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다

by ocasam

읍내에 5일장이 서던 어느 봄날 꼭두새벽에

대식 아빠는 나와 내 동생을 붉은색 양파망에 각각 넣어 차에 싣고 집으로 왔다.

우리 여섯 남매는 어느 주유소에서 태어나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지만 우리가 커 갈수록

사료값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주인은 나와 내 동생을 팔기로 한 것이다.


물설고 낯선 이곳에 오니 절망감이 닥쳐왔다.

어디로든 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점심때쯤 우리는 도망치기로 결정했다.

대가리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을 참고 쇠창살을 빠져나왔다.

뒷산 대나무 숲 속을 지나 좀 더 멀리 가 보았다.

처음 보는 진달래 꽃이 여기저기 무더기로 피어난 산에서

우리 남매는 마냥 즐겁고 행복했다.

뉘엿뉘엿 해가 저물고 한 줄기 서늘한 바람이 추운 밤을 예고하고 있었다.


직장에서 돌아온 대식이 엄마는 우리를 찾아 나섰다.

개밥그릇에 사료를 가득 담고 목소리엔 간절함을 담아

"요요요요요요~~~ 요요요요요요~~~."

온 동네 골목골목을 헤매고 다녔다.


어둠이 짙어지고 우리는 사료 냄새를 따라

자진해서 대식이 집으로 내려와야 했다.

추위와 배고픔이 쇠창살에 굴복하고 말았다.


진돗개의 피가 조금 섞였다는 이유일 수도 있고

지금까지 대식이 집에 왔던 개들 중 가장 비싸다는 이유일 수도 있지만

대식 아빠는 나를 진돗개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대식 엄마는 진돗개와 똥개의 반반이라고 믿었고

대식이는 완전 똥개라고 결론 내렸다.

그럭저럭 우리는 대식이 집에서 자리 잡고 길들여지고 있었다.

갑돌이와 갑순이라는 정겨운 이름도 얻었다.


날이 갈수록 우리가 진돗개의 혈통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처음부터 똥개라는 이유로 소 닭 보듯 하던 대식이

술 취해 들어왔을 때에만 관심 있는 척 이름 한번 불러주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정도만 하던 대식 아빠

쉰 음식, 상한 음식도 서슴지 않고 던져 주던 대식 엄마


담장을 기어오르는 넝쿨장미 위로 눈부신 햇살이 쏟아지던 오후

내 동생 갑순이가 피똥을 싸고 죽어버렸다.

생멸치젓갈을 너무 많이 먹여서 개를 죽였다는 대식 아빠의 원망을 들으며

대식 엄마는 혼자서 뒷 산 언덕에 호미로 땅을 파야 했다.


나는 원망했다. 나를 팔아버린 첫 주인과 두 번째 주인의 무정함을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갑순이가 죽은 이유는 생멸치젓갈이 아니라 몸서리쳐지는 무관심이라고


건너편 개들이 짖을 때면 나도 따라 컹컹 짖어 보았지만

갑순이가 없는 세상은 무덤이나 다름없었다.

'갑순아, 갑순아, 부르다가 내가 피를 토하고 죽을 것 같은 그리운 내 동생아

너 있는 곳은 행복하냐? 이승의 여름날은 너무나도 길고 덥구나.'


개떡같이 맛없는 사료와 그저께 부어 놓은 먼지 둥둥 뜬 물을 마시며 매일매일 생각했다.

'개 같은 내 인생, 아니, 개보다도 못한 내 인생이라고.'



--------------아주 오래 전에 대식이네 집에 살았던 개의 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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