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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May 06. 2022

책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제9회 브런치북 출판프로젝트는 아직도 진행중

11월에 제9회 브런치북 출판프로젝트 대상 수상 소식을 듣고, 12월에 발표 하고 계약도 12월에 마쳤다. 인세와 계약금을 정하고 계약을 마치고 나서야 출판사 미팅을 가질 수 있었닼 갑상선 수술로 인해 목소리가 안나온 탓이다. 미팅에 나온 에디터님은 집을 사는 과정에 대한 이여기를 들으시며 눈을 반짝이셨다.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집을 알아보는 과정이라 하셨다. 나의 글은 뛰어난 문학성도 남다른 스토리도 없지만 동시대을 사는 평범한 이들에게 확실한 공감대를 형성 하고 있다는 부분이 선택의 이유 중 하나였겠다 추정했다.  


이번책까지 3권의 책을 내며 나는 처음으로 뭔가 페이퍼를 들고 나오는 에디터님을 만났다. 이미 원고가 정리된 상태에서의 미팅이라 할지라도 페이퍼로 추가 원고의 방향이나 책의 카테고리 등을 작성해서 오신 분은 처음이었다. 물론 첫 책은 이미 모든 원고가 다 나와있는 상태여서 뭐 일말의 여지는 없었지만... 무튼 3권의 책을 내면서 나는 출판사와 작가와의 관계에 대한 약간의 학습을 했다.


출판사와 필자의 관계는 김치공장 사장과 배추농사꾼의 관계와 비슷하다. 출판사는 필자에게서 원고를 제공받고, 제공받은 원고에 이런저런 살을 붙이고 가공해서 세상에 하나의 상품으로 포장해 내놓는다. 세일즈도, 마케팅도 홍보도 모두 출판사가 담당한다. 물론 필자 역시 일종의 기여를 할 수 있지만 아주 유명한 사람이 아닌바에야 실제로 책의 세일즈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것은 출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파워가 넘치면 그 행위에 탄력이 붙는 것이고, 필자가 파워가 약하면 출판사의 힘만으로 멱살잡고 끌고가는 그런 형국이 되는 셈이다. 무튼 여기서 중요한건 배추농사꾼은 배추를 파는 것 이상은 판매에 관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홍보나 세일즈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함께 할수는 있지만, 내 책이라고 해서 제목이나 표지를 100% 내 맘대로 할수는 없다는 것. 그게 내가 이해하는 출판의 프로세스다.


하여 나는 출판사에 2가지 제안을 했다. 책 중 삽화는 없으면 좋겠고, 카테고리는 경제경영쪽보다는 에세이였으면 좋겠다. 이유는 심플했다. 2권의 책 모두 일러스트가 있었고, 책을 쓴 나조차도 몇 페이지에 어떤 내용이 들어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그림만 기억난다. 책을 읽는 독자가 글에 집중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또한 부동산을 다루는 책이라고는 하지만 대단한 자산가가 되고싶어 그들의 워너비가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책을 파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주식 책이 그랬다. 나는 이 책이 부자를 꿈꾸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평범하고 보통 사람이 어떻게 자산의 흐름이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정도까지가 적절하다 생각 했다. 에디터님은 그 의견에 동의 하셨고, 아직까지는 흐름에 큰 변화는 없다.


다만 "월세에서 자가까지 - 서울여자 독립기"라는 나의 책 제목에 대해서는 고민이 된다 하셨다. 월세에서 자가까지는 무난한데, 서울여자 독립기라는 표현은 마치 비혼여성의 독립 투쟁기 같이 느껴지는 제목이 책 전체의 흐름과는 약간 맞지 않는다 하셨다. 동의하는 바다. 싱글 여성이 독립해 살다가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며 변화해 가는 내용을 다 담기 적절하지는 않았다. 그건 글을 쓰면서 차차 만들어가자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미팅이 끝나고 나름 빠르게 열심히 살을 붙여나갔다 생각했는데 1월부터 쓰기 시작한 나의 글은 4월이 되어서야 마무리가 되었다. 중간중간 브런치에 써둔 글도 활용하고, 새로운 글도 쓰면서 시기나 시점에는 변화가 없는지 체크도 하느라 시간이 늘어졌다는 것이 변명이라면 변명이다. 전업작가가 아닌 생업이 따로 있는 평범한 직장인은 그렇게 한줄한줄 매일 천천히 원고를 채워나갔다. 집에서 원고를 쓰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럴 수가 없으니까. 아이를 데리고 컴퓨터를 켜는 일은 전쟁의 서막과 같다. 아이는 노트북이 신기하고 쉼없이 두들겨댈게 뻔하니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자다 일어나서 원고를 써본적은 있는데 그럼 그 다음날의 일정이 너무 무너진다. 그러니 그또한 못할짓.


