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바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얄팍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지만
무색무취의 그들이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것이 썩 내키지는 않았다
이러저러한 연고를 가지고 나는 이 땅에 자라났으며 움직여봤자 300km 안팎이 될까 한 나의 삶에서
너희들은 어느 곳으로, 곳을 향해서, 곳까지 가보았는지 궁금한 밤이었다
밤의 조용함, 밤의 온도, 밤이 감추는 것들 사이에서 나는 노래를 들으며 거닐었다
꽤 드문드문한 사람들과 그들의 보이지 않는 상의 흔적들 그리곤 적절히 태동하는 광경들의 즐비함
나는 지금 한여름의 판타지아 ost인 한여름의 판타지아를 듣고 있는데
여름이 잠시 종말하고 개막한 이 가을에 어쩜 이리 잘 어울리는지 노래는 계절에 얽매이지 않는다
'말'소리가 아닌 '목'소리로 흘려보내는, 마치 공기의 입자가 흩어져 날아가는 듯한 노래
밤바다에서 자취를 감추고 소곤대는 바다의 정령들이 내 주위를 활개치며 범람하는 노래
하지만 곧바로 다시 범람이라는 단어에 분수에 넘쳤다는 생각과 함께 현실계로 돌아왔다
사라져가는 불빛, 꺼져가는 바람, 찾아오는 안압의 고통
짧아서 슬픈 오늘 밤