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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옥진 Aug 14. 2024

회사에서 10년, 인정을 부탁드립니다.

내 건 내가 챙겨 먹어야 한다.


2014년 3월 18일. 내가 기억하는 입사일이다. 지난해 문득 생각해 보니 입사 10년 차더라. 그래서 인사 담당자에게 물어보니 안 그래도 놓치지 않게 체크하고 있다며 8년 9개월로 알고 있다고 했다.


8년 9개월?  10년이 아니라고?


육아휴직 기간이 근속기간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육아휴직 기간은 인정되지 않는다…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 기간에 일을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근속기간에 반영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묘하게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싶어 법령을 찾아보았다. 남녀고용평등법에 의하면, 모성보호를 위한 출산/육아휴직은 근속연수에 산입 되어야 한다고 되어있다. 그 법이 생긴 지 얼마 안 된 법도 아니고 1980년대에 제정된 법이다. 회사에서 그걸 모르고 있었을 뿐이다. 조직 규모가 작으니 회계와 인사를 한 사람이 다 하고 있고, 모든 인사 관련 법을 외울 수는 없다. 외부의 노무사를 통한 주기적인 점검과 관리를 받기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된 회사다. 올해 나는 10년 차임을 인정받고 싶고, 그것에 대한 이의제기는 나만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게 지금 타이밍을 놓치면 이야기할 기회가 없다. 불합리함을 제기할 타이밍이 지금, 내 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조용히 담당자에게 내가 찾은 정보를 공유했고, 원칙적으로는 내가 올해 근속연수가 10년이며 노무법인 통해 확인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대화가 끝나고 팀장님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우야 간 나는 회사에 어떠한 형태로든 이의제기를 했고, 그게 당연히 법적으로 적법한 방향으로 흘러가려면 나의 이의제기로 인해 아무런 이슈가 없어야 맞지만, 불필요한 분란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인지라 최소한 팀장님은 상황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러이러한 이의제기를 했고 귀찮은 말을 듣게 되실지도 모를 일이니 알고 계시라 했다.


노무법인에서는 내가 원했던 답을 해 주었고, 컨설팅 내용을 기반으로 내부보고가 올라갔다. 다행히 윗선에서 이견 없이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지 하고 수용되었다. 승진은 평가와 직결되는 부분이 당장 어쩌지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내가 그 회사에서 보낸 시간만큼은 인정받았다.


바꾼 건 이것만이 아니었다. 임신 기간 동안 태아검진은 연차를 사용하지 않고 다녀올 수 있다. 첫애 때는 휴가를 내가면서 병원에 다녔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런 이야기를 회사에서 하는 것이 썩 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나이인지라 정기검진 외의 검진이 많을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태어검진 휴가도 사용 가능한지 확인 요청을 했다. 그 또한 인정받았고, 단축근무와 함께 태아검진 휴가도 필요할 때마다 요모조모 사용했다. 이 또한 노무 법인의 컨설팅 내용을 기반으로 보고가 되었고, 회사에는 그렇게 임신에 대한 한 줄의 매뉴얼이 생긴 셈이다.


본격적인 휴가에 들어가기 전 출산휴가 급여 지급 시기와 금액도 확인했고, 연말 상여금과 명절 상여금은

어떻게 되는지도 확인했다. 8개월간의 근무에 대한 성과급은 어떻게 처리할 계획인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고, 회계담당자의 입장을 확인하고 수긍했다. 첫아이때와 다른 것은 모든 궁금증을 외부에 있는 노무법인을 통해 검증해서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내부 이슈들로 인해 최근 노무법인에게 정기적인 컨설팅을 받고 있는 덕분이었다. 인사 관련 해서 가장 정확한 정보는 노무법인에서 제공하는 정보이니 나도 확실해서 좋았다. 그렇게 하나씩 나에게 주어진 권리를 하나씩 찾아갔다.


10주년 근속기념으로 150만 원어치의 상품권과 감사장이 나왔다. 식사를 전담하는 남편에게 그대로 전해주었다. 그걸로 뭐 거창한 걸 살생각은 없었으니까. 상반기 내내 알뜰살뜰 먹거리를 책임지는 돈이 되었다. 그리고 난 10년을 지켰고 말이다.


휴직날 점심. 팀원들과 다 같이 밥을 먹으며 팀장님께 이야기했다.


전 그냥 소박하게 이 회사에서 출산 축하금 같은 거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단돈 5만 원이라도.
출산과 육아를 회사에서 축하받고 싶은데
이 회사는 내규가 없다는 이유로 그런 게 없더라고요.


내규. 우리 회사는 부모님 칠순에는 20만 원의 축하금을 주지만, 출산에 대해서는 아무런 축하가 없다. 그게 막연하게 회사에서 축하받지 못하는 일이라는 사실이 싫었다. 일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임신과 출산 그리고 3개월 이건 12개월이건 뒤이어 진행되는 휴직은 회사에게 부담일 수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안다. 이렇게 작은 회사에서라면 더더욱 말이다. 출산율이 낮다 어쩌다 하는 건 국가적인 문제일 뿐, 작은 조직에 속한 작은 인간은 출산으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주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이 부담스럽다. 5만 원은 그냥 돈이 아니다. 너의 행복추구를 회사에서도 축복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는 증거 같은 것이다.


이미 아이를 낳아본 경험이 있는 팀장님은 크게 끄덕였다. 돈은 받고싶다...의 개념이 아니라 그런 순간들을, 아이를 갖고도 열심히 일하는 그런 노력들을 인정받고 축하받고 싶은 것이다. 우린 언제나 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회사원이니 말이다.


난 그렇게 또 하나의 언덕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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