회사의 점심시간. 그 시간이 내가 글을 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1시간 반의 점심시간 중 식사를 하고 난 후인 1시간. 그시간이 내가 원고를 공식적으로 쓸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그렇게 1시간 바짝 달리고, 뭔가 더 쓸것이 있는데 못썻다 싶으면 출퇴근길 핸드폰에 메모를 하고 옮기기를 수없이 반복했다. 중간쯤 진행상황이 궁금하실 에디터님께 한번 보내드리고 다시 글쓰기를 이어갔다.


초고를 대충 끝내갈 무렵, 같은 기수(?)의 작가님들과 함께하는 카톡방에 중간 상황을 공유했다. 나름 원고도 빨리 쓰고 많이 진행시켰다 생각했는데 이미 디자인 단계에 들어간 동료작가님들이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와. 벌써.... 빠르다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다. 에디터님과 정한 데드라인에는 전혀 벗어나지 않는 차근한 일정이었으나, 다른 분들과 비교하니 한없이 느려보였다.


작가님들도 만났다. 안타깝게도 인증샷은 하나도 없지만 그거 하나 찍을 세가 없을만큼 할말이 많았다. 다들 어떻게 쓰고 계시는지 왜 이 책을 쓰고 있는지 책과 관련한 일상은 무엇이 달라졌는지 대화의 주제도 다양했다.  1시간에 최소 A4 1페이지를 쓸 수 있다는 말에 동료 작가님들은 매우 놀라셨다. 그게 빠른 편이라는 사실을 깨닳은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급하면 출퇴근길 폰으로라도 쓴다는 말에 놀라는 작가님들을 보면서 글쓰는 스타일이 정말 다 다르구나 싶었다. 해외에 있는 분도 있고, 코로나로 한자리에 다 모이는 것도 불가능 햇던 우리는 그렇게 짧게나마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다. 만나지 못한 동료 작가님들이 더 궁금해졌다.


달리고 또 달려서, 그 짧은 시간을 활용해 쪽잠 자듯 원고를 쓰기 시작한지 3개월반만에 초고가 나왔다. 출판사에 보낸 날짜는 정확하게 4월 19일. 물론 분량은 A4 기준으로 한 10장은 모자랐지만 내가 뽑아낼 수 있는 이야기에는 한계가 있고 일단 그 상태에서 출판사에 던진 상태다. 분량이 걱정이신 에디터님이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주셔서 2꼭지를 더 써서 보냈고, 지금의 계획은 한 1꼭지 정도를 더 쓰면 더이상 넣을 이야기가 없을 것같다.


사진도 찍고 왔다. 7월중에 브런치와 교보문고가 협력해 1개월간 진행하는 프로모션이 잡혀 있고, 거기에 대빵만하게 걸릴 사진을 찍어야 했다. 사진을 찍는 시점에 원고가 끝나있다는 사실이 그렇게 기쁠  없었다. 책을 홍보하는 입장에서 가장 무난한 옷을 물어보았는데 에디터님이 주신 민자의 셔츠나 블라우스는 나에게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래도 있는  제일 점잖은 옷을 골라 사진을 찍었다.



흑백으로 찍을 것이니 뭔가 텍스쳐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나는 변태이던가. 다들 캐주얼하고 심플한 옷을 입으셨는데 나만 정장같은 옷을 입고왔더라. 출판사에 그날의 분위기를 공유해드리니 다행히 사진이  나왔다고 하셔서 그나마 마음을 놓았을 . 사진을 찍고  다음 차례인 작가님과 살포시 눈인사를 했는데 출판사 에디터님과 함께 오셔서 뭔가 선뜻  다가가지 못하고 문자로 인사를 나누었다.


에디터님은 한없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글 안에 담긴 나의 추진력, 집요함, 까다로움에 놀라셨다. 없는 살림에는 수입도 지출도 깐깐하게 체크해야한다는 것이 나의 병인지라 그런 나의 모습에 많은 자극을 받으셨다고 하셨다. 그저 독자분들이 그런 나의 아둥바둥을 좋게 봐주시고, 다시 책 판매로 이어지기만을 바랄 뿐이다.


작가 소개글도 전달해 놓았다. 이제 아마도 마지막일 원고 보강을 마치고, 디자인 작업을 하고, 책 제목을 정하고, 표지디자인까지 가면 드디어 끝. 어떤 표지가 나올지 흥미진진하다. 빨리 새로운 책을 만나고 싶고 또 새로운 책을 꿈꿀 수 있는 테마를 찾아 새로운 글을 쓰고 싶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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