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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병원 회사의 기록 12

12. 포장알바의 정체는 대체 뭘까?

by 또바기 Feb 18. 2025

직원들을 해고한 후에, 3명이서 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도경아 일 빨리 끝나면 포장일 좀 도와주라, 알바 구해야 하는데 알바 올 때까지만 좀 도와줘. 광고 때문에 손이 많이 모자라네. 뭉구부장님도 오셔서 도와주신다고 하셨어 당분간은"

"네 알겠어요"(이때는 좋은 마음으로 배송일을 도와주기 시작하였다)


물량은 많은데 손이 모자라니 3명의 직원들은 물류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고객들이 주문한 것을 하루, 이틀 미룰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직원들이 본인의 업무와 상관없이 택배기사님이 오시기 전에 오후에는 포장하는 업무에 매달렸다.

그렇게 2달 정도 흐른 뒤 한 명의 사람이 왔다.


그 사람은 바로 대표의 친구였다.

그렇게 뭉구부장도 떠난 뒤 물건을 프로그램에 맞게 올리는 건 내가, 물건을 찾고 포장하는 건 알바친구 벼리씨가 일을 하였다. 벼리씨는 10시에 출근을 하고 2시쯤이면 퇴근을 하였다.


이때부터 조금씩 뭔가 이상해졌다. 아침 일찍 출근을 하면 물건이 이상한지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제대로 들어왔는지 맞춰보고 업로드를 시켰다. 다시 일을 하자고 할 때도 이것만 해달라고 대표는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물건을 찾고 포장하는 것도 하고 있었다. 이게 내 주 업무인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물류일도 내 업무가 되어버렸다.

사람들을 해고하고 알바도 구했는데 왜 이일을 내가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되기 시작했다.


벼리씨는 본인이 대표였다.

10시에 출근시간이었는데 거의 10시 30분쯤 출근을 하여 옷을 조금 본 뒤 대표가 11시쯤 내려오면 한 시간을 밖에서 담배를 피워대며 수다를 떨다가 점심시간 10분 전에 들어와서 일을 하다가  다시 대표랑 점심을 먹으러 갔다. 당황스러웠다.

그렇게 수다를 떨 때 벼리씨의 업무를 하고 있는 내 모습이 짜증 났다.

물론 1시간 이상의 대화는 일주일 내내 하지는 않았지만, 회사에 와서 그렇게 이야기를 하는 모습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회사는 일을 하러 오는 곳이지 수다를 떨러 오는 곳은 아니지 않은가?


도경이는 그렇게 회사에 들어온 지 8개월이 지나서 원래 계약을 맺은 업무랑은 다른 업무를 추가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에 대한 고마움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포장일을 하고 있지 않으면 왜 안 하고 있지?라는 따가운 눈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렇게 일이 익숙해져 갔고  지원금 끝날 때까지만 참자 라는 마음으로 계속 다니게 되었다. 왜냐면  6시간만 근무하는 조건과 직장과 집의 출퇴근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에서 내가 맡은 업무 외에 다른 일을 시키거나 도와달라고 한다면 3번까지는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게 계속 반복되다가 보면 일을 떠넘기기 좋아하는 직원들이나 대표는 "네가 계속해오던 업무잖아"라고 말을 할 수가 있다

고마움은커녕 오히려 원망의 소리를 들을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일들이 반복된다고 느껴질 때 애초에 정중히 거절하는 것이 좋다

"사장님, ㅇㅇ님 제가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 업무는 원래 담당자가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 말로 회사생활이 어려워질 수도 있지만, 그런 회사라면 나중에 내가 하는 일 중 내 업무보다 남들이 맡긴 일들이 더 많아지는 기이한 현상을 경험할 수가 있으니 마음의 정리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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