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시외버스를 타고 나아가는 창밖의 풍경은 너무나도 나의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 빠르게 지나가는 컷들의 이어짐을 보고 있으면 나의 몸은 물리적으로 움직이지 않지만 마치 뛰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시야를 확보시켜주는 눈을 통해 그리고 감각을 통해 움직임의 착각을 느끼는 것이겠지만. 산책을 하고 운동을 하고 춤을 추는 것처럼 인간에게 움직임이란 사소해 보일지라도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그 창 밖의 풍경 속에서 자전거에 바람을 넣고 곧바로 자전거를 타는 비슷한 또래를 목격하게 됐다.
나는 그즈음에 항상 아르바이트를 하며 통유리의 매장 너머를, 그 유리 감옥 밖을 바라보며 자전거를 타고 싶다고 되네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 소년이 부러웠다. 그러면서 부끄럽지만 2년 전 경주에서 처음 두발자전거를 탔던 내가 생각났다.
우리는 경주역 근처의 게스트하우스를 잡은 뒤 경주를 여행하기로 했다. 근데 마침 게스트하우스 앞에 있는 무수히 많은 자전거를 보더니 친구들은 자전거를 타고 경주를 돌자고 하는 거였다. 나는 눈앞에 깜깜하다 못해 노래졌다. 두발자전거라니! 하지만 어떤 두려움보다는 친구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그게 더 걱정이었다. 예상데로 여자 동기와 남자 동기는 앞을 향해 가고 있었고 나는 1분 만에 삐익삐익 거리며 멈추었고, 뭔가 급똥이 마려운 불편한 사람처럼 어딘가 모자라게 탔다. 그래도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어렸을 때 탔던 네발자전거의 느낌을 최대한 유지하며 뒤뚱거리는 중심축을 정수리에 기운을 모아 탔더니 조금씩 나아졌다. 우리는 그렇게 경주의 박물관, 첨성대들을 오가며 자전거 여행을 했었다.
그 때의 하늘을 잊지 못한다. 푸르른 하늘 나는 당황함에 땀을 흘렸고 마침내 각성을 하며 본 하늘. 노랗게 그리고 곧 붉은 노을을 띠며 져가는 경주의 하늘. 경주의 밤을 아름답게 비추던 첨성대의 야경, 그 밤을 뚫고 자전거를 타며 줄지거 가던 우리의 무리.
자전거라는 이미지를 통해 갑작스럽게 회상한 나의 추억. 그 추억은 아쉽게도 그 친구들과의 마지막 여행이지만 나는 그때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 여행이 마지막이겠구나'라고 그래도 그때의 순간들이 떠오른 것을 보면 그 아이들이 보고 싶기도 그 경주의 하늘과 땀을 흘리던 내가 보고싶기도 하다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