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청주 우민아트센터 <비일상다반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합리적여 보이지만 사실 내면의 깊숙한 심층 사이에는 모순적인 현상들이 존재한다. 데카르트는 코기토 에르고 숨 즉,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대사의 장본인이다. 그는 꿈의 가설이라고 하며 문득 모든 것에 끝없는 의문을 가해야 한다는 생각의 힘을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우민아트센터에서 기획한 ‘비일상 다반사’는 전시를 표현하는 주제적 측면에서나 작품의 형태적 측면에서 모두 ‘일상’이라는 메타포를 다루지만 각 작가들의 의문점들을 통해 일상 속 비일상을 분석한다.
홍진원이 <마지막 밤(들)>은 일상의 포착으로 가장 많이 노출되는 휴게소의 모습들을 통해 숨겨진 의미들을 들춰낸다. 이미지 기호학의 관점에서 기표와 기의는 상호관계를 통해 의미를 만들어내는데 그 의미가 자의적이라는 데 큰 특징이 있다. 마찬가지로 휴게소의 풀밭에 꽂혀있는 독도 깃발과 무덤들, 그리스 여신 동상들은 쉴 수 있는 공간과는 달리 정치적이며 기호들로 얼룩진 오브제로, 쉴곳 사이에서 강요받는 이미지들의 침투는 아이러니한 경향을 나타낸다. 속도의 단절, 정적인 공간이라는 휴게소의 메타포는 정치적 선전의 도구로 차용되는 깃발의 모습과 거대한 화물차들의 긴 행렬을 통해 오히려 이미지에 노출되는 곳으로 모순적 자태를 보여준다. 후자의 화물차는 밤에도 쉴 수 없는, 자본주의 사회 속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동차 자체의 현대 문명이자 오브제로 휴게소와는 모순적인 양립을 성립시킨다.
포착된 사진 다음으로는 현대미술의 양상 중 하나인 매체예술을 통해 비일상의 모습들을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차재민의 <TWELVE>이다. 2015년 최저임금위원회의 토론 내용을 대본으로 삼아 배우들을 통해 재현한 회의는 자못 생생하게 재현된다. 일단 가로 평수 3개의 스크린을 이어 붙여 노동자, 기업자, 조정자로 대변되는 각각의 입장을 보여주지만 결국 나눠진 스크린의 모습대로 협의되지 않는 계층의 단절을 보여준다. 또한 공적이고 투명해야 할 토론 행위나 임금의 책정이 밀실에서 진행된다는 점은 과연 정당한 현상인 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하게 된다. 특히 ‘비일상 다반사’ 전시가 언어의 수사법 중 하나인 형용모순을 예술의 문맥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차재민의 작품은 현실과 삶에서 모순과 불화, 일상으로 대변되는 최저임금이 비일상적 자태로 탄생함을 말미암을 수 있다.
두 번째는 우민아트센터와 시네마달이 협업하여 만든 우민 극장이다. 영화는 통상 6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세계의 모순성, 현실의 양극적인 특성을 드러내는 영화들을 주제로 상영을 한다. 특히 <안녕 히어로>는 쌍용자동차 파업을 두고 투쟁하는 아빠를 둔 중학교 학생의 시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영화라는 프레임은 현실의 단면을 이룬다는 점에서 초현실이 아닌 하이퍼 리얼리티의 예술을 보여주는데 유유히 흘러가는 삶 속에서 각각의 삶을 영위하는 사람들이 아닌, 누군가의 아버지, 직장 동료, 남편의 다각적 모습을 보여주며 불안정한(일상으로 대변되는 안정과는 달리) 인간의 삶을 가차 없이 보여준다. 아버지가 직장을 잃으며 일상의 삶이 무너진 가족의 모습과 주인공 학생의 담담한 내레이션은 누군가에게 일상처럼 보이는 삶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비일상적인 모순의 형태로 흘러가고 용기가 사라진 사람들에게 일상은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반추하게 한다.
비일상적 일상에 대한 냉소적인 유희들은 각각의 작품이 다른 온도와 색채로 사람들에게 각자가 영위하는 일상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는지, 잊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제기한다. 예술 작품 또는 예술가는 시대정신을 가지고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 생각지 못했던 삶의 단면들을 재발견해나간다. 이렇듯 눈을 통해 선명하게 보였던 현실이 전시를 통해 오히려 불투명해짐을 느끼며 비일상 다반사는 앞으로 삶에 있어 새로운 의미와 관계를 관철하는데 도움이 된 전시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