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지를 망설였다

by 빈빈

휴면계좌 그리고 휴면계정

세상에 뭐 이리 많은 발자취를 남겨놓은 것일까


오랜만의 은행일은 나의 경제활동이 굉장히 무디고 또는 그 측면에 있어서

딱히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반증한다


오래전 스무 살에 쓰던 추억 속의 낡은 통장, 군생활과 함께 피와 땀이 서려있는 잉크가 다 지워진 나라사랑 카드

이 두 개를 없애야만 했다 의도치 않게 지우게 된 것이라 마음이 맹숭맹숭 해졌다


"고객님 이 두 계좌는 오랫동안 거래를 안하셔서 어차피 다시 사용하지 못해요 거래 중지됐습니다"


나는 다급한 은행원과는 다르게 그 종이 때가 그윽한 통장을 한 장씩 펼쳐본다

혼밥이었는지 누군가와 먹은 것인지 기억나지 강남역에서의 돈가스,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끊은 코레일 기차표, 로드샵의 맛을 처음 느껴버린 스킨푸드 화장품 결제까지···

모든 것이 과거 진행형으로 남길 바랬지만 현재 완료무리된 사라진 것들이었다


미련이 남아있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모르겠다

무엇인가를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싶지는 않지만

오늘의 해지는 새로운 것을 개설하기 위한 것일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한 장 한장 나누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