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선암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병원 투어
대학병원에서의 진료는 처음이라 모든게 다 어리버리한 상태로 수술을 마치고 2달이 지났다. 대학병원의 진료 시스템은 장기전이었다. 외과만 최소 3번의 검진이 예약되어야 했다. 수술 후 기준으로 1주일, 1개월, 6개월 후 검진이 쭉쭉 진행되었고(아마도 그 다음은 1년째일듯), 이비인후과는 1개월, 2개월, 6개월 텀으로 진료가 진행된다.
수술후 1개월 언저리에 2개 과 검진을 마쳣다. 이비인후과는 삼킴검사와 음성검사를, 외과는 혈액검사를 진행했다. 혈액검사는 아마도 호르몬 상태를 체크하기 위함인듯 했는데 호르몬엔 아무 이상이 없었고, 다행히도 호르몬약은 처방되지 않았다. 갑상선 2개 중 하나를 절제하고도 호르몬 약을 한번도 안먹었다는건 의학적 상식이 없는 내 기준에서도 좀 놀라운 일이긴 했다. 퇴원과 동시에 호르몬약을 먹는 경우도 허다했고, 엄마도 역시 호르몬약을 처방받아 꽤 오래 드셨던걸로 기억하는데, 나는 한번도 먹지 않았다. 삼킴검사도 크게 이상이 없는지 재검은 없을거라 했고(이건 예상했다. 밥먹는데 아무 지장이 없으니까) 음성검사는 아직 약간의 쉰소리가 나고 성대 근육 2개 중 하나가 아직 완전히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음성검사 직전에도 이미 목소리가 꽤 돌아온것은 체감할 수있었다.
이제 2달이 다되가는 오늘은 체감상 한 90% 정도 돌아온 느낌이 든다. 물론 아직도 높은 음이나 큰 소리는 예전같지 않지만 일상에 크게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다. 같은 수술을 했던 다른 동료가 2개월간 목소리가 너무 안나와 걱정했던 것에 비해 나는 빠르게 회복되는 편인듯 했고, 수시로 가슴팍이나 어깨, 등판 등 근육들을 괄사로 긁어주며 목 주위 근육을 마사지 한 것이 회복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다. 병원에서 나올때부터 온몸의 근육이 뻣뻣하게 굳어있는 느낌이라 계속 근육을 긁어내곤 했다. 이비인후과 음성검사실에서 들은 선생님의 말로는 성대도 근육이라 목을 조금씩이라도 스트레칭을 해주면 음성이 돌아오는데 도움이 될거라 하셨으니 아마도 지속적인 근육 이완의 노력이 음성 회복에 큰 도움이 됬으리라.
이제 아무도 내가 수술을 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정도로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날이 추워 목에 뭔가를 계속 두르고 있게 되니 상처부위도 노출될일이 없어 보이지도 않고, 자외선 차단도 자연스럽게 된다. 수술부위가 좀 높은 편이라 다른 사람들처럼 수술부위를 가린다고 목걸이 같은 것을 사는 행위도 별 도움이 안될듯 하고. 그냥 주름이려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게 수순이라고 본다. 다만 수술한 라인이 뭔가 톡 튀어나온 느낌은 계속 있어서 실리콘 패드는 잘 챙겨 붙여야 하는데 자고 일어나면 떨어지고 떨어지고를 반복하는 중이라 그게 좀 신경쓰이는 정도.
최근 선물받은 책 중 하나는 외과 의사인 김범석님이 쓴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였다. 죽음을 목전에 둔, 혹은 죽음에 이르른 무시무시한 암으로부터 자유로워 진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 생각한다. 어떤식으로든 암은 나에게 흔적을 남긴다. 목의 상처로, 이제는 더이상 신규 가입이 불가능한 보험기록으로, 가족에게는 마음의 짐으로. 통증없이 발견했고, 무탈하게 수술했고, 무사히 회복하고 있다. 물리적인 수술 흔적과 관련한 약을 제외한 다른약을 먹지 않고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는 사실에 한없이 감사해야함을 절실히 느꼈다.
알았다. 암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무탈히 지나갈 수 있음을. 나는 평균의 인간이고 평균의 인간이 겪는 감상선암은 그정도 선일수 있다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강도높은 암이 아니었다고 해서 공포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니 그저 매 순간 새로이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