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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내 글 쓰기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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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김옥진 Dec 15. 2021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선정작가가 되다니!

하. 아직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난 참 생각 없이 브런치를 시작했다.

뭐든 신규 서비스는 꼭 한번 시도해보는 호기심 많은 성격이 브런치로 날 이끌었다. 그냥 블로그 하듯 하는 줄 알고 신청했고, 나의 첫 글은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며 보낸 시간을 기록한 글이었다.

https://brunch.co.kr/@observation/1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평범한 아침이었다. 정기 간행물 마감을 가열차게 돌리던 나는 출근길에 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할머니가 새벽에 돌아가셨어 울음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회사에 부고를 전하며 금일 업무만 마

brunch.co.kr/@observation/1

이 글 하나를 올려두고 간단한 자기소개와 계획을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한 3일쯤 지났을까?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그때는 몰랐다. 그렇게 한 번에 턱 붙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3번 넘게 탈락하는 경우도 많고, 브런치 작가 되기 기획안 작성법에 관한 글도 많이 보였다. 나는 운이 좋았다. 그렇게 브런치가 많이 주목받기 전에 들어갔으니 말이다.

글쓰기에 대한 열망은 늘 있었다. 남의 글쓰기가 아닌 내 글 쓰기. 그 열망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있는 줄 몰랐다. 대한민국은 흥의 민족인 줄 알았는데, 글의 민족이기도 했다. 다들 언젠가 자신만의 책을 만들기 바랐고, 또 끊임없이 쓰고 또 쓰고 있었다. 기획출판, 자가출판의 시대를 거쳐 이북과 오디오북까지 글쓰기는 다양한 방법으로 분화했고, 나 같은 그냥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남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일기를 쓰는 마음으로 하나씩 쓰기 시작했다. 할머니,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썼고, 임신으로 시작해서 출산 육아에 이르는 임팩트 있는 모든 순간의 감정들을 브런치에 남겼다. 임신기간 내 호르몬의 8할은 브런치가 막아주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휴직기간에도 글쓰기는 멈추지 않았다. 글이 책으로 재 탄생한다는 기쁨도 물론 컸지만,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행복했다.

그렇게 2권의 책을 만들고 받은 지인들의 리뷰는 한결같았다.

책을 읽는데 김옥진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 특유의 문체가 인간 김옥진을 그대로 담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책을 내는데 중요한 고리 역할을 해준 지인에게 그 말을 전하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좋은 거예요. 본인만의 문체가 있다는 거잖아요.

책을 낸다는 것. 그게 가진 무게가 엄청났다. 울 엄만 참 많이 못 배웠고, 그게 평생의 한으로 남은 분이다. 희한하게 다른 건 그렇게 악착같이 덤비면서, 더 배우는 것은 쉽게 덤비지 못하셨다. 그리고 내가 책을 처음으로 냈을 때 눈물을 보이셨다. 평생 당신 소원이 기구하고 구구절절한 그 사연으로 책을 써보는 것이었다고.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책을 내는 것은 모두에게 주어진 기회는 아니다. 물론 자가출판의 길도 많이 열려 있고, 스스로 출판사를 만들 수도 있으니, 적지는 않지만 우야 간 돈을 들이면 내 책을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시대이긴 하지만 그 또한 쉬운 선택은 아니다. 브런치에 올리는 사람들의 글을 보고 있으면 이미 출간 경험이 있는 작가가 정말 많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게 오래됫건 아니 건간에. 브런치를 통해서 건, 다른 루트이건 ‘내 책’ 한 권을 가진 사람을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는 게 몹시 신기했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는 뭔가 이미지 자료를 풍성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 같은 것이 있었다. 하지만 브런치는 그게 없어서 좋았다. 책. 그걸 위에서 브런치를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글 쓰는 게 좋았고, 글로써 나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채널이라는 게 좋았다.

모바일에서만 보이는 거 같더라

책까지는 아니어도 브런치 메인에도 2번 실려봤다. 그 시작은 브런치 북으로 만들어둔 '월세부터 자가까지 서울 여자 독립기'였다.

