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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Feb 11. 2022

이제는 써달라는 글을 씁니다.

돈되는 외고는 언제나 환영

싫으나 좋으나 글쓰기는 인간사에 피할 수 없는 중요한 과제다. 어떤 일을 하건 글은 쓰게 된다. 내 안에 쌓여 있는 언어들이 업무의 성향에 맞게 발현되는 것이다. 보고서를 많이 쓰는 일을 하다보면 개조식의 건조한 글을 쓰게 마련이고, 홍보나 마케팅은 좀더 화려한 언어구사가 필요하게 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개조식으로 쓰건 만연체로 쓰건 핵심은 하나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읽는 사람을 끌고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흔히 말하는 '섹시한 글'은 누군가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들으 정신을 흔들어 놓는다. 문장력의 문제만은 아니다. 그 글이 가진 논리가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논리에 화려한 수사와 에피소드가 더해지면 설득력은 배가된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글쓰기는 매우 일방적이다. 나는 내가 원하는 글을 쓴다. 상대를 홀리기 위한 글이 아닌, 그냥 내 글을 쓰는 편이다. 이게 장점이 있다면 나의 화법과 문체가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점이고, 단점이 있다면 홀리는것이 쉽지는 않다는 것이다. 나는 돈을 받는 원고를 쓰기시작하면서부터 상대가 원하는 글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렇다고 막 갑자기 미친듯한 문어체와 한자어가 난무하는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목표를 정한 글쓰기를 하기 시작했다는 정도이다.


생각해보면 회사에서 쓰는 글쓰기는 '목적이 분명한 글쓰기'는 늘 해왔다. 하지만 나의 화법을 살리면서 상대가 원하는 내용을 담는 글쓰기는 해본적이 없다. 대부분은 폭넓게 나의 언어를 수용해주는 상황들이었고, 혹은 이미 완성된 원고를 보고 나를 선택하는 경우였다.


컬럼니스트로의 미래를 꿈꿔본적은 없지만, 글 하나하나에 완결성을 부여한다면 충분히 컬럼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최근 2번째 책 출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지인으로부터 부동산 분야 외고 필자를 찾는 이가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한국일보 자회사에서 만드는 온라인콘텐츠 회사다. 온라인콘텐츠는 사실 심적인 부담감이 적다. 부동산과 관련한 외고를 원하고, 분량은 A4 1페이지 내외. 1주일에 하나 혹은 2주에 하나 정도의 간격. 여기까지는 평범했다. 마지막 조건은 '나'를 중심으로 한 에세이가 아닌 컬럼이길 바란다는 것. 생각해보니 한번도 써본적이 없다. 내 없는 글을.


그래서 쓰기로 했다. 한번도 해본적이 없는 글쓰기라서. 나를 제거하고 제 3자의 목소리로 제 3자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해볼만한 도전이라고 생각해서. 나는 여전히 글을 잘 쓸 자신이 없지만 나의 영역을 확장한다는 차원에서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일이었다. 늘 그랬듯 막연하게지만 타겟을 정하고, 목차를 짜고 들어갈 대략의 아이템을 정하고 이메일을 보냈다. 그리고 지금 4번째 원고가 나간 상태다.


http://yourvibes.co.kr/?author=27 


4번째 원고가 나갔고 아직 대략 10개의 원고를 더 써야 목표한 내용이 끝난다. 중간에 새로운 이슈가 등장하면 그또한 내용 중에 추가하게 되겠지만 말이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고, 최대한 콘텐츠의 반경을 넓게 경험해야 내가 갈 수있는, 최선의 방향이 잡힐것이다. 매일 도전하고 또 도전한다. 고심해서 쓴 원고보다 신조어 요약해 노출한 콘텐츠가 더 많은 조회수를 보인다는 것이 한 5초쯤 슬플이이었지만 난 써야 할 원고가 아직 너무 많이 남아 있는 관계로 5초만 슬퍼하기로 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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