


5. 커피는 하루에 한번만

 - 아침에 아이와 함께 나와 카페에서 커피나 음료를 마시다가 아이를 보내고 사무실이 들어온다. 이와중에 점심에 밥먹고 또 커피 마시러 가고… 이게 1년을 합하니 100만원이 넘는다.

 - 아침에 먹으면 점심엔 참아보자.


6. 체크카드와 현금을 쓰자 

 - 신용카드는 정기결제 건에만 사용하고, 그 외에는 네이버페이와 제로페이를 사용하자 마음 먹었다.

 - 나름 몇년간 애써서 체크카드를 쓰는 쪽으로 전환하던 중에 임신을 했고 그 기간 동안 택시비가 급증 하면서 어쩔 수 없이 신용카드로 전환 했던 것을 또 한 1년 바등거려 체크카드 사용을 늘이려 애쓰는 중


이제 2022 1월이 대충  흘러   하고, 카드결제 내역과 네이버 페이를 봤는데 놀랍게도 마스크 말곤 없다. 그간의 나의 소비는 어디서 왔던 것인가. 놀라울 정도로 소비가 줄었다. 사실 스트레스 강도는 전혀 줄지 않았는데말이다. 마음으로 버티도 있다.


소모품도 일단 집에 있는 거 먼저 쓰면서 치우고 있다. 코시국이라 마스크만큼은 넉넉히 쟁여야 한다. 그거말곤 쟁인게 없다. 한달간 이정도로 참아본 일이 있던가.


한달을 버티고 생각했다. 체크카드 쓰자. 쟁이지 말자. 책을 많이 읽자. 헛돈 쓰지 말자. 목표 저축액을 채워서 자동차 할부금을 줄이자. 그리고 한달을 잘 버티면 그때 글을 써서 다짐을 계속 되새겨야지 생각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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