원래 온라인 노출을 위해 쓴 글이었으나, 계약 주체인 회사가 폐업해서 사라졌다. 계약의 상대방이 없어졌으니 글이 올라간 모든 채널도 다 삭제되고 없어진 셈. 아까웠다. 나름 자가 매수 초심자가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들을 다 담은 글이라 생각했다. 약간의 내용을 더 추가해 브런치 북으로 만들어두었다.

그리고 그게 모바일 페이지 메인에 실린 것이다. 하루 사이에 라이킷이 100이 훅 넘어갔다. 제목이 후킹 한 게 반일 거다. A4 40매. 이미지도 하나도 없고 글로만 꽉꽉 채워진 글이다. 온라인에서 읽기 좋게 약간의 가공은 했지만 그래도 원고의 절대량이 많다. 블로그처럼 아무 이미지를 가져다 쓰기도 참 뭣한 곳이라 텍스트가 한가득 실렸다. 부동산에 대한 열망은 그렇게 좋아요로 이어졌고, 뜻하지 않게 100명이 넘는 독자가 생겼고, 그래도 글을 끝까지 읽어준 사람도 제법 늘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미있는 일이 또 생겼다.

브런치 메인에 실린 나의 글

브런치 메인에 롤링으로 도는 배너에 내 글이 실린 것. 올레~ 유입경로가 브런치보다 다음이 더 많은 것으로 봐서는 아마도 다음 메인에도 올라간 듯하다. 그렇게 한 2일 만에 2만 명이 넘는 사람이 나의 브런치에 다녀갔다. 브런치 북으로 글 하나를 맺음하고 나니 개인적으로 새로운 이슈가 생겼고, 그걸 담담하게 써낸 글이었는데, 그게 작성한 그날 메인에 올라갔던 것이다. 갑상선이 의심되어 걱정이 크신 분, 아픔을 공감해주시는 분, 걱정해주시는 분, 곧 나을 거라는 의사, 스팸까지 다양한 리플이 달렸다. 수천 명의 구독자가 있는 작가들은 공감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그 모든 순간이 신기했다.

하지만 제일 신기한 일은 내가 제9회 브런치북 출간 대상에 선정된 것이다. 신청할 때 다른 브런치북들을 보면서"와 저렇게 많이 신청한다고? 이거 뭐 되겠나" 싶었다. 한 사람이 3개씩 신청한 경우도 허다했고, 구독자가 몇백 몇천 명인 경우도 보였다. 나 같은 쩌리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노는 원고 그냥 두면 뭐할까 싶었다. 정 안되면 출간 계획서라도 써서 출판사에 돌려봐야지 생각했던 원고니까.

그런데. 두둥! 고요했던 브런치 알림에 파란 마크가 떴고, 제안이라는 말 만으로도 충분히 설레었다. 우야 간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예정이라는 뜻이니까. 이메일을 열었더니!

그 첫 줄이!

제9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후보작으로 선정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스크롤을 내리지 않은 첫 화면 첫 줄에 이렇게 설레게 될 줄이야

너무 놀라면 순간 숨이 멈춰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이날 처음 알았다. 너무 놀랐고 또 설레었다. 5천 개의 브런치 중 딱 10개의 브런치가 선정된다. 그게 나다. 나였다. 나라고! 이 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믿기지 않는다. 나의 글이 또 누군가에게 유의미하게 다가갔다는 사실도, 상금이 있다는 사실도, 새로운 책이 나온다는 사실도 모두 설레었다.

너는 어떤 순간, 어떤 부분에서는 분명 유의미한 사람이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는 기분이었다. 아이를 낳고 많이 지쳐있었다. 복직을 하고 회사 내에 팀이 바뀌고, 남편의 일도 코로나로 덜커덕거리고, 난 어이없게 암 수술을 하고... 내가 뭘 잘하는 사람인가 확신도 없었고 자신도 없었다. 이 한통의 메일이 그런 나를 한없이 다독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