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라는 것, 영화라는 것

'더할 나위 없이 떠나보낼 수 있었던 영화' 구교환, 이옥섭 <연애다큐>

by 빈빈



어쩌면 변덕이었을지도 모른다

두 사람이 사랑이 아닌 어떤 의지를 가지고 이어나간 러닝타임은, 그 속에는 진심이 있었을까


"가끔 누군가가 날 기록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다."

요 근래 영상이란 것이 정말 손쉬운 연애 수단이 되었다고 느낀다. 그녀의 여행 영상을 편집하고 그놈의 목소리를 담으며 온전히 우리가 존재했던 시공간을 남기는 것은 굉장히 소중한 의식이자 추억거리이기에.


다큐라는 장르에 대해서 사실적인 정보를 확인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더구나 우리는 이미 영화와 다를 바 없는 페이크 다큐에 입각한 세상 속에서 리얼리티와 같은 진정성을 바란다. 세상에 선의의 거짓말이 존재하듯이 허구를 보고 즐거워할 수도 있으며 대중들은 그런 부류의 것들을 퍽 즐겨본다.

'연애'는 사랑에 기반한 행위라는 통념의 사고를 비틀기에는 아주 흥미로운 내러티브이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에서의 구절을 인용한다면 끊임없는 애정과 정다움보다는 어떤 것의 부재를 열렬히 어색해할 그들이었다. 연애 다큐를 열 번에 가까이 보게 되면 떠날 사람의 준비는 이렇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영화를 제작한다는 목적은 있지만 명분은 없다 특히 하나에게는 그 절실함보다는 계속 이 연애를 이어나가야 하는 걸까 라는 망설임이 앞선다. 더구나 배우로서 폭넓은 시야와 영감을 위한 하나의 문화예술 향유는 교환에게 오타쿠로 전락하고 만다. 교환은 남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비칠까 가 중요한 감독이다. 하나와의 촬영이 그들의 시간을 남기는 것보다 단편영화제에 지원받기 위한 하나의 작품으로 그는 작품에 열중한다. 감독으로서 교환과 배우로서 하나는 그렇게 사소함을 묻히며 멀어져 간다.


하나는 마지막으로 교환에게 묻는다. 우리가 계속 이 연애를 할 수 있을까, 이런 나를 용서하고 계속 만나 줄 수 있을지. 하지만 교환은 한 조각 한 조각 깨진 도자기를 맞추며 회상을 한다. 예술을 향유하고 싶은 하나지만 교환은 영화를 창작하고 계속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에 더 이상 이 이해타산적인 사랑스러운 만남을 지속할 수는 없다고.


"이걸 내가 붙이면서 생각을 진짜 많이 했어 어.. 이렇게 막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거 있잖아"


"이걸 딱 붙여놓고 나서 보니까 무슨 생각이 드는 줄 알아?"


"안 예쁘잖아."



가끔은 진지하게 또는 발칙하게 이어나가는 연애 속에도 힘든 것들은 참 많다. 예를 들어 삶의 유한함 속에서 우리가 온전히 사랑하는 일을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 현실의 벽이 하나씩 하나씩 생긴다. 짧고 단순해 보이는 영화 속에서도 그런 벽들이 보인다. 그렇기 때문이 이 영화는 이별을 준비하는, 떠나보내는 사람들을 위해 볼 수 있는 영화다. 결국 연애라는 것도 영화라는 것도 다르지 않다. 한 컷 한 컷 속에는 그 나름의 시간의 향기가 존재하는데 그것을 이어붙이면 또 다른 시간이 만들어진다. 연애도 한 사람의 생, 한 사람의 시간이 만나 또 다른 시간을 형성하는 것처럼 비록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다 해도 그곳에 우리가 있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한줄기 강물처럼 흘러가던 이 영화의 테이크도, 그들의 사랑도, 하나씩 이어 붙인 도자기가 다시 조각조각 부서지며 영화는 끝이 난다.

say good bye and i say good by to winter

winter and river winter and ri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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