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을 하고 한껏 복잡해진 예비군 훈련으로 별 군은 혼란스러워했다.
일정이 있는 시간을 뒤로할 수 없어 결국에는 보충훈련을 받게 된 동미참 훈련에서 그는 11월의 기세 등등한 추위와 기다림의 인고를 견뎌내며 군대는 추위와 대기라는 일련의 특징을 회상했다.
청안면을 가는 밖은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 백색의 안개가 주름잡는 세상이었다. 주변이 모두 무너져버린, 폭탄의 연기로, 부유하는 영혼들의 전부였다.
1조, 2조, 64조. 한 조에 열명씩 사람들은 그날의 팀이 된다. 순간 동지라고 쓰다가 백 스페이스바를 타다닥 눌렀다. 사람들의 눈에는 생기가 없고 몸에는 쾌쾌한 담배냄새가 그들을 감싸 안았다. 나는 또 나만의 숫자를 배정받고 우리는 교체된 상황에서 생기를 반납했다.
준엽이 형이 예비군 몇 년 차인지,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와 장모님의 이야기를 할 때 그는 후덕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나를 편안하게 대해줬다. 그는 오늘도 아침 일찍 장모님이 싸주신 도시락을 다 못 먹었다며 사위사랑은 장모 사랑이라는 나에게 어렴풋하지만 낯설고도 먼 감정을 얘기해 주었다. 준엽이 형은 나에게 계란말이를 한 입 넣어주려 했으나 나는 그걸 받아먹을 수 없었다.
한 교장의 실질적 교육시간은 5분에서 10분 내지. 그리고 대기시간은 1시간. 마지막 날에 돼서야 나는 책을 읽기로 결심하고 신춘문예 시집을 가져가 읽었다. 대기시간 동안 사람들은 나를 쳐다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준엽이 형은 요즘 세상에 시를 읽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보고 나에게 좋은 현상이라고 말해줬다. 단편적인 조각을 보고 그 사람을 유추하기는 힘들겠지만 준엽이 형은 내가 무슨 학과인지 2번을 걸쳐 물어봤다.
나뭇잎과 나무와 흙의 냄새. 이 냄새는 분명 이때가 아니면 맡지 못한다. 물기 가득했던 나뭇잎이 낙하하고 마르면서 그곳에 깃들은 수분이 숲을 가득 채웠다. 흙은 분리되어있던 부분 부분이 점차 뭉쳐 고체화되었으며 그들 나름의 나이테로 돌의 형상을 갖춘다. 각 각 생명의 냄새, 죽음의 냄새, 또 다른 생명의 냄새로 거듭 작용을 반복한다. 나는 그곳에서 복식호흡을 하고 그들과 냄새를 나누었다. 이 냄새는 분명 이때가 아니면 맡지 못한다.
이 의무가 지겨워질 무렵 우리 주변은 조용해졌다. 사람들은 말을 잃었고 표정 또한 잃었다. 이것이 전쟁의 모습인가, 휴전국의 지표인가. 사람들은 분명 무엇인가를 낭비한다고도 생각할 것이며 하루하루를 보내듯 그날도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는 일종의 견뎌냄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3일 동안 나는 온몸이 땀으로 가득 찼고 그건 또 다른 피의 일종이었으며 비릿했다. 피는 곧바로 다시 신체에 흡수되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또 흘릴 날